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로 휴가를 간 아들이 배 낚시를 좀 했다며 괴기를 부쳐주겠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날씨도 그렇고 하여 쉬이 상할지 모르니 놔두라고 하였지만, 기어이 보내 주겠답니다. 다시 조금 있다가 연락이 와 목포에 나왔다며 금방 부쳤답니다. 이 괴기가 목포에서 대구로 바로 오는 차편이 없어 광주에서 갈아타고 오후에 고속편으로 터미널에 도착..
아내한테 가서 찾아오라고 이르고, 우리만 먹기가 좀 그러니 딸애한테도 연락하여 몇 마리 가져가라고 하였네요.
근데 한참 뒤.. 괴기를 찾아온 아내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집에 와서 아이스박스를 뜯어보니 괴기가 딱 한 마리 들어있다고..
그럼 딸애 줄 것도 없겠네. 당신이 회를 뜨든지 토막 내 굽든지 알아서 하시오. 라고 하니,
그게 아니고 .. 이거 무서버서 손을 못 대겠어요. 한다.
왜??
너무 커요.
얼마나 큰데 ..??
굉장히..
?????
부리나케 퇴근하여 괴기를 보니 상당히 큰 놈입니다. 농어라고 하네요. 아이스박스에 얼음도 채우고 물병을 얼려서 잘 보내오긴 왔는데 너무 숭시러버서 손이 안 갑니다. 모가지는 왜 삭둑 베어버렸느냐고 아들한테 전화하니 피를 뺀다고 그랬답니다.
근데 이걸 어째 먹어야 하나 고민이 살짝 되네요. 아내와 둘이 괴기를 쳐다보며 서로 좀 어찌 좀 해보라며 미루다가... 도저히 손댈 엄두가 나지 않아 남해 바닷가가 고향인 친구한테 전화했습니다. 와서 회 좀 떠 달라고...
조금 있으니 친구 부부가 택시를 타고 달려왔습니다. 잘 들지도 않는 식칼을 다시 갈아라, 신문지를 깔아라, 큰 도마 가져와라, 초장은 있느냐? 온갖 수발을 다들고나니 어찌어찌 하여 회가 큰 접시로 두 접시나 나왔습니다. 다른 친구 내외도 긴급 소집하여 앉으니 6명이 푸짐하게 먹을 양이 되었네요.
집 뒷방에서 썩어 들어가고 있던 재고 소주 대여섯 병이 순식간에 없어지고 저는 물을 술 삼아 크~아..하며 마시니 그도 취하는 듯.. 농어라는 넘을 처음 먹어본 것 같은데 제법 맛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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