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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일기

백암산과 백양사의 애기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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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단풍으로 너무나 유명한 내장산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름은 내장산국립공원이지만 임압산과 백암산이 같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중 내장산 남쪽에 있는 백암산은 가을이 되면 내장산 단풍에 밀려 이름값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실제론 알게 모르게 내장산 단풍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산 아래 백양사의 애기단풍은 그 아기자기함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황홀경에 젖게 만듭니다.

대개 10월 말 쯤 되면 내장산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데 이것 구경한다고 나섰다가 단풍은 구경 못하고 길에서 시간 다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떨땐 정읍까지 차가 밀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소란스런 곳을 살짝 비켜 단풍을 제대로 구경 할려면 오히려 같은 국립공원에 있는 백암산과 백양사가 낫습니다.

가을 단풍을 제대로 구경하는 최고의 노하우는 아침 8시 이전에 현지에 도착 하는 것으로 스케쥴을 맞추는 것입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하던가요. 아무튼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을 찾을때는 한 타임(time) 먼저 움직이는 것이 제대로 구경을 즐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비단 단풍구경 뿐만 아니고 다른 목적으로 여행을 할 때도 같은 이치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일요일 雨소식으로 조상님 시향(時享)행사가 연기되어 그나마 비가 좀 비켜 갈 것 같은 전라도 백암산으로 새벽 일찍 출발 하였습니다. 목적지 거의 다 와 가도록 비가 부슬부슬 내리다가 다행히 도착하니 비가 그치네요.

늦가을인데도 날씨가 텁텁하여 가을날씨 답지않게 기온이 높아 습도와 함께 산행 내내 땀을 흘리게 만듭니다. 코스는 구암사로 올라 정상인 상왕봉 찍고 빠꾸하여 백학봉을 거쳐 백양사로 하산 하였습니다.

 

산행시간은 3~4시간 정도 밖에 안되고 조망이 흐려 얼른퍼뜩 한바퀴 돌고 백양사로 내려와 애기단풍에 취하여 시간 거의 다 보냈습니다.

 





백암산 지도. (산행 코스는 도화마을 - 구암사 - 능선 - 도집봉 - 상왕봉(백암산 정상) - 도집봉 - 백학봉 - 학바위 - 백양사)

들머리에서 약 20분 정도 오르면 만나는 구암사(龜岩寺). 많이 알려진 곳이 아니라 조금 조용하고 아담한 절.



법당앞에 이런 글씨가 붙어 있습니다. 이모씨가

來無一物來
去亦空手去
萬般將不去
唯有業隨身

우린 모두 빈 손으로 와서
또 그렇게 돌아간다
온갖 것 가져갈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오직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는 것은 자기가 지은 업뿐이라네.

가을날씨가 후덥지근하고 개스가 끼어 산행하기 아주 고약합니다. 이번 늦 가을은 여름인가 가을인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이상한 계절입니다.



상왕봉 정상인데 여러 코스를 통해 올라 온 사람들로 완전 장터 되었습니다. 인증샷은 고사하고 어디 서 있을 자리도 없네요.





까치집처럼 생긴 이거이가 겨우살이인데 이파리 다 떨군 계절에 다른 나무에 기생하여 숙주의 영양분을 빨아 먹고 사는 요상한 나무입니다. 항암작용이 있다고 하고 좀 과장되게 이야기 하는 사람은 장생불사의 귀한 약재라 합니다. 제 아내가 산에 가서 이것만 보면 하나 따 달라고 조르는데 잘못 기어 오르다가 낙매봐 허리 다치면 당신이나 나나 다 산 것이나 마찬가진데 그럼 책임 질 것이냐고 따지곤 한답니다.

백화봉. 여기서부터 아랫쪽이 시원하게 조망 됩니다.

멀리 가인봉 너머 장성호가 보여 집니다.

지나온 능선. 멀리 쪼꼼 높게 조망 되는 봉우리가 상왕봉입니다.

백암산에서 가장 조망이 좋은 학바위에서 내려다 본 박양사 전경

조금 당겨보니 대웅전 앞에 사람들이 엄청 많습니다.

궁금증 발동. 뭔 행사를 하고 있는듯 한데 아래 사진 보면 나와 있습니다.



내려가는 길. 학바위에서 백양사까지는 아주 비탈 길 연속입니다. 거의 철계단길이 많구요. 한발 앞서가던 부부 중 부인 되는 이가 시간이 궁금하였는지 휴대폰을 꺼내서 1시 40분이네. 하고는 한 발을 헛디뎌 우측 벼랑쪽으로 굴러 내려 갔습니다. 거의 대여섯 바퀴 굴러 내려 가더니 다행히 큰 나무에 걸쳐 멈췄구요. 제가 어지간 한 것에는 놀라지 않고 비명도 지르지 않는데 이 광경에서는 저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 나왔습니다. 남편이 달려 내려가고 다행히 큰 부상은 입지 않은 것 같은데 나무에 걸쳐지지 않았다면 정말 큰 사고가 날뻔 하였습니다.



영천암. 이곳부터는 단풍이 아직 많이 남아 정말 멋졌습니다.

영천암 천연석굴에서 스님 한분이 목탁을 치며 기도를 하고 있는데 목탁을 너무 빠르게 두드리고 있네요. 똑~딱.. 해야 하는데 똑똑똑똑.. 입니다.
모두다 지나면서 한마디씩 합니다. 그 스님 화장실 가고 싶나? 승질 되게 급한가 보다..



약사암 오르는 계단길. 정말 운치가 있네요.



이곳 약사암 부터는 아래쪽 백양사쪽에서 올라 오는 사람들로 엄청 분빕니다.











백양사 도착하니 대웅전 마당에서 한판 벌어졌네요. 추야몽이란 제목의 야단법석 쇼. 마침 '무조껀'의 박상철이 나와서 신나게 분위기를 띄우고 있습니다. 관광객들과 등산객들 박수치고 .. 절마당이 아주 소란스러워 졌습니다.



대웅전 뒷편에 있는 팔층석탑. 좀 위태한듯 보이는 탑이지만 뒷편의 백학봉과 아주 멋지게 어울려 집니다.

신발의 임자가 누구누구일까 추리를 하여 봅니다.





천왕문 앞 연못 끄트머리에 자리한 쌍계루. 아마 백암사의 마스코스 역활을 하는 누각이 아닐까 생각 됩니다. 단풍과 기막힌 조화를 이루네요.



축제가 같이 열리고 있어 백양사 부근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입니다.

쌍계루와 백학봉을 가지고 데깔꼬마니를 만들어 봤습니다.













분재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는데요. 탐나는 작품들이 너무 많습니다.



내려 오는 길. 축제장에서 막걸리 한잔 500원씩 팔길래 거푸 4잔을 스트레이트로 마셨더니 단풍으로 혼미해진 정신이 약간 돌아 옵니다.
백양사 애기단풍, 백암산 산행의 추억이 오래 갈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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