봄빛이 나른한 4월.
가파도에 가면 청보리밭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네요.
청보리의 초록과 어우러지는 갯무꽃, 유채꽃, 그리고 이 꽃 저 꽃... 등등하여 수많은 꽃들 다투어 피어 있어 정말 예쁜 섬이 되었답니다.
꽃 좋아하는 분들이 이맘때 가파도 찾으시면 숨이 막힐 것 같네요.
아시아에서 사람이 사는 섬 중에서 가장 낮은 섬.
가장 높은 곳이 해발 20.5m.
그 흔한 얕은 봉우리도 하나 없는 섬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낮은 섬에 우물이 있다고 하니 신기하지요.
더 아래쪽에 있는 마라도에 비해서는 한참이나 큰 섬이지만 가파도 여행은 넉넉 반나절이면 충분하구요.
모슬포에서 배 타는 시간이 10분밖에 되지 않아 귀미테 붙이는 사람도 멀미 없이 도착하는 곳입니다.
근데 그리 크지 않는 섬에 아침부터 들어가서 머하러 1박이나 했을까?
절대 정적으로 차 소리 없는 곳에서,
적막감이 오롯 가득한 곳에서,
보말 뒹구는 파도소리 온전히 듣고.
이쪽에서 일몰을 보고, 저쪽에서 일출을 보고.
술을 맛으로 즐기고.
그러려고 갔는데...
하룻밤 자고 나니 바다는 노한 듯 일렁이고 바람은 세차고 불고 비는 억수로 내리고..
다행히 뒷날 아침 첫배가 파도를 헤치고 섬에 갇힌 사람들을 구하러 와 줘서 겨우 나올 수 있었답니다.
3박 3일로 찾아 간 제주도에서 가파도의 1박 2일 여행기입니다.
봄 가파도는 청보리가 유명한 곳.
배를 타고 들어가는 시간은 대략 10분 정도가 걸리는데 배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답니다.
가 보고 싶은 섬의 어플에서 사전 예약을 해도 되고 배를 타는 모슬포 운진항에서 현장 구매를 해도 됩니다.
단 저희같이 섬에 들어가서 1박을 하는 이들은 현장 매표밖에 되지 않고 인터넷 예매는 되지 않습니다.
이번 여행은 가파도에서 1박 하고 마라도에서 1박한다는 계획은 기상이 악화되어 가파도 1박으로 만족해야 했답니다.
들어가는 배 위에서 바라본 가파도.
오른편이 더 멀리 있는 마라도입니다. (지난번 마라도 여행기 보기 : 이곳)
신방산이 철모처럼 보이구요.
가파도에는 상동과 하동이 있는데 원주민들은 거의 하동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전체 주민수는 대략 220명 정도인데 원주민은 170명 정도라고 합니다.
이전에는 어업이 주업인데 요즘은 관광업이 주업으로 바꿨고요.
모슬포에서 들어가는 여객선은 상동 선착장에 접안을 합니다.
상동에서 외지에서 들어와 가게를 하는 젊은 분들이 많구요.
그러다 보니 이곳 초등학교가 한 곳 있는데 학생들이 있어 유지가 된다고 합니다.
배에서 내리면 사람들은 거의 세 갈래로 흩어집니다.
좌측 바닷가로 가거나.
우측 바닷가로 가거나.
섬의 중앙을 질러서 하동마을로 가거나.
상동에서 하동까지는 대략 20여분 소요.
그니까 가오리처럼 생긴 섬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을 지름으로 걸으면 20~30분 정도가 걸린다고 보면 되겠네요.
성깔 있는 주인장.
가파도에서 지금 청보리만큼 많은 게 갯무꽃입니다.
위 사진이구요.
갯무꽃과 함께 이꽃저꽃 종류도 다양하게 엄청나게 큰 꽃밭이 되어 있네요.
바람개비는 두대 설치가 되어 있는데 고장이 났는지 돌아가지 않네요.
김여사와 둘이서 아침 9시쯤 들어와서 하루 종일 섬 곳곳을 누비고 다닙니다.
관광객들이 가파도에 머무는 시간은 보통 2~3시간 정도..
이 정도만 해도 섬 여행은 거의 해 볼 것 같네요.
근데 이런 작은 섬을 하루 종일 돌아 댕기고 있으니..ㅎ
배 고프면 다시 짐을 풀어 둔 민박집에 가서 안주 해 달래서 막걸리로 목을 축인 다음 다시 나오고..
가파초등학교 졸업식.
"서로 도우며 사이좋게 공부하자." 라는 교훈을 가진 가파초등학교에는
매년 한 명씩 졸업한다.
그 특별한 졸업생은
14여 개의 상장과 장학금을 받는다.
오래전 소매물도가 그랬는데..
이곳도 어떨 땐 학생보다 선생님이 더 많다고 합니다.
민박집 마당 인테리어.
주인아줌머니의 솜씨입니다.
온 집 안이 이렇게 장식이 되어 있답니다.
식당도 같이 운영을 하는데 이웃하는 빈집들을 5채 더 사들여 민박도 같이 하고 있구요.
가운데 있는 작은 단독채가 하룻밤 머문 곳.
