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들어 최악의 산행을 했네요.
찾아간 곳은 문경 뇌정산.
목적은 단 하나였는데 이곳에 올라서 멋진 희양산 한번 보는 것이었답니다.
별생각 없이 그냥 동네 뒷산이라고 생각하고 찾아갔던 뇌정산에서 정말 고생 많이 했네요.
등산로가 수풀과 넝쿨에 묻혀있고 지난 태풍으로 나무들이 많이 쓰러져 있어 진행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답니다.
안내판 전혀 없고 그 흔한 리본도 하나 없습니다.
산행 전체에서 조망이 거의 되지 않다 보니 찾는 이들이 별로 없는 산이라 이처럼 관리가 되지 않았나 봅니다.
요즘 아무리 동네 뒷산이라도 올라가는 등산로는 거의 나 있는데 이곳 뇌정산은 반 정도는 더듬어서 올라가야 했답니다.
능선길에서 넝쿨이 없는 곳에서는 멧돼지가 온통 헤쳐놔서 걷기도 참 힘들구요.
여름이나 지금 계절에 산에 올라서 제대로 한번 고생해 보고 싶다면 완전 추천하고픈 산입니다.
산행지 : 뇌정산
일 시 : 2025년 9월 27일
산행 코스 : 신상괴마을 - 뇌정산 - 봉정사 입구로 하산 - 신상괴마을(도로로 이동)
소요 시간 : 5시간(밤 줍고, 도토리 줍고)
같은 코스 따라 걷기 : 이곳

여름부터 가을 전까지 뇌정산을 찾는다면 조금 각오를 하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등산로가 거의 희미하고 보이지 않는 곳이 더 많고 그 흔한 리본 하나도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안내표시판이나 이런 거 전혀 없고요.

상괴리마을 도로가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출발하여 반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았네요.

도로가에 세워져 있는 상괴 1리 마을 표석.
마을 이름이 조금 특이합니다.

마을로 들어가면서 바라본 희양산.
이때까지만 하여도 산행에서 몇 번 정도는 희양산 조망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했는데..

당겨서 본 희양산.
산 아래에는 맘대로 드나들 수 없는 수행사찰 봉암사가 있지요.
1년에 딱 하루 초파일만 개방을 하고요.

상괴마을에도 귀촌을 하여 사는 이들이 몇 집 되네요.
그중 한 곳의 울타리 위에 피어있는 코스모스가 참 예쁩니다.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초반부터 예사롭지가 않네요.

일단 길을 막는 나무들이 많습니다.
지난 태풍으로 넘어진 나무들이 온통 길을 막고 있네요.

조금 더 오르니 커다란 산밤나무들이 몇 그루 있는데 그 아래 온통 밤 천지입니다.
산속에 있는 나무들이라 주인은 없을 것인데 엄청나게 많이 떨어져 있네요.
모두 다 주우면 몇 말을 주울 수 있을 듯...
(혹시 이곳 밤 주우러 가실 분 있으면 비밀댓글로 적어 주시면 대략의 위치 알려드립니다. 임자 없는 밤, 썩기 전에 누구라도 주워가는 게 좋구요.)

산행 초입이라 그냥 올라가려다 알이 굵은 것으로만 한 봉지 주워서 배낭에 넣었는데 갑자기 배낭 무게가..ㅠ
하산길 같으면 한 배낭 가득 주워왔을 것 같네요.

밤까지 넣은 묵직한 배낭을 메고 다시 산길을 오릅니다.
길이 엉망이라 헤치고 오르기가 쉽지가 않네요.

이렇게 나무들이 쓰러져 막아선 곳이 가장 힘듭니다.
둘러가기도 쉽지가 않고요.

비 온 뒤라 그런지 온통 버섯입니다.
이게 식용 같으면 이거 하나만 채취해도 온 식구 먹을 듯..
아주 커다란 규모입니다.

하늘이 가까워지는 걸 보니 능선에 거의 다 온 것 같습니다.


자빠져 있는 나무가 죽지 않고 살아서 가지들이 모두 하늘로 솟아 있네요.

능선길이라 조금 수월입니다.
하지만 이도 잠시..



멧돼지들이 온통 파헤쳐 놓아서 걷기가 너무 불편하네요.

