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넋두리

엄마, 미안 합니다.

 

 

 

 

시골에 내려가서 엄마의 얼굴을 뵈면 가슴이 쏴 해 집니다.

하루 다르게 수척해지고 식탁 위에 이것저것 쌓인 약 봉지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울컥하여 집니다.

오랜 세월 참으로 억척스럽게 살아 오셨는데 이제 그 세월 다 떠나 보내고 남은 인생에서 이제사 와 닿은 여유.. 그거라도 편히 숨 쉬어 볼까 하는데도..몸은 점 점 조그라들고 기력은 멍하여 지네요.

 

얼굴이 왜 벌겋게 되셨어요?

혹시 멋 모르고 술이라도 드셨나 하고 물어보니..

여섯가지 약을 한꺼번에 먹었더니 얼굴이 달아 오른다고 합니다.

관절약, 혈압약, 귀아픈약, 소화제, .....

 

언성을 높여 엄마를 나무랩니다.

큰일 난다고..

그렇게 드시면 안된다고...

그러면서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오남매를 이렇게 대견스럽게 키워 놓고 정작 당신은 마른나무가 되어 쓰러져 갑니다.

 

그러면서도 늘 자식을 향합니다.

아프지나 않는지... 굶지나 않는지 ...

한 줌의 모습으로 작아지는 엄마의 피와 살이 모두 자식들의 피와 살로 바꿔졌습니다.

 

엄마의 조그만 지갑..

그 속에는 제가 전해 준 10원짜리 동전이 몇 잎 들어 있습니다.

엄마가 마을회관 노인정에서 할머니들과 어울리는 화투판 밑천입니다.

하루에 백원 정도 잃으면 기분이 아주 상하고 이백원 정도 따면 기분이 무척 좋아서 할머니들한테 짜장면 한턱 쏘기도 한답니다.

 

늘 그렇게 보고 싶습니다.

이제사 찾아 온 엄마의 소소한 행복을 ..

그 행복을 즐기고 누리는 모습을 늘 보고 싶습니다.

팔십평생을 억척 고생하여 지내왔는데 그 반의 반이라도, 아니 백분의 일이라도 누려야 덜 억울할것 아닙니까?

 

제발 아프지 마세요.

제발 더 이상 늙지 마세요.

우리 엄마 이대로 만큼이라도 멈춰서 계셔 주세요. 제발...

 

불과 몇 년 전만 하여도 자식들 찾아가면 얼굴에 함박 웃음이 활짝 피어서 반가움으로 어쩔 줄 몰라 하셨는데 이제는...

부처님 마냥 덤덤 합니다.

당신 몸이 힘드니 그러한가 봅니다.

그렇게 잘 하시는 깍두기 김치도 밥상 위에 보이지 않습니다.

 

늘 그렇습니다.

늘 미안하고, 죄송하고, 부끄럽습니다.

 

내가 처음 당신을 만나 부른 이름 그대로..

 

엄마.

엄마..

엄마...

미안합니다.

 

 

 

- 두가의 넋두리 (취중독담)

 

Comments

  • 하마 2014.11.18 23: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두가님.. 글을 읽는 내내 구구절절 어머니를 사랑하시는 맘이 느껴집니다...
    맘속엔 늘 어린시절의 젊은엄마가 계시는데 현실에는 약으로 하루하루를 사시는 어머니가 계실뿐입니다.
    저도 엊그제 부모님을 뵈고 왔는데요 두가님같은 마음으로 아프지 마시고 늙지 마시라고
    저 막내둥이가 그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가까이 살고 있어도 자주 들여다 보지 못하는 죄책감이....ㅠ,ㅠ
    전화라도 자주 해드려야 겠습니다. 술 한잔 생각나는 밤입니다....

    • 하마님께서도 막내둥이.. 근데 늘 든든한 맏이 같으시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십년전만 하셔도 온 몸이 쨍쨍 하셔서 뭐든지 다 하셨는데 이제는 기력이 너무나 쇠하여 지시고..
      그래도 해마다 고추와 배추를 심어 자식들 나눠 주고 계시네요.
      몇년전부터 그것도 하지말라 하시니 올해만, 올해만 하시는것이 몇년째..
      내일 엄마표 고추가루 가질러 시골 갑니다.
      언제까지 엄마표 먹거리를 가져올지 모르겠는데 훗날 이 애틋함이 그리움으로 너무 사무칠것 같습니다..^^

  • 에디 2014.11.19 04: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엄마......라는 대목에선 진짜 유구무언입니다.
    지난 번 생신때 초밥 사드렸더니 나가서 살고 있는 여동생헌테 전화로 그렇게 좋아하시며 자랑을 하셨단 얘기를 듣고
    2~3주에 한번씩은 꼭 다시 사드려야겠다고 맘을 먹었는데 벌써 한달이 더 넘어갔습니다.
    왜 항상 이런식인지.....
    진짜 불효자가 따로 없습니다.

