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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는 사거리 화단에 장미가 만발입니다. 그 위로 비가 내립니다. 긴 장마의 시작...
아주 오래 전 방황이란 말을 참 좋아 할 시기, 억수같이 쏫아지는 여름 장마비를 온 몸으로 홀딱 맞으며 걸어 본 일이 있습니다. 그 상쾌함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뒤 비가 그렇게 마구 쏫아지는 날이면 그때처럼 비를 맞으며 떠 돌아 다니고 싶었지만 한번도 그리 하지를 못하였습니다. 다만 마음만은 얼른 우산을 버리고 그 비 속을 헤메고 다녔지요. 비가 내리는 창밖을 쳐다보고 있으면 살짝 울고 싶어지기도 한답니다. 해묵은 추억은 왜 이 때 떠 오르는 것일까요?
비내리는 날은 갇혀서 사랑하고 눈 내리는 날은 헤메며 사랑하겠습니다. 그러노라면 여름도 가고 가을도 가겠지요. 차곡차곡 개어놓은 세월이 모이면 우리들도 무었인가 이뤄 놓은 것들이 있으리라 저는 믿고 있습니다.
낡은 추억과 함께 허상으로 겹쳐지는 비 속의 실루엣을 오늘 하루 붙잡아 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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