여긴 배추씨만 뿌리면 될 정도로 정말 제대로 밭을 하나 만들어 놨네요.

넝쿨들과 키 높은 잡풀들과의 전쟁이 이어집니다.


나무 사이로 조금씩 보이던 희양산이 그나마 이 정도 보이네요.
그 옆에는 구왕봉이겠지요.
오늘 탁 트인 희양산 조망 한번 보려고 올라왔는데 허탕입니다.


커다란 바위들이 어리 저리 엉켜있습니다.
타고 오르기도 쉽지 않고 둘러가야 할 길도 보이지 않네요.

저 구녕으로 빠져나가야 하나 고민을 해 봅니다.
저곳으로 나가려면 일단 배낭을 벗어 따라 옮겨 나가야 할 것 같은데..
대충 바위들의 상항을 보다가 약간 오르기가 쉬운 바위를 타고 올랐습니다.
그 구멍으로 나가지 않길 잘했네요.
절벽입니다.

타고 올라온 바위 위에 서니 멀리 문경의 가은읍이 보이네요.

약간 당겨 봅니다.

힘든 산행이 되어 그런지 동서남북도 분간이 되지 않고 산세가 전혀 짐작이 되지 않습니다.

올라와서 보니 이곳으로 우회하여 올라오는 길이 있네요.

연리근일까? 연리목일까?

들국화는 곱게도 피어 있습니다.


커다란 바위들이 이마를 맞대고 있네요.

다시 또 난 코스.


파란 열매

빨간 열매

이 빨간색 열매는 정상 아래쪽으로 자생지가 되었는지 수십 그루가 빨갛게 열매를 맺고 있네요.
이 열매가 뭔 쓸모가 있어 채취를 한다면 이곳에 오르면 제대로 담아 갈 것 같습니다.

뇌정산에는 특이하게 이렇게 생긴 바위들이 많습니다.

풍화로 약간 부위들이 떨어져 나가 생긴 모습인데 여느 산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바위 형태입니다.

이곳만 오르면 정상인데 올라갈 길이 없네요.
할 수 없이 좌측으로 빙 둘러 오릅니다.

조망 없는 뇌정산 정상.
모르고 개미집을 밟았더니 엄청난 개미들이 공격을 해 오네요.
지구에 살고 있는 개미 대 인간의 비율이 70억대 1이라고 하여 비율대로 맞짱을 뜬다면 인간이 개미를 절대 당할 수 없습니다.

곧장 하산합니다.

빨강 열매

노란 열매

이곳을 어케 통과하지....ㅠㅠ




허벅지 높이의 넝쿨들이 많은데 이건 무작정 치고 나갈 수가 없어 발을 높이 들어서 밟고 지나가야 합니다.

백화산이 보이네요.
능선 뒤로 왼편에 주흘산도 보이구요.

고개를 내밀고 있는 주흘산
그 옆 뒤로는 운달산 같습니다.

넝쿨을 밟고 타고 지나가는 게 오늘 최악입니다.

악전고투.. 엉키고 섥킨 길이 끝나고 제대로 트인 하산길입니다.
등산로를 제대로 걷는다는 게 이처럼 행복한 일인 줄 오늘 확실하게 느끼고 갑니다.

뭔 버섯일까?
아주 큰 규모입니다.


도토리가 엄청나게 떨어져 있어 다시 배낭을 내리고 이것도 한 봉지 주웠네요.
일반적 도토리보다 크기가 큰 밤만 한 도토리입니다.
여러 종류의 도토리가 떨어져 있는데 이것만 주웠네요.
작년에 이걸 가지고 묵을 만들어보니 다른 도토리보다 맛이 훨씬 낫더군요.

길이 열려있는 행복한 등산로를 따라 하산..

봉암사 입구에서 산행이 마무리됩니다.
아래 보이는 논은 봄의 초파일 때는 연지가 되어 있었는데..

도로를 따라 내려오는 길에서 만난 보호수 느티나무와 성황당.

느티나무가 아주 우람합니다.
그 그늘에 자리한 성황당이 운치가 있구요.

들판이 누렇게 황금색으로 익어가고 있네요
오늘 들머리인 상괴마을이 보입니다.
저녁에 세탁기에 옷을 넣던 김여사가 한마디 합니다.
당신 오늘 옷이 왜 이리 엉망이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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