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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일기

기이한 소나무로 가득, 신선봉 마패봉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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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행이 사작이 된 듯 합니다.

아직도 산하는 언듯 싱그럽게 보여지는 녹음빛 초록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이파리 끝이 조금씩 바래지면서 가을의 빛깔로 조금씩 물들여지고 있습니다. 계절은 어김이 없어 진저리치듯 몸살을 가졌던 지난 여름은 어느듯 물러가고 지금부터는 가을입니다.


온 능선에는 들국화로 가득 합니다.

사실 꽃 이름중에 들국화는 없다고 하는데 제가 아는 들국화는 쑥부쟁이, 구절초, 개미취 정도가 전부입니다. 산에서 만나는 들국화는 이 셋이 가장 많다고 하구요.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로 시작하는 짧은 詩 하나만 외우고 있는 친구 하나가 있는데 ..

위의 시를 만든 안도현의 시 중에 다음과 같은 짧은 시도 있습니다.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 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絶交)다!

제가 山 꽃 이름 못 외우기로 유명한데 늘상 구절초와 쑥부쟁이를 헷갈려하고 있습니다.
올해 알았다가 내년이면 까먹어 버립니다.
신선봉 마패봉 능선에서도 가을 향기 가득한 들국화가 만발했는데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많았습니다.

네가지 계절 중에서 가장 화려한 가을..

그리 길지 않은 가을..

가슴앓이를 많이 하는 계절..

그래도 온 山河는 내 앓이를 외면하며 지 맘껏 온통 울긋불긋하여 겉으로는 그 앓이를 전혀 내색할 수 없게끔 만드는 그런 계절이기도 합니다.


올 봄에 조령산행을 마무리하고 문경새재 3관문으로 하산하여 주차장으로 걸어 내려가면서 건너편으로 치어다 보이는 봉우리가 신선봉이었는데 담에 꼭 와 봐야지 하고 맘 먹고 있었는데 해를 넘기기전에 다녀 오게 되었습니다.



↑지난번 조령산 산행기에서 보여지는 파노라마입니다. (http://duga.tistory.com/2285)

윗쪽 사진에서 보여지는 신선봉 마패봉 구간이 오늘 산행구간이구요.

지난번 산행에서는 건너다보이는 풍경이었지만 이번에는 신선암봉과 조령산능선, 그리고 주흘산과 주흘산 부봉이 늘 건너다보이는 산행을 하였습니다. (주흘산 산행기 : http://duga.tistory.com/1943)


이번 신선봉과 마패봉 산행의 콘셉트는 '명품 소나무'입니다.

딱히 말하자면 '명품소나무'는 아닙니다. '골병 든 소나무'들입니다.

능선마루에서 차가운 북풍과 맞싸워 이겨낸 소나무이고 온갖 풍상과 모진 시련들을 모두 겪어면서도 씩씩하게 자라고 있는 수령이 상당한 '장애소나무'를 일컷는 말입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여주는 소나무들의 느낌은 사실 실제와는 너무 차이가 있어 실망이 큽니다.

신선봉~마패봉능선에서 만난 소나무들의 기묘한 자태와 느낌은 그 어느 동양화에서 그려낼 수 없는 정말 기막힌 모습이었는데 아무래도 일차원적인 평면으로 담아 버리니 그냥 별 볼 일 없는 소나무가 된듯 합니다.

그래도 자세히 눈여겨 보시면 은근 그 느낌을 공감 할 수 있을것도 같구요.


산행은 조령산휴양림 올라가는 길목인 들머리 입구 레포츠공원주차장에서 시작 합니다.

연어봉을 거쳐 오르는 코스와 할미봉으로 오르는 코스가 있으나 대개 거의 할미봉으로 오르는 구간을 택합니다.

구간별로 수많은 밧줄잡이를 하게되는데 사실은 그리 위험한 구간은 별로 없습니다. 밧줄이 놓인 구간에도 턱이 있는 바위들이 많아 그냥 올라갈 수 있는 곳이 다수입니다.


할미봉부터 마패봉까지는 능선구간인데 이곳저곳에 산재한 멋진 명품 소나무들로 인하여 절로 감탄사가 나오는 곳이 많습니다.

특히 이곳 소나무들은 이파리가 짧고 간결하여 우리 동양화에 그려진 소나무와 흡사하여 정감이 듬뿍 느껴집니다.

산행시간이 그리 짧지도 않지만 조망이 좋고 능선산행이라 누가나 쉽사리 즐길 수 있는 코스가 아닐까 합니다.


산행코스:

레포츠공원주차장 - 할미봉 - 신선봉 - 마패봉 - 조령3관문 - 레포츠공원(원점회귀)

소요시간 : 약 5시간

난이도 : 중.. 







신선봉~마패봉 산행지도

(위 산행코스와 제가 산행한 구간이 일치합니다.)



조령산휴양림입구 레포츠공원

소형차 약 20여대 정도 가능한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평이한 산길.

약간 거친 산길이 이어집니다.



조금만 오르면 밧줄을 만나게 되는데 그리 위험한 구간은 없습니다.

밧줄 없어도 쉽사리 오르는 구간들이 많습니다.

전체 능선에서 밧줄은 엄청나게 많습니다.

철계단이나 데크로 만든 계단이 없다는게 정말 고마운 코스이네요.



아래로 주~~욱..

소나무들의 사진이 많습니다.

실제와 사진이 너무 차이가 많아 실망스럽습니다만 자세히 보면 정말 멋진 소나무들입니다.



저기 아래로 들머리인 레포츠공원이 내려다 보입니다.



소나무들이 모두 이파리가 진하지도 않으면서 송송하게 느껴지는게 우리 동양화에서 익숙하게 만나는 그런 소나무들입니다.



