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 일기

지리산에 올라 올 겨울 첫눈을 맞다.

반응형
예쁜 계절을 이런저런 이유로 산에 전혀 오르지 못하고 허비하다가 딱 4일 남은 가을이 아쉬워 11월 마지막 주말에 지리산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올 겨울 첫눈을 지리산에서 맞는 행운도 얻었구요.
내려 올때는 거의 폭설 수준으로 함빡눈이 쏫아져 돌아 올 길이 빙판이 될까 걱정으로 급하게 하산을 하였습니다.

일기가 그리 좋지 않은 날로 예보가 되어 있는데다 주말 아침 8시도 되지 않아 산행지에 도착을 하였으니 아주 조용합니다.
차에서 내리니 차가운 한기가 확 밀려 옵니다.
근간에 몸이나 마음이 많이 지쳐서 산에 대한 의욕이 조금 식어진다는 느낌을 받아 찾은 지리산입니다.
숨을 크게 들이쉬어 봅니다.
맑은 공기가 허파를 거쳐 온 몸의 세포로 순식간에 전달이 되어 집니다.
다시 지팡이를 챙기고,
베낭을 들쳐 멥니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혼자 올라갑니다.
스틱이 돌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와 간간히 휘파람 소리처럼 지나가는 바람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내 몸은 이내 산에 적응이 되어져 스텝을 놓치는 일 없이 타박타박 오릅니다.
수북히 쌓인 낙엽도 스산하게 가지를 들어내고 있는 산자락의 풍경도 오늘은 너무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해발 500여m(백무동)에서 시작한 산행은 어찌 되었건 1,915m(천왕봉)가 되어야 끝납니다.
길고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아주 먼거리가 되겠지만 이런저런 사색과 그리고 풍경을 즐겨 본다면 목적지는 빨리 가까워 집니다.

......................

지리산 천왕봉을 당일 산행의 목적으로 오를려면 출발지가 거의 한정이 되는데 주로 산청의 중산리나 함양의 백무동을 많이 이용합니다. 물론 산악회 차를 이용하여 들머리나 날머리를 달리한다면 이와 다르게 이용할 수도 있지만 자가운전으로 지리산을 찾는다면 이 두 곳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습니다.

중산리나 백무동은 지리산 당일산행으로는 가장 좋은 코스이지만 이 두곳은 조금 비교가 됩니다.
중산리는 초반에 조금 수월코 후반이 힘든 반면에 백무동은 초반에 힘들고 후반부가 수월합니다. 수월하다는 말은 쉽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상대적으로 조금 덜 힘들다는 뜻입니다. 지리산은 지리산이니까요.

중산리코스는 로타리산장까지 오르는 구간이 오르막도 많지만 그래도 조금 나은 편이고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된비알로 거침없는 오르막의 연속이라 이 구간은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는 최단코스이지만 우리나라 3대 악코스이기도 합니다. 이에 비해 백무동코스는 초반부터 쉼없이 올라가는 돌계단길입니다. 그러다가 참샘을 거쳐 소지봉(1,312m)을 지나면 산행길이 조금 완만해 지면서 흙길도 밟게 됩니다. 이 후 장터목에서 천왕봉 가는 길도 그리 험하지 않아 중산리 코스보다는 시간은 조금 더 걸리더라도 약간 덜 피곤한 코스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자가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잘 이용한다면 이 두곳을 같이 연계하여 한 곳을 들머리로 한 곳을 날머리로 하여 산행을 하여도 됩니다.

이번에 제가 오른 코스는 백무동입니다.
올라갔던 코스를 그대로 밟고 내려오는 구간이라 상당히 지루할뻔 했는데 마침 첫눈이 억수로 오는 바람에 분위기가 확 바꿔어 나름대로 재미있는 하루가 되었습니다.

지리산은 자주 오르는 곳이라 이곳 저곳의 풍경들이 낯설지 않지만 그래도 오를때마다 신선하고 색다른 느낌이 나는 곳입니다.
11월이 끝나지 않는 시기라 아직 겨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리산의 이맘때는 거의 한겨울과 마찬가지라 단단히 준비를 하고 올랐지만 역시 정상에서 맞는 싸늘한 바람과 추위는 이 계절의 색다른 경험이 되었습니다.

