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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산에 있는 비로암(毘盧庵)과 천자암(天子庵)의 쌍향수(雙香樹)를 둘러 볼 목적으로 찾아 갔습니다.
조계산은 양쪽에 큰 절을 두개나 품고 있고 산행코스가 무난하여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단풍철이 지나고 11월 말이 가까워 지는 계절인데도 단체로 온 등산객들이 굉장히 많네요.
조계산 등산은 통상 선암사를 기점으로 하여 정상인 장군봉과 연산봉을 거쳐 송광사로 하산을 하게 되는데 이 코스는 사계절 내내 등산객들로 붐비는 곳입니다. 그동안 조계산은 몇번 들리면서 저도 이 기본 코스로 다녔는데 이번에는 조계산의 참 맛을 느끼면서도 붐비는 등산로를 피하고 호젓하고 멋진 산행을 하고파 나름대로 출발 전 맞춤코스를 만들었습니다. 아래의 지도로 소개하는 제가 다녀 온 코스는 아주 조용하고 사람들의 왕래도 적으면서 길은 잘 나 있습니다. 소요시간은 대략 6시간 정도 보시면 되고 크게 체력적으로 무리하지도 않습니다.
비로암은 이전부터 들은 이야기로 참 조용하고 아늑한 곳이라며 꼭 한번 가보기를 권한 곳이라 마음속에 두고 있었고 천자암의 쌍향수는 익히 그 명성이 자자하지만 한번도 들려 보지 못하여 이번에 코스에 추가를 하였습니다. 두 곳다 제가 상상한 이상으로 가치있는 산행을 하는데 큰 의미를 부여하였습니다. 조계산 산행을 하실 분께는 굳이 정상을 밟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는다면 이 코스를 꼭 권하여 드리고 싶네요.
조계산 등산지도(위 파란색 선이 제가 다녀 온 코스입니다.)
선암사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매표소 - 선암사 - 대각암 - 비로암 - 작은 굴목재 - 연산사거리
- 연산봉 - 송광굴목재 - 천자암봉 - 천자암 - 송광사 - 주차장
- 연산봉 - 송광굴목재 - 천자암봉 - 천자암 - 송광사 - 주차장
선암사 오르는 입구.
선암사 들리면 두가지는 확실히 보고 가야 하는데 하나는 위의 승선교(昇仙橋)이고 또 하나는 선암사 뒷간(해우소)입니다.
보물 400호인 무지개 다리 승선교 아래로는 건너편의 강선루가 아름답게 보여 집니다.
이 다리는 임란(壬辰倭亂)으로 선암사가 불타고 난 뒤 숙종때 중건하면서 호암대사가 만든 것인데 냇가의 돌을 주워서 다듬어 만들었다 합니다.
근데 이 다리를 자세히 보면 아래부분 가운데 툭 튀어 나온 돌이 하나 있습니다. 용머리라 하는데 이 돌을 빼면 다리가 와르르 부너진다고 하네요.
근데 지난 2004년에 이 다리가 무너질 위험이 있다며 해체 보수를 하였는데 이 용머리 주위에 약간씩 틈이 생기고 있다 합니다.
현대기술이 300년 전의 기술에 못 미치고 있나 봅니다.
선암사 경내는 등산객들과 관광객들로 무척 붐빕니다.
선암사 해우소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장실이라 하지요.
아주 오래 전 선암사에 들려 해우소에 앉았는데 그야말로 그 높에에 놀란 일이 있습니다. 그 뒤 좀 개조가 되어 그때의 운치는 사라졌습니다.
저도 그 뒤로는 겁이 나서(??) 이 곳 사용을 하지 못하였구요.
그때 주지스님께서 커다랗게 글씨를 써 주셔서 액자에 담아 거실에 내내 걸어 두다가 지금은 따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내용이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네요.
뒷간 안쪽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이 선암사 해우소 소개에는 꼭 등장하는 詩 한편이 있는데 저도 올려 드립니다.
정호승님의 詩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중 선암사 편 입니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 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 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비로암코스로 가려면 선암사에서 장군봉 가는 코스를 따르다가 대각암을 약간 지나서 좌측으로 빠집니다.
이정표 잘 되어 있으니 갈림길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늦은 단풍잎이 군데군데 남아 그나마 가을의 여흥을 조금 즐기게 하네요.
대각암에서 대략 1시간여 이상 오르면 첫번째 목적지 비로암에 도착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허술한 암자가 될 것 같네요.
스님 한분이 기거하고 계시는데 어디로 오르든 간에 물자 이동하기가 쉽지 않아 아주 힘든 생활을 하고 계신듯 합니다.
토굴 같은 방에 법당도 차려져 있습니다. 제가 가 본 그 어느 법당보다 멋지네요.
방 두개에 하나는 법당이고 바로 옆방은 스님께서 기거 하시나 봅니다.