능선에서 파이고 자빠지고 뒹굴면서도 억척스럽게 살아남아 생명의 가치를 보여주는 우리... 소나무!



이건 그냥 보고 넘기면 그만이지만 ...

제가 이름 붙인 건 "변강쇠소나무"

왜냐구요?

19금이라 자세한 설명 생략 -.-



변강쇠 뒷편...



이런저런 이름이 붙은 능선들이지만 그런건 사실 별 의미가 없는게 산행의 진 맛..

내 느끼고 내 껴 안으면 모두 내것인데 이름 따위가 뭔 의미가 있으려오..^^



부러지고 주저 않아도 난 포기하지 않아...



이렇게 굿굿한 기개있는 소나무도 만나고...



할미봉 도착.

이 바위가 할미바위.

할무이가 알라 업고 있는 형상으로 보여 집니다.



순리(順理)..

대간 능선에 보면 소나무들이 거의 한쪽 방향으로 가지를 향하고 있습니다.

몰아치는 북풍에 순리로 대응하는 것이지요.



소나무 밑둥에 씨앗이 날아와 더부살이하는 꼬리진달래나무.

꽃이피면 너무 예쁠것 같습니다.



신선봉과 멋진 암릉구간.

소나무들의 차림새가 너무 멋집니다.



방아다리바위

옛 시골에서 두발로 가위모양으로 생긴 방아를 쿵덕쿵덕 밟으며 찓던 그 방아다리 모양으로 생긴 바위.

옆에서 보는 모습도 묘합니다.









이 소나무는 정말 특이합니다.

능선상의 바위틈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인데 아마도 오래 전 벼락을 맞은듯 합니다.

반편의 큰 기둥 줄기가 벼락을 맞아 튕겨져 나가면서 속살의 대부분이 파여져 나갔는데 그래도 용케 가지 하나를 살려놓았습니다.

소나무가 이렇게 속이 텅 비어 있으면서 살아 있는걸 처음 보는듯 합니다.

소나무는 관솔이 들어잇는 속심이 있어야 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말 신기합니다.

실제 위 소나무의 왼편 옆에서 보면 안이 텅 비어 있습니다.



자그마하게 만든 분재들을 보는듯한 능선 풍경.






오늘의 하이라이트 소나무입니다.

싯가 대략 15억 5천만원 정도입니다.(제 나름의 감정가...)

뭐 두 말 필요 없습니다.



뒷 모습입니다.

바닥에서 버티고 있는 뿌리들을 보면서 많이 놀랍니다.



쑥부쟁이

온 능선에 들국화가 만발입니다.



능선 바위 위에서 버티다가 결국 고사한 소나무..



지나온 능선.






바위인데 아무래도 나무화석 같습니다.



바로 옆에는 이런 모양도 있구요.






산행내내 보여지는 주흘산과 조령산 능선

좌측 뒤로가 주흘산이고 좌측 앞쪽이 부봉 6봉.

우측이 조령산 능선. 신선암봉이 조망 됩니다.


위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신선봉

정상석이 정상에 있지않고 턱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진짜 신선봉 정상

앞쪽으로 주흘산과 부봉이 조망 됩니다.



고생많은 참나무..






북쪽으로는 월악산이 계속 조망 됩니다.

좌측 상단에 툭 튀어 오른 봉우리기 월악산 영봉입니다.

이곳 신선봉 마패봉 능선은 월악산 국립공원에 속하지만 변방으로서 거의 국립공원 취급을 받지 못하는 지역입니다.

오히려 그게 더 나을수도 있구오.

뭐 계단이나 안전시설 마구 설치하여 산맛 버리는것 보다 지금 이대로가 휠씬 낫습니다.






국립공원이라는 표시판.

뒷면에는 '내무부'라고 적혀 있습니다.






마패봉 도착.

오래전 옛날.

암행어사 박문수가 이곳에 놀러와서 마패를 걸어 두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그러고 보니 암행어사는 참 좋은 직업이란 생각이 듭니다.



마패봉에서 조망되는 주흘산과 조령산 능선

좌측이 주흘산, 주흘산이 부봉 6봉에 가려져 뒷편으로 조금만 보여집니다.

우측으로는 조령산 능선. 깃대봉이 보이고 그 뒤로 신선암봉이 조망 됩니다.


위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이곳 능선의 소나무들은 모두 잎이 길지않고 촘촘하여 참 예쁩니다.



조령 3관문으로 하산길.



3관문 가까이서 만난 성벽터.

이 성터는 조령의 북쪽 방향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역사에서 뭔가 하나가 올바르게 되었거나 또는 잘못되거나 하여 온 역사가 뒤바뀔 수 있는 계기가 많았는데 이곳 조령의 새재도 그 중 하나입니다.


임진란때 신립장군이 이곳에 진을 치고 왜군을 막았어야 했는데 충주 탄금대로 후퇴하여 왜넘들을 막는다고 했으니...

위의 성터는 웃기게도 그때 왜넘들을 막는다고 쌓은 성이 아닌 그 후대 북쪽에서 쳐 내려오는 오랑캐를 막는다고 쌓은 성입니다.

참으로 역사는 아이러니..






문경새재 3관문입니다.

조령고개..

옛 과거길 선비가 짚신 몇짝 봇짐에 달아매고 넘던 그 길..

대구에서 한양까지 빠르면 열흘이라 했는데..

왕복으로 치면 한달은 족히 걸리는 그 역사에..

그리움으로 목이 멘 그 아낙은 어떻게 지냈을까요?






색깔이 가을로 변해 갑니다.

올해는 여름 늦게 비가 내려 단풍이 너무 고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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