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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이 세상에서 가장 초라한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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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화장실 변기와 바닥 타일사이가 떨어져 관리실에 물어보니 백시멘트를 사다가 붙이면 된다고 합니다.

해질무렵 자전거를 타고 건재상을 찾아 나섰습니다.

백시멘트를 3,000원에 한봉지 구입하고 시간이 남아 천천히 자전거를 타고 한바퀴 돌고 들어갈 생각을 하며 앞으로 나아 갔습니다.

 

그러다가 어떤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만났습니다.

 

 

 


정말 놀라운 모습이었습니다.

보통 길에서 물건을 파는 할머니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이런 할머니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전을 펴고 내어놓은 물건들이 너무 너무 초라합니다.

 

이곳저곳 상처가 많이 난 호박 3개.

시들고 멍이 잔뜩 든 가지 여나므개.

굽어 비틀어진 오이 4개.

차마 사 먹기가 부끄러운 깻잎단 세뭉치

그리고, 한뭉큼 정도 되는 콩 바가지 하나...

 

어느것 하나도 선뜻 손을 내밀어 사 가가지고 갈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 같은..

(솔직한 마음으로 아무도 사 가지 않겠다는 생각)

쳐다보고 있으니 가슴이 찡 합니다.

차마 외면하면서 신호가 바뀌기를 가다리고 있는데

할머니가 일어서더니 앞의 편의점에 들어가 소주를 한병 사 가지고 나옵니다.

그리고 팔던 오이 중에 가장 작은 오이를 깎아 안주를 하여

종이컵에 소주를 부어 마십니다.

 

저는 신호를 하나 놓쳤습니다.

가슴이 멍멍하여 집니다.

 

할머니의 모습은,

젊은시절 참으로 예뻤을것 같은 귀여운 미인형입니다.

보통 이런 노점을 하시는 분들 얼굴에는 독한 삶의 모습이 스쳐보이는데

이 할머니는 모든걸 포기한듯한 얼굴 표정입니다.

 

할머니께 물어 보고 싶었습니다.

언제 어디서부터 할머니의 인생은 이런 모습이 되었는지?

앞에 펴어논 모든 물건을 얼마나 팔아야 소주 한병을 사 드실 수 있는지?

할머니의 슬픔은 얼마의 깊이인지?

 

 


신호를 건너 잠시 가다가 그냥 갈 수 없어 되돌아 갑니다.

바로 가기가 뭐하여 신호를 건너 건너편으로 가서 잠시 지켜 보았습니다.

그곳에는 이런걸 사 가지고 갈 만한 가정주부들이 다니는 길이 아닙니다.

아무도 자리를 펴고 앉은 할머니의 가게를 눈여겨 보는 이가 없습니다.

 

저는 다시 그곳으로 건너갔습니다.

할머니의 가게를 내려다 보니 다시 가슴이 울컥 합니다.

 

 

 


할머니 그 호박 얼마예요?

할머니가 치어 올려다 보는데 얼굴에는 조금 전에 마신 두어잔의 소주로 인하여 홍조가 띄어져 있습니다.

한개 1,500인데 1,000원에 가져 가시요.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백시멘트를 사고 남은 거스럼돈이 2,000원 나옵니다.

이걸 할머니 손에 쥐어 줍니다.

할머니! 이것 호박값입니다. 호박은 그냥 놔 두시고 다른분한테 파세요.

할머니는 뭔 소리인지 몰라 옆의 가방에서 검은 봉지를 꺼내어 하나를 담습니다.

할머니! 호박은 그냥 놔두세요.

그리고 장사 하시면서 술은 드시면 안 됩니다.

저는 고함치듯이 말하고 자전거에 올랐습니다.

가슴이 먹먹하여 땅만 보고 패달을 밟습니다.

 

집으로 향하는 도중..

아차! 하였습니다.

숨이 막혀 옵니다.

그 호박을 들고 왔어야 했습니다.

그걸 들고와서 아내한테 부탁하여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먹었어야 했습니다.

 

지금쯤 할머니는 마지막 한잔 남은 술을 마시고 있을지 모릅니다.

어떤 미친넘이 던져준 천원짜리 지폐 두 장..

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인생을 다시 일깨워 준 슬픈 아픔을

소주잔에 막무가내로 부어서 마시고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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