정상에서 되돌아 내려오는 길목에서 맞은 눈보라는 정말 따가웠습니다.
눈이 아니라 작은 얼음 알갱이가 휘몰아치는 바람에 날려 얼굴을 때리는데 그 따가움이 상당했구요.
이제 본격적인 겨울 산행이 사작되는데 이쩌면 그런 맛으로 겨울산을 찾는게 아닐까 합니다.







대구에서 백무동을 가자면 고속도로에서 내려 함양을 거쳐 오도재를 넘어야 하는데 바로 그 앞 구간에서 지안재를 넘어야 합니다.

고불고불 아름다운 지안재... 이 구간의 도로길 이름은 '지리산 가는 길'입니다.


갈때와 올때 풍경이 달라 비교를 해 둔 사진들이 몇 컷 됩니다.

산에 오를때와 내려올때도 눈으로 인하여 풍경이 바꿘 비교 사진을 같이 올려 놓았습니다.



돌아 올때 지안재 풍경

지안재 앞서 오도재에서는 눈이 도로에 많아 차가 미끄러져 아주 위험했습니다.



오도재 넘어가면 지리산 조망을 즐기는 휴게소(조망공원)가 있는데 이곳에서 바라 본 지리산의 주능선 풍경



봉우리 세개가 솟아 있고  오른편이 천왕봉입니다.

사진의 찍은 위치상 하봉이 더 높아 보이네요.

장터목 아래쪽으로 백무동이 위치하여 있고 천왕봉 너머 반대편 아래로 중산리가 있습니다.



백무동 버스 시간표


백무동 도착.

백무동 탐방지원센터 앞에 붙어있는 버스 시간표입니다.

서울에서 지리산을 찾는 분들이 많은데 직통버스가 있으니 이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다른 지방에서도 함양까지 와서 이곳까지 오는 일반버스가 있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지리산을 찾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탐방지원센터 입구.

요즘 경방기간이라 지자체나 국가에서 관리하는 산들 중에는 입산이 금지되는 코스가 많으니 사전에 꼭 확인을 하여야 겠습니다.

다행히 지리산은 중산리와 이곳 백무동에서 천왕봉을 오르는 구간은 열려 있습니다.



이곳 백무동에서 천왕봉까지는 7.2km

커다란 학교 운동장 열바퀴 정도 돈다고 생각하고 출발입니다..ㅎ


이곳에서 정상까지 오르는 시간은 4시간 정도 잡아야 됩니다.

조금 천천히 오르면 5~6시간이 소요 되구요.

내려오는 시간은 1시간 정도 단축이 되니 전체 산행시간은 약 7~9시간 정도가 걸립니다.



이건 내려 와서 찍은 사진입니다.

눈이 내리는 중인데 이때 살짝 그쳤습니다.



단풍도 완전히 떨어지고 없는 아주 삭막하고 을씨년스러운 시기이지만 ..

오히려 전 이런 풍경이 더 낫습니다.

요즘의 세상은 너무 화려한 것들로 치장이 되어 있는 것들 투성이라 이런 적적한 풍경속에 들어오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



중산리도 마찬가지이지만 이곳 백무동 구간도 소지봉까지는 전 구간이 돌계단입니다.

급 경사 구간은 중산리보다 덜 하지만 꾸준한 오르막 구간이라 체력 안배를 잘 하면서 올라야 겠습니다.



하동바위

사진에 보이는 출렁다리가 하동바위 바로 아래로 지나게 되어 있는데 바위붕괴의 위험으로 우회로가 개설되었고 이 출렁다리로는 통행이 금지 되어 있습니다.

하동바위의 해발고도는 900m

이제 수직으로 1,015m만 오르면 정상이네유..ㅎ



하동바위 바로 옆의 괴목인데...



내려 올때는 이런 모습으로...



사진으로는 경사도가 그리 보이지 않네요.

흡사 편안한 오솔길처럼...



참샘입니다.

물 맛이 기가 막히는 곳...

올라 갈 때 한 모금.



내려 올 때 한 모금.

이날 마신 물은 이렇게 딱 두 모금..



군데 군데 겨우살이도 자주 보입니다.



픽~ 한번 웃고 ....



소지봉입니다.

특별히 솟은 봉우리는 아닌데 이떤 깃점 형태로 정해진 곳입니다.