    • 내일 시골에 내려가서 엄마 좋아하시는 것이라도 같이 먹어면서 잠시라도 어리광 부리고 올라올까 합니다.
      날씨가 차가운데 보일러 아끼지 말고 틀여 놓으시라 하여도 엔간 해서는 그냥 전기장판만 켜고 계시니 아무리 나무라셔도 듣지 않으십니다.
      그러면서도 바깥에 있는 자식들 안부를 늘 걱정 하시구..
      그 옛 정정하시던 모습이 하루 다르게 쪼그라드는 모습을 보니 속이타고 안절부절..
      오늘도 그냥 전화 한 통화로 안부를 드립니다..^^

  • 쏭이아빠 2014.11.19 08: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거의 마흔에 막둥이를 낳으신 어머니
    제가 말썽을 부리면 하시던 말씀이.. "너가 태어 날 때 딸 이였음 했는데 "
    얼마나 마음을 풀어 놓으실 때가 없었으면 ..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요
    이북에서 피난 나오셔서 평생을 고생을 하시다가
    제가 가정을 꾸미고 며느리에게 밥 상을 편 히 받으시려고 할 때 .. 떠나신 어머니 입니다
    " 멈춰 계셔 주세요..제발 " 이라는 두가님의 애절한 기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 그러셨군요.쏭빠님.
      창파형님도, 쏭빠님께서도 지금 곁에 어머님이 아니 계시니 오히려 이런 글이라도 적으면서 그래도 엄마가 곁에 계시다는것이 행복 할수도 있겠구나 생각하여 봅니다.
      늦둥이 쏭빠님.
      애교미소의 근원지가 살짝 이~해 됩니더..^^

  • 어머니....아니 저도 늘 돌아 가실때까지 엄마!~~~~
    우리 엄마와 저의 이야기는 아마 아우님도 여러가지를
    알고 계실 정도로 그래도 많은 대화를 했기에... .
    더 할 필요가 없지만서도.
    요즘은 특히 더 엄마 생각에 속으로 눈물을 삵힐때가
    종종 있습니다.
    살아계실 때만해도 또 몇년을 자리보존 하고 병으로
    누워계실 당시를 생각하면 그때는 저도 지금처럼
    시간의 여유가 부족하고 마음에 여유도 없었기에
    더 회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이글을 몇자 적는 짧은 시간에도 몇번씩이나 가슴이
    복받치고 코가 찡해지네요..
    참 이번에 서울에 올라가 며칠 지내면서 식구들과
    어머니이야기가 나왔는데....
    집사람이 저희엄마에게 한번은 물어 보았다네요.
    어머니! 아버님 돌아가시고 그때 젊으실때인데 (36세)
    재가 하실 생각이 없으셨어요?....
    어머니 대답은.
    저 6남매를 거두어줄 사람만 있어도 팔자를 고쳐

    보았을 거라고 대답을 하셨다네요...
    그저 후회뿐인 엄마 생각입니다!

    • 술 한잔하고 집에 들어와 컴에 앉아 낮에 통화한 엄마 목소리가 생각나 한 자 적어 봤습니다.
      얼마전에도 감기걸린 목소리 였는데 또 감기가 걸리셨습니다.
      다른 할머니들 민폐가 될까봐 경노당에도 못가시고 혼자 방에 웅크리고 계실 생각을 하니 가슴이 울컥 합니다.
      형님의 글을 보니 또 새삼스럽게 엄마 얼굴이 떠 오릅니다.
      내일은 담이 데리고 시골에 다녀 올까 합니다..^^

  • 이용약관위배로 관리자 삭제된 댓글입니다.

    • 아름이님, 안녕하세요?
      너무 반갑습니다.
      말씀하신 내용은 많이 참고하여 저희 어머니도 건강하신 모습으로 오래오래 같이 하겠습니다.
      워싱턴의 가을풍경이 궁금하네요.
      오래전 이맘땐 아름이님이 늘 알려 주셨는데 말입니다.
      조인스가 왜 열리지 않을까요?
      늘 건강하세요..^^

  • 술권하는사회 2020.06.10 16: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어머닌 슬하에 4남3녀 7남매를 두셨습니다. 공교롭게도 어머니 함자가 七자 星자를 쓰셨는데, 해서 전 늘 우리 형제자매가 각 하나의 별이라 생각했습니다. 전 아래로 남동생과 여동생이 각 한명씩 있으니 부족함이 없는 한 가운데죠. 아버지가 종손이신지라 식구가 11명인적도 있었죠. 제가 결혼초엔 주말에 즐기는 별다른 취미생활도 없었던지라 토요일이면 늘 아이들 데리고 시골집 방문하는것이 곧 나들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토요일 오후가 되면 어머닌 늘 시간 맞춰 대문앞 감나무 밑에서 우릴 기다리곤 하셨죠. 그리고 이튿날 돌아올 때면 정갈하게 다듬으신 각종 먹거리를 내 주시고, 자동차 뒷꽁무니가 안보일때 까지 감나무 밑에 앉아 계신다는걸 뒤돌아보지 않아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위대하지 않은 어머니가 어딨겠습니까만, 저도 어머니란 말만 떠올려도 눈물이 납니다. '어버이 살아실제 섬기길 다하여라............' 송강 정철의 시가 다시한번 가슴을 후벼파는 날입니다.

    • 정말 우연이라고는 표현 할 수 없는 어머니의 함자입니다.
      지금은 어머니가 계시지않나 봅니다.
      글귀 마디마디마다 어머니에 대한 효심이 묻어나 저도 고개가 숙여 집니다.
      제 고향에는 87세의 노모가 아직 계신데 자주는 들리지 못하지만 한달에 한번정도는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손자들 데리고 가서 일부러 고생도 시키구요.
      아직까지는 어머니 계시지 않는 세상이 상상이 되지 않는데 후회하지 않을려고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