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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일기

성탄절에 다녀온 선운산의 호젓한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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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위한 싸움에 나간 지아비
돌아올 때 지내도 돌아오지 안으매
그 님 그린 지어미 이 산에 올라
그 가슴에 서린 시름 동백꽃같이 피어
노래하여 구름에 맞닿고 있었나니
그대 누구신지 너무나 은근하여
성도 이름도 알려지진 안 했지만
넋이여 먼 백제 그때 그러시던 그대로
영원히 여기 숨어 그 노래불러
이 겨레의 맑은 사랑에 늘 보태옵소서


위 내용은 선운산가(禪雲山歌)라는 이름으로 백제가요의 하나로 작자 ·연대 미상입니다.
남편이 서울로 정역(일정한 나이 이상에 이른 남녀가 서울에 가서 일에 복역하는 것)을 갔는데 기한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아 그 부인이 선운산에 올라 남편이 돌아 올 길목을 쳐다보며 애절하게 읊은 것이라 하는데 실제 위와 같이 가사는 전하여 지지 않고 제목과 유래만 전하여 지는 걸 고창문화원에서 고려사에 나오는 기사를 토대로 시를 짓고 선운사 일주문 앞 잔디 광장에 선운산가 비를 세운 내용입니다.

크리스마스에다가 일요일이 겹치고 서쪽 지방에는 눈까지 예보되어 있어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산행까지 즐긴다는 설렘으로 선운산에 갔으나 눈은 오지 않았습니다.
선운산은 봉우리 이름이 선운산이라고 적혀 있는 곳은 없고 선운사 뒷 산들을 통틀어 선운산이라고 합니다. 도솔봉(329m)이 주봉으로  좌측으로는 엄청난 크기의 바위봉인 천마봉이 있고 우측으로는 경수산이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선운산을 찾는 이들은 천마봉과 낙조대, 도솔암, 그리고 선운사를 둘러 보는데 의미를 가지고 나머지 산행 코스에서는 별 느낌을 받지 못합니다. 산행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천마봉까지의 산보길이 멋진 곳입니다. 주차장에서 도솔암까지는 오르막 전혀 없고 차도로 되어 있고 도솔암에서 천마봉은 계단길로 조금만 오르면 되니 가벼운 옷차림으로 천마봉까지만 다녀 오는 것도 무난 합니다. (주차장에서 왕복 3시간)
아래 지도에 그려진 파란 선이 제가 둘러본 등산코스이고 원점회귀로 하여 주차장에서 시작, 주차장으로 돌아 오는 코스를 택하였습니다. 소요시간은 순수산행에 4시간 정도만 하면 되고 나머지는 탐방에 소요되는 시간을 추가로 잡으면 됩니다.

 

 

선운산 산행지도. 파란 선으로 칠한 곳이 다녀온 코스인데 간단히 다녀 올려면 선운사에서 천마봉만 다녀 와도 됩니다.

옛날에는 동백여관이었던 동백장을 끼고 산으로 오릅니다. 유홍준 교수가 나의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이 동백여관의 변신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있지요.

도솔봉(수미봉)지나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서해바다. 우측으로는 바다건너 변산반도가 보이고 앞에 조그만 섬은 대죽도입니다.
골에 있는 조그만 산동네를 당겨보니..

도회지에서 들어온 이들이 지은 멋진 집이 자리하고 있네요. 불균형처럼 보이지만 앞으로 저렇게 농촌도 변하겠지요.

다시 동쪽 계곡을 내려다 봅니다. 선운사가 하얀 눈에 덮여 있어 운치있어 보입니다.

겨울.. 억수로 추운 날이어서인지, 크리스마스라서 그런지 방문객이 적어 한적합니다.

소리재에 있는 안내간판.
견치산(犬齒山)이 눈에 뜨입니다. 지도에는 모두 '개이빨산'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한문 모르면 헷갈리겠지요.ㅎㅎ

천마봉 가는 길에서 약한 눈발을 만났습니다. 이걸로 화이트크리스마스 기분을 내어 볼까나요..^^

천마봉입니다. 선운산에서 가장 볼거리이구요.

이곳에서 내려다 보는 선운사 계곡 풍경은 가을이 쥑입니다. 겨울에 보니 좀 삭막하네요.

천마봉에서 내려다 보이는 도솔암의 내원궁인 지장전, 자세히 보니 이곳에서도 지장전 아래 우측 커다란 암벽에 새겨진 마애불 모습이 보여지네요.
아랫쪽에 다시 자세한 사진과 설명이 있으므로 비교 바랍니다.

낙조대. 경상도에서 달려와 이곳에서 해가 바닷물에 잠수하는 관경을 볼려면 1박을 해야 하는데 늘 마음은 쫒기고..

천마봉에서 바라 본 병풍바위.

내려오면서 되돌아 본 천마봉. 해가 뒤로 가려져 실루엣으로 보여 집니다. 사람 얼굴 모습과 비슷하지요? 
꼭대기에 누군가 올라가면 바위봉의 높이가 실감 날 것 같아 한참을 기다렸는데 아무도 올라가지 않네요.