숲 사이로 지리산 주능선의 풍경이 보여 집니다.



서릿발..

계곡물도 군데군데 고드럼이 주렁주렁하고 등산로 파인 흙에는 서릿발이 가득 합니다.

거의 겨울입니다.



바위를 감싸안듯이 타고 내린 뿌리.

결국은 땅속까지 내려 갔습니다.



눈을 쓰고 있는 같은 장면



사진으로 보면 아직 약간은 가을 분위기가 나는듯도 하네요.



장터목 도착.

눈발이 펑펑 날리기 시작 합니다.



지리산 종주 하시는 분이나 대피소를 일박으로 이용하시는 분들은 꼭 알아둬야 할 내용입니다.

이제 대피소에서 라면과 햇반을 팔지 않습니다.

이전에 저도 코펠과 버너만 가지고 올랐다가 라면이 품절되었다는 내용에 당황 했는데 이제는 완전히 팔지를 않네요.

앞으로 대피소 이용시에는 라면과 햇반은 꼭 가지고 올라가야 한다는 ..



제석봉 아래 평전에 눈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 합니다.



멀리 천왕봉이 보이네요.

잠시 운무가 가렸다가 다시 보이고

그리고 온통 시야가 먹통이 되고.. 이런 현상이 반복이 됩니다.






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는 빠른 걸음으로 약 40분.

1시간정도 잡으면 됩니다.



산불이 난것처럼 피어 오르는 운무의 향연.

수시로 변하는 산의 풍경에 한참이나 서서 구경을 하여 봅니다.

손이 시려워 옵니다.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붑니다.



천왕봉 오르는 길

중간 계단에 덜썩 주저앉아 쉬고 있는 두 사람이 보이네요.



통천문

하늘로 통하는 문...



통천문을 지나면서는 늘상 머리 위의 바위가 신경 쓰입니다.

이 바위는 언제 떨어질까?






산수화..

이런 풍경은 사진으로는 별로.  운무가 움직여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풍경을 직접 보면 아주 멋진데 말입니다.









이제 거의 정상에 가까워 졌습니다.






정상.

궂은 날씨인데도 제법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천왕봉의 주말 치고는 한산한 편이네요.

모처럼 정상석과 인증샷 한 장 찍었습니다.



신년새해 일출맞이를 하면 이곳 모두 사람들로 가득차는 곳입니다.



천왕봉에서 기가 막힌 풍경을 보았는데 남쪽하늘에 펼쳐진 구름띠입니다.

이걸 파노라마로 담을려고 몇장을 시도하여 봤는데 모두 실패이네요.

남쪽하늘에 좌우로 길게 이어져 있는데 정말 산에서 이런 장면은 처음 보는 풍경입니다.

여름에 산에 오르면 간혹 이와 비슷한 구름띠가 형성이 되기도 하는데 형태가 살짝 다릅니다.

특히나 오늘같이 흐린날에 온통 운무와 구름으로 뒤덮여 있는데 하늘이 수평으로 일부 열린것처럼 나타나는 이런 구름띠가 매우 신기합니다.






팔을 벌리고 세찬 바람을 맞는 이가 있네요.

아주 싸늘하고 차가운 바람을 가슴으로 들이키면 정말 시원하기도 한데 저도 가끔 손은 저렇게 벌리지 않지만 한번씩 마셔 본답니다.



하산을 하는데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칩니다.



기이하게 가지를 뻗어 올린 나무



등산로가 하얗게 변하였습니다.



다시 만난 하동바위






가을에 겨울이 내리고 있습니다.

빨갛게 익은 감들을 따지 않고 놔 둔 풍경을 올라가면서 보았는데 그 가을에 하얀 겨울이 내리고 있네요.



하산을 마치고 백무동 음식점들을 지나는데 가게 앞에 놓인 고무다라이 화단에 꽃들이 새 눈으로 옷을 입었습니다.

아침 굶고 올라가면서 빵 한조각

내려 오면서 빵 한조각.

그리고 초콜렛 몇 개..


차가운 산행을 마치고 나니 따스한 국물음식이 너무 그리워 식당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췄으나 길바닥이 얼기 전에 얼른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눈을 소복히 덮어쓰고 있는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돌아 오면서 ..


다시 남은 빵 한조각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