민박집에서 해녀분들이 잡은 모둠으로 새참 먹고 돌아 댕기고
다시 들어가 점심 먹고 돌아 댕기고..
오늘 엄청나게 걷습니다.
가파도 청보리밭 풍경
섬 전체가 보리밭으로 가득하네요.
자전거는 이곳에서 가장 유용한 교통수단.
선착장 바로 앞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답니다.
섬의 가장자리로는 거의 이렇게 돌담들이 쌓여져 있는데 관광객들 보기 좋으라고 맹들었나 했더니 아주 오래전부터 쌓아 둔 것이라고 하네요.
그냥 보기에는 바람만 불면 우르르 무너질 것 같은데...
이런 형식의 돌담이 동네 가정집 울타리로도 되어 있는 곳이 많습니다.
엉성해 보이지만 바람구멍이 있어 넘어가지 않나 봅니다.
어멈 아방돌이라고 하는데 이곳 올라가면 파도가 심해지곤 하여 주민들한테는 이곳 올라가는 것이 금기시되고 있다 합니다.
해안가 풍경.
이곳도 썰물 밀물 조수간만의 차이가 제법 되네요.
현재는 썰물 타임.
김여사가 카메라 들고 있었는데 몰카로 찍었네요.
2단 작품을 맹글려고 했는데 김여사가 그만 가잡니다.
먼 작가들의 작품방이라고 하는데 일반인들은 접근을 못하게 해 두었네요.
지들끼리 작품 맹그는데 방해가 된다나...
방언으로 짓단이라고 하는 곳인데 일종의 제단입니다.
정월에 동네분들 8명 정도가 몸과 마음을 정갈이하여 함께 숙식을 하면서 이곳에다 재물을 생으로 올려서 마을 안녕을 비는 장소라고 합니다.
동네 할머니들을 몇 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거의 80세 전후입니다.
현직 해녀분들도 많구요.
해녀일을 하다가 몸이 아파 그만둔 분들도 많습니다.
근데 모두가 이렇게 전동차를 타고 다닙니다.
뒤로 마라도가 보이네요.
가파도는 자전거 타기 너무 좋아..
멀리 보이는 동네가 하동
옛 우물터자리.
돈물깍이라고 합니다.
바닷가에는 담수가 나오는 곳이 아주 귀한데 이곳은 용수가 솟아 나오는 곳이랍니다.
현재 마라도나 이곳은 모두 해수를 담수화하여 식수나 용수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해녀가 잡은 엄청난 크기의 해삼.
다라이 크기가 가늠이 되지 않아 해삼 크기도 사진으로는 구분이 되지 않는데 제가 이렇게 큰 해삼은 처음 봤습니다.
해삼 주뎅이에서 뭔가 주욱 나와 있는것도 특이하구요.
당겨 본 마라도.
바닷가에는 해녀들의 작업길이 이렇게 만들어져 있네요.
근데 물때가 있어 엄청 미끄럽습니다.
남는 게 시간이라 뒤뚱거리는 김여사 앞세우고 저 앞에까지 들어가 봅니다.
이 바위도 이름이 있는데 까먹었네요.
멀리서 보면 아주 특이한 모양새입니다.
밀물 때는 파도에 잠 길듯.
남쪽을 걷다 보니 계속 마라도를 조망하게 되네요.
서쪽으로 이동.
이곳 서쪽 해안은 올레길입니다.
섬 곳곳에는 이런 야생 선인장이 가득하네요.
어떤 곳은 백년초가 가득 달려있기도 하는데 김여사는 그걸 용과라도 하더이다.
고양이 닮았다고 고냉이돌.
해녀들이 작업하고 있습니다.
잠시 한눈파는 사이에 대략 100여 m를 순간이동하고 있네요.
일주일 일하고 10일간 쉬어야 한다든가.. 암튼 정해진 규칙이 있다고 합니다.
부력으로 띄워둔 테왁도 요즘은 모두 눈에 잘 뜨이게 황색으로 규격화되어 있다고 하네요.
지금은 오리발이 있어서 큰 사고가 나지 않는데 이전 맨발로 잠수할 때 물속 깊이 들어가서 커다란 전복 같은 걸 보면 욕심이 생겨 그걸 따다가 제때 올라오지 못해 사고를 당하는 해녀가 많았다고 합니다.
이곳 가파도에서 태어나 80년 이상 지내신 할머니 한분과 한참이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답니다.
이야기를 걸어주는 외지 사람이 무척이나 반가우셨나 봅니다.
물질을 하다가 지금은 몸이 아파 바다일은 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위 사진에 있는 바닷속 해녀들이 모두 80세 전후라고 하는데 친구들이라네요.
그냥 심심해서 바닷가에 가서 반찬거리라고 건지러 나왔다가 합니다.
가파도 이야기, 살아온 이야기, 이런저런 이야기
오리지널 제주 사투리로 쉼 없이 이야기를 전해 주는데 반 정도는 알아듣고 반 정도는 통역이 필요합니다.
억척스럽게 살아온 인생.
할머니는 이곳 가파도가 전부입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 이곳
댓글창도 2편에 열려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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