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하루, 독립만세의 태극기가 휘날리는 날.
매화가 아직 한창 필 시기는 아니지만 익히 명성이 알려진 매화나무 3그루를 찾아 떠나 봤습니다.
우아한 꽃과 그윽한 향기, 그리고 맑은 빛깔, 엄동설한을 이겨내고 이른 새 봄에 꽃을 피우는 매화의 강인함은 일찌기 고고한 선비의 기품과 잘 어울린다고 하여 늘 함께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명성이 널리 알려진 매화가 몇 곳 있는데 이 내용은 지난번 통도사 홍매를 구경하고 와서 정리해 둔 내용이 있어 참고 바랍니다.
산청(山淸)3매(梅)는 영남의 3매(梅)라고도 하여 우리나라 유명 매화를 이야기할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매화입니다.
산청3매는 원정매(분양매), 남명매, 정당매라는 이름을 가지고 각각 조금 떨어진 지역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 세 곳의 매화는 우리나라 매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봄꽃의 전령사로 새 봄 매화꽃이 필때 찾아가는 여행지로서는 더 없이 멋진 곳이 아닐까 합니다.
산청3매가 있는 위치는,
분양매(汾陽梅)라고도 하고 원정매(元正梅()라고도 하는 홍매는 지리산 가는 길목인 남사마을에 있습니다.
남사예담촌이라 하여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1호로 선정 된 곳이기도 합니다.
주소는 경상남도 산청군 단성면 남사리입니다.
남명매(南冥梅)는 남명 조식선생의 거주지였던 산청군 시천면 사리에 있는 산천재에 있습니다.
정당매(政堂梅)는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데 지금은 몸통은 고사하고 아들이 옆에 뿌리를 내려 자라고 있는데 산청군 단성면 운리 탑동마을 단속사지 바로 옆에 있습니다.
산청3매 위치, 지도
가장 중요한 내용, 산청3매의 개화시기는 언제?
오늘 3월 1일 현재 세곳의 매화 개화 상태는 대략 10% 정도입니다.
아마도 3월 중순쯤이 가장 절정이 아닐까 예상 됩니다.
이맘때 이 세곳을 찾아가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멋진 매화를 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곳의 위치는 그리 멀지 않아 차량으로 대략 1~2시간이면 충분이 구경하면서 다 둘러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둘러 본 분양매가 있는 남사예당촌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1호로 지정 된 곳으로서 오래된 고택이 자리한 호젓한 마을로서 매화구경과 함께 같이 둘러보면 좋을 곳입니다. 지리산을 갔다 오면서 가끔 한번씩 들려 식사를 하는 곳이라 낯설지가 않은 곳인데 모처럼 꼼꼼히 둘러 봤습니다.
산청3매와 함께 하는 봄 여행.
아직은 쌀쌀함도 느껴지지만 곧 온 천지에 꽃들이 피어 나겠지요.
산청3매를 시작으로 새 봄의 봄꽃여행을 계획하여 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당나라 백낙천은 춘풍(春風)이라는 시에서 다음과 같이 읊었는데 겨울은 벌써 끝나고 이제 봄입니다.
爆竹二三聲人間改歲 폭죽소리에 사람의 나이는 하나 더해 가고
梅花四五點天下皆春 매화 네댓 송이에 세상은 바야흐로 봄이로구나
산청3매를 찾아 떠난 여행지에서 가장 먼저 만난 남사예담촌
지리산을 중산리 방향으로 올라갈때 늘 지나치는 곳이지만 갈때는 못 본듯 지나가고 되돌아 올때도 시간이 바빠 휙 내 빼 오는 곳이지만 1박(대피소)을 하고 오거나 신년일출산행을 하여 조금 일찍 되돌아 나올때는 이곳에 꼭 들려서 식사도 하고 차도 한잔 하여 오는 곳입니다.
남사예담촌의 마을지도
위 지도는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왜 위 지도를 먼저 소개해야 하는냐면요. 이곳 남사마을에 들리면 동네가 희한하여 골목을 조금 접어들면 남의 집 대문 안입니다. 골목들이 연결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도를 참고하여 둘러보는 것이 좋습니다.
봄 벚꽃 필때가 이 마을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데 그때쯤 들리면 온 동네가 화사하게 예쁠것 같습니다.
지금은 메마른 시기라 눈을 즐겁게 하는 풍경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 1호'에 걸맞게 눈 높이를 조금 높여서 마을을 둘러보기는 하였지만 태생이 시골인지라 그냥 그렇게 .. 그렇구나 ... 하였습니다.