몇 그림 위에서 설명하다만 도솔암 지장전의 칠송대(七松臺)라고 이름 붙여진 엄청난 크기의 암벽에 새겨진 마애여래좌상(磨崖如來坐像, 보물 제1200호)
40m가 넘는 높은 암벽에 세겨진 13m 크기의 이 암각여래상은 고려충숙왕때 제작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부처의 자애로운 인상이 아니고 약간 도발적인 얼굴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하대신라 이래로 지방의 호족들이 발원한 부처님상에 공통적으로 나타는 특징이라고 유홍준 교수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맨 위에 네모난 구명이 보이고 나무기둥에 부러진채 꽂혀 있는데 이곳은 원래 이 불상을 보호하기 위한 닫집(보호각)이 있었던 자리입니다.
이 마애불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배꼽 부근에 있는 구멍(위 사진에서 명치부근에 하얗게 메운 자국이 있는 곳)인데 이 부처님의 배꼽 속에는 비급이 들어 있다는 전설이 있었습니다. 그걸 꺼내면 한양이 망한다는 이야기 였지요.  갑오농민전쟁의 '석불비결(石佛秘訣)'이라는 이야기인데 갑오농민전쟁 일년 전 이 석불속 비급을 동학군이 꺼내어(한양을 뒤엎을려고) 사라졌는데 그것으로 많은 동학군이 잡혀 죽고 결국 그 비급을 가진 자는 달아나서 알지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사실 저 구멍은 비급을 넣은 자리가 아니고 부처님을 봉안할때 복장(伏藏)하는 감실(龕室)입니다.

도솔암 나한전

크리스마스 Day. 타 종교의 축일을 찬양하여 주는 절집의 프랜카드. 우리나라는 4대 종교가 깊이 들어와 있는데도 종교간 불화가 거의 없는 신통한 나라입니다.

선운산 장사송. 멋지게 생겼네요. 연세가 600살 정도 되었다고 하고 가지가 조선팔도의 八과 같이 여덟개라 하여 팔도나무라고도 한답니다.

신라 진흥왕이 수도하였다는 진흥굴. 여기는 백제 땅이었는데...
신라 진흥왕이 왕위를 버리고 왕비 도솔과 공주 중애를 데리고 이곳에서 수도하였다는 전설이 있는 곳입니다.
이 전설은 참으로 안타까운 백제의 역사와 연관이 되는데, 그 시절 우리나라 절들을 보면 대개가 신라의 고승들인 의상, 원효,자장 같은 큰스님들이 지었다는 창건설화를 두고 있습니다. 아마 백제스님이 절 지었다는 이야기는 거의 들어보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이는 신라땅 뿐만 아니고 다른 지역에 있는 절들도 마찬가지인데 이곳 선운사도 그 시절 백제의 자리에 들어 선 절을 곧이 곧대로 사실을 기록하기보담 신라와 어떻하든간에 연관을 시켜놔야 귄위도 서고 보호도 받을 수 있다는.. 즉, 그 시대적 분위기로 불교라는 것은 신라가 꽉 잡고 있었다는 의미가 됩니다. 진흥굴의 이야기뿐만 아니고 선운사 창건도 마찬가지인데 선운사 사적기에 의하면 백제 27대 위덕왕 24년(577)에 검단선사가 자기와 친분이 두터운 신라의 의운조사와 합력하여 신라 진흥왕의 사주를 얻어 개창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내용은 물론 실제와 맞지 않습니다. 불교 세력이 약했던 백제땅의 안타까운 절집 스토리입니다.

선운사 옆에 흐르는 내 이름이 도솔천(兜率川). 명승지 54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곳

)
불교용어로 수미산 꼭대기에 있는 유토피아적인 멋진 곳을 뜻하는 도솔천(兜率天)에서 가져 온 이름인듯 합니다.
도솔천(兜率天)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는 제가 좋아하는 멋진 詩가 있는데 바로 서정주님의 '춘향유문(春香遺文)'이지요.
...................
저승이 어딘지는 똑똑히 모르지만,
춘향의 사랑보단 오히려 더 먼
딴 나라는 아마 아닐 것입니다.
천 길 땅 밑을 검은 물로 흐르거나
도솔천의 하늘을 구름으로 날더라도
그건 결국 도련님 곁 아니어요?
.......................

춘향이 변사또 앞에 목을 내어놓고
그리운 이도령을 생각하며 남기는 마지막 유문인데
참 멋지지 않나요?

선운사. 전라도 지방의 절집들이 평평한 곳에 자리한 곳이 많은데 이곳 선운사가 그 중 대표적이 아닐까 합니다.

선운사 경내에서 항상 눈여겨 보는 것이 백일홍이라 하는 이 오래된 배롱나무와...

뒷편 산기슭에 있는 동백나무. 천연기념물인 이 동백숲은 북방한계선에 위치하여 다른 곳 다 지고 없는데 피기 시작하는 곳입니다.
수령이 500~600년이나 된 동백 수백그루(수천그루?)가 빽빽한데 3월 중순 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장 구경하기 좋은 때는 4월 초순.
이때쯤이면 피고 지는 것을 같이 볼 수 있습니다. 흔히 선운사 동백 지는 것을 보고 '잔인하다' 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양지쪽에선 몽우리에서 뭔가 터져 나올듯 합니다.

경내에 몇 그루 감나무가 있는데 이렇게 아직도 잔뜩 달려 있습니다.
사람이 올라 건지기엔 나무가 너무 높고 이젠 지나는 철새들의 간식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비석들이 백파선사의 비문이 있는 곳입니다. 선운사를 사전에 조금 공부하고 들린 이들은 꼭 들려 보는 곳입니다.
내용은 지난번에 한번 올린 것(

이곳

)이 있어 생략 합니다.

동구 공원에 있는 감나무에 지나던 등산객들이 욕심을 내고 있네요.

미당 서정주님의 '선운사 동구'라는 詩碑. 원고 육필 그대로 조각되어 있습니다.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했고
막걸릿 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읍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읍디다.

주차장으로 걸어 나오면서 되돌아 보니 멀리서 천마봉이 내려다 보며 또 오라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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