바깥에는 이렇게 손님용 의자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주 건물 한켠에는 용도 짐작이 어려운 커다란 붓솔 하나와 낡디 낡은 면경(面鏡)이 걸려 있습니다.
면경 속에는 만추(晩秋)로 가득 차 있구요.
조계산 비로암(毘盧庵)은 약 1,600년 전 백제 성왕 7년(528년) 신라불교의 비조(鼻祖) 아도화상(阿度和尙)에 의해 건립 되었습니다.
비로암에 새겨져 있는 안내판은 다음과 같이 되어 있습니다.
산협 깁숙한 골짜기, 온갖 기암괴석이 유난스럽고 지기(地氣)가 너무 왕성하여 예사롭지 않은지라 두팔을 벌려 바람을 막고 호통을 쳐 꾸집음이 사뭇 추상 같더라. 이에 지덕(地德)은 상서로워 지고 음양은 순조로와졌으며 산과 산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성자의 영지로 거듭 태어나더라. 처음에는 산 이름이 철량산이요 절 이름은 해천사라 하였으나 후에 조계산 비로암이라 개칭하였다. 해발 550m 조계산 암석 게곡에 위치한 비로암은 선암사의 모태요 지맥의 근본으로서 조선 불교에 당산목(堂山木) 침굉(枕肱) 현빈스님께서 주석하신 곳이기도 하다. 또한 선암사가 불법 유시(諭示)로 촉발된 한국 불교의 처절한 소용돌이 속에서도 상설(霜雪)이 밀어올린 매화의 향기처럼 고절한 지조를 지킬 수 있었던 것도 비로암 호법성현(護法聖賢)의 가피(加被)더라. 선암사의 역사요 창건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유서깊은 유적지 비로암, 돌과 흙으로 바람벽 하고 조촐하나마 명맥을 유지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다시 한참을 걸어 작은 굴목재를 지나 연산봉으로 향합니다.
한참을 오르니 드뎌 조망이 탁 트인 연산봉에 도착.
건너편으로 왕릉같이 생긴 조계산 정상 장군봉(884m)이 보입니다.
서쪽으로는 주암호가 내려다 보입니다. 호수 건너편으로 솟은 봉우리가 모후산입니다.
출발지였던 선암사 쪽도 내려다 보입니다.
남쪽으로는 순천만 부근의 바다가 조망이 되네요.
다시 한참을 걷고 걸어 천자암에 도착 하였습니다. 암자라기보담 절집 규모입니다.
송광면 이읍리에서 차량으로 올라 올 수도 있고 송광사에서 둘레길 같은 멋진 길로 올라 올 수도 있습니다. 송광사에서 3.7km로 제법 먼 길입니다.
제 같이 선암사에서 등산로를 이용하여 오는 길도 여러갈래입니다. 선암사만 구경하고 막바로 이곳 천자암으로 올 수도 있습니다.
드뎌 만났습니다. 쌍향수... 우선 탄성이 나옵니다. 대단하고 놀랍습니다.
세상에나 .. 이렇게 커다란 향나무 구경도 처음이거니와 두그루가 나란히 휘감아 자란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네요.
두 그루의 향나무라 쌍향수(雙香樹)라고 하며 다른말로는 곱향나무라고 합니다.
나무의 연세는 약 800살.
고려시대 보조국사(普照國師)와 담당국사(湛堂國師)라는 분이 중국에서 수도를 마치고 와서 지팡이를 나란히 꽂아 이렇게 되었다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
나무의 높이는 12.0m, 가슴높이 둘레 4.10m, 3.30m라고 하며 그 보존적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 88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 향나무에 손을 대면 좋은 일이 생긴다 하여 가까이 가 보았으나 울타리가 있어 안에는 들어가지 못합니다.
너무 신기하고 대단하여 한참이나 머물며 둘러 보았습니다.
천자암 법종각에서 올해 마지막 가을을 즐겨 봅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겨울인듯 하지만 주위 풍경에는 아직 가을이 제법 남아 있습니다.
천자암에서 송광사 가는 길은 참 멋집니다.
그리 가파른 길도 없고 ..
쉬엄쉬엄 1시간여 내려 오니 송광사에 도착 하였습니다.
주불전인 대웅보전을 오르는 석축 계단 '말씀은 가만가만'...
송광사 대웅보전은 남도 절집 중에서는 가장 큰 대웅전이지 않을까 생각 됩니다.
특색있게 겹처마지붕을 하고 있어 언듯보면 다른 건물 두채를 반씩 오려 붙인듯 보여 집니다.
위 사진은 처마 안쪽어서 올려다 본 모습이고 아래 사진은 마당에서 올려 본 모습입니다.
송광사는 아시다시피 불자 수행을 맡은 승보사찰로서 위엄을 갖춘 커다란 건물이나 석조물 보다는 이런저런 승방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보조국사 감로탑과 탑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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