동네의 특징 중 하나는 오래된 엄나무가 많고 담쟁이가 많았습니다.
여름에는 정말 볼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담장의 돌들은 모두 강돌로서 마을 바로 앞의 내에서 가져와 쌓은 것이라 합니다.
골목은 이리저리 복잡한 편은 아니지만 아주 운치가 있습니다.
근데 옛 대감님들은 왜 이리 담장을 높게 쌓았을까요?
그러고 보면 요즘 캡스만 믿고 낮은 울타리를 설치한 대단한 집들이 돋보이기도 합니다.
감나무 한그루..
수령이 그리 오래지는 않지만 위세높은 대감님께서 담의 곡선을 슬쩍 꺾어 두었네요.
이건 무슨나무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집의 옆 밭에도 몇 그루가 자라고 있는데 나무 형태가 재미있습니다.
무당이 살풀이하는듯 보여지기도 하구요.
이리가믄예, 길이막힜어예..
서울촌사람은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까요? ㅎ
암튼 이 동네는 재미있습니다.
동네 골목이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남사리의 사양정사(南沙里 泗陽精舍)
한말의 유학자 정재용을 기리는 정사로서 그의 아들 정덕영이 지어서 아이들 교육장소나 손님맞이로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사양정사의 편액
성당 김돈희의 필체라고 합니다.
아주 오래된 배롱나무가 설명글과 함께 정원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여름이면 정말 운치 있겠다는 생각이...
사양정사 대문 앞 울타리 너머에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감나무가 한그루 자라고 있는데 아직도 감이 열린다고 합니다.
수령이 700년이 되었다고 하는데 고려말 원정공 하집의 손자가 어머니의 자애로움을 기리기 위하여 심은 것이라 합니다.
토종 반시감으로 산청곶감의 원종이라고 하네요.
바로 옆에는 고가 선명당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200년 된 단풍나무가 굳세게 자라고 있구요.
이제 위치를 조금 이동하여 동네 왼편의 이씨고가댁으로 들어 갑니다.
골목입구에는 수령 300년의 회화나무 두 그루가 이렇게 X자로 자라고 있습니다.
마을의 지형이 쌍용교구로 용의 불을 막기 위하여 심은 나무라고 합니다.
일명 부부나무라 하여 이 밑을 지나가면 금실이 좋아져 100년해로 한다고 합니다.
대단히 큰 나무가 두그루 참 재미있게 자랐네요.
이씨고택
한적하여 조용하니 들어와 살라면 냉큼 와서 터 잡아 살 것 같습니다.
본채 왼편의 문 윗 봉창이 재미있어 아래에 따로 옮겨 봤습니다.
남사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고택이라 합니다.
문 위의 조그만 문의 용도가 매우 긍금합니다.
어떻게 열였는지도 궁금하구요. 주의문이 적혀있어 내부는 보지 못했습니다.
아랫째 옆에는 또 특이하게 생긴 거대한 회화나무가 한그루 있는데요.
중간에 구멍이 뻥 뚫려있고 사람의 손때로 반질반질 합니다.
아마 이 구명 주위를 만지면 뭔가 좋은 일이 있나 봅니다.
아들을 낳든, 요즘은 딸을 낳든...
이제 남사마을 여행을 마치고 본격적인 산청3매 탐방입니다.
먼저 남사마을에 있는 원정매부터 둘러 보겠습니다.
원정매라고도 하고 분양매라고도 하는 이 유명한 매화나무는 사실 이 마을 주민 몇 분에세 물어도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유명한 매화나무가 어디 있냐고 물으면 거의 화화나무 있는 곳을 알려줍니다.
맨 위에 마을 지도를 올려 놓은 것도 이때문입니다.
마을 맨 오른편에 보면 마산상회라는 가게가 있고 이 가게 오른편으로 들어가면 약 30m에서 막다른 골목이 되는데 그 왼편의 집 안에 원정매가 있습니다.
할머니가 거주 하시는데 겨울에는 집을 비우는 경우가 있어 구경을 할 수 없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마침 사람은 없고 대문의 쪽문이 살짝 열려 있어 조심스럽게 들어가 구경만 하고 나왔습니다.
대문 입구에 매화집이라고 직혀 있습니다.
대문을 들어서면 바로 오른편에 원정매가 있습니다.
한눈에 봐도 대단합니다.
원 줄기는 거의 고사하였고 곁가지가 새끼나무가 되어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고려말 원정공 하즙이 심은 매화입니다.
수령이 700년으로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
매화나무 앞에 세워져 있는 원정공이 지은 시비입니다.
元正公 詠梅詩
원정공 영매시
舍北曾栽獨樹梅
집 양지 일찍 심은 한 그루 매화
臘天芳艶爲吾開
찬 겨울 꽃망울 나를 위해 열었네.
窓讀易焚香坐(
밝은 창에 글 읽으며 향 피우고 앉았으니
未有塵埃一點來
한 점 티끌도 오는 것이 없어라.
붉은 홍매로서 현재 매화의 개화는 약 10%정도입니다.
커다란 몸통 줄기에 앙증맞게 꽃몽우리를 맺고 있는 홍매 하나..
이게 꽃을 피우면 정말 예쁠것 같다는...
집 뜰은 조금 산만하지만 운치가 있습니다.
할머니가 계시면 인사라도 드릴려는데 안 계셔서 그냥 눈인사로 둘러보고 나왔습니다.
다음 들린곳은 남명매가 있는 산천재
덕천강이 내랴다 보이는 담장 너무로 뒤틀린 소나무 한그루가 넘어다 보고 있습니다.
산천재 입구
덕천강 옆에 산천재를 짓고 후학을 양성하였던 남명 조식선생은 지리산 천왕봉이 올려다 보이는 이곳 산천재 마당 앞에 매화를 심었는데 이게 뒷날 남명매로 불리는 매화나무 입니다.
좌측 뒤로 지리산 천왕봉이 조망되어 지고 있습니다.
조식선생의 시비가 있는데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朱點小梅下 작은 매화 아래서 책에 붉은 점을 찍다가
高聲讀帝堯 큰 소리로 요전을 읽는다.
窓明星斗近 북두성이 낮아지니 창이 밝고
江闊水雲遙 강물 넓은데 아련히 구름 떠 있네.
이곳 남명매는 수령이 450년으로서 남사마을의 매화나무보다는 못미치지만 아직도 원가지에서 꽃을 싱싱하게 피우고 있었습니다.
선생이 61세때 이 매화를 심었으니 아마도 나무가 그리 크지 않았을때 조식선생은 세상을 떠났을것 같습니다.
매화나무 바로 앞에 있는 산천재
이곳도 꽃의 개화는 약 10%정도로서 3월 중순쯤이면 만개가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찾아 간 산청3매는 단석사지에 있는 정당매
보물로 지정이 되어 있는 단석사지 석탑의 왼편 골목안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왼편 허접한 화장실이 있는 골목 안쪽으로 보면 앞쪽에 매화나무 한그루가 눈에 확 들어 오는데 정당매입니다.
설명글로는 통정공 강희백과 통계공 강희중 형제가 단속사에서 수학할때 심은 나무라고 합니다.
그 뒤 통정공이 정당문학과 대사헌의 벼슬을 받게 되어 후대에서 정당매라는 이름을 붙여다고 하네요.
정당매 앞에 있는 비각
매화나무를 심은 기념비각이 세워져 있는게 특이합니다.
원래 본목은 2014년에 완전 고사하고 이제 그 옆에는 2013년에 가지를 접목으로 번식한 새로운 정당매가 자라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꽃을 피우고 있네요.
백매로서 한국 최고(最古)의 매화로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만 수령이 640년으로 남사마을의 원정매보다 알려진 수치로는 늦습니다.
새로운 가지가 자라 다시 꽃을 피우고 있는 정당매.
현재 개화상태는 약 5~10%로서 아직 꽃이 몇 송이 피지 않았습니다.
다시 자란 가지가 크지를 않아 전체 개화가 다 되어도 지난날의 화려한 영화는 당분간 누리지 못할듯...
새로운 가지 접목은 원목의 양편에 이뤄졌나 봅니다.
양쪽에서 새 가지가 자라고 있네요.
정당매와 정당매 비각
비각은 1915년에 건립되었습니다.
비에는 몇 편의 시와 비각을 세운 이유등이 새겨져 있습니다.
聞香千里古山來
향기 찾아 천리길 옛 고향에 찾아오니
萬疊頭流一樹梅
첩첩한 두류산(지리산)에 한 그루 매화가 서 있네
如答雲乃追慕意
구름도 추모의 뜻을 표하듯 두둥실 흐르는데
滿天風雪爛然開
하늘 가득한 눈바람 속에서도 아름답게 피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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