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작은 딸 아이 상견례 후에..
일요일에는 이런저런 일로 고향에 다녀 왔습니다.
군 입대 전 이야기 입니다.
장암리 동네 어귀에서 바라 본 호랭이 할머님 댁 감나무만 유독 붉은 색이더군요.
옆 집, 앞 집 모두 빈털털이 감나무인데...
(두가님 사진 차용)
할머니~ 저 군대 잘 갔다올께요~
" 그래 .. 이 눔아~ 군대가서 말썽 피우지 말고, 높은 양반들에게 잘 보여라 " 하시면서 등을 두들겨 주셨지요.
예 전에는 제 등판을 아플 정도로 때려 주시던 할머님이셨는데, 할머니의 매운 손 맛을 느낄 수 조차 없었습니다.
허리가 굽어도 너무 굽으셔서, 감나무의 열매는 딸 수가 없으셨던 겁니다.
감나무 열매는 앙상한 가지에 그대로 위태 위태하게 매달려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심으셨다는 그 감나무에서, 세월의 서글픔이 묻어 나는 듯 합니다.
제가 그나마 온전한 감을 몇개를 따려고 했더니 할머니께서 말리시더군요.
" 따지 말어라.. 눈으로 보는게 더 좋단다 " ... 지금도 그 말씀을 저는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
..
그 감나무는 흔적 조차 없습니다.
감나무만 아니라 할머님 댁 흔적 조차 없습니다.
아니군요... 이제는그 유년시절의 고향마을은 흔적 조차 없다는게 어제 제 눈에 비친 현실입니다.
작은 아버지의 서울 이사로 처분하신 할머님 댁..
제 유년시절 오줌싸개 녀석이 키를 쓰고서 징징 울면서 소금을 얻으러 다니 던..
그 아련한 추억마저 이제는 완벽할 정도로 흔적 조차 없었습니다.
방학 때면 오전 내내 인사를 드리러 다닌 던 고향마을은..
이제는 인사를 드릴 어르신들도..
반갑게 맞아 주던 사촌형제들도 다 떠나고...
인사를 드릴 친척집은 겨우 두 어 집 뿐...
서 이천 IC 근처에 아버님의 흔적이 담긴 나무 아래에서..
가져 간 막걸리를 뿌려 드리고 돌아 오는 길...
예 전에는 제사용기 들고서 지나 가기도 힘들었던 곳인데,
이제는 경운기나 차가 다닐 정도로 여유롭게 넓은 길로 변했습니다.
허리가 굽은 할머니를 하루 하루 더 닮아가시는 형수님...
손 맛 좋기로 마을에서도 소문이 자자 하셨던 그 형수님께서 전화통을 드시더니 자짱면을 시켜 주시네요..
..
세월이 흘러가긴 흘러 갔나 봅니다.
할머님도 가시고..
형수님의 손맛도 떠나고..
어린 시절 제 기억속의 동네 풍경도 모두 떠나고.....
안쓰러운 건...
이제는 고향마을을 방문 할 핑게꺼리가 없다는 겁니다.
더 안쓰러운 건, 하루의 해가 어김없이 저물어 가듯이..
언제가는 제 삶의 그림자도 짧아져서 제 육신이 돌아갈 고향마을에..
이제는 제가 편하게 누울 한 뼘의 땅 조차 없다는게 더 서럽더군요.
한 때는 그 이유를 친척분들의 땅에 대한 욕심 때문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는 덤덤하게 받아 들이게 되더군요.
그 이유는...
자네가 누구여 ?
누구네 집 아들이여 ... ?
이제는 제 얼굴이나 이름 조차 기억을 못하시는 어른신들 때문 입니다.
억척스럽던 삶의 흔적을 이제는 그 분들의 표정에서, 흔적 조차 찾아 뵙기 힘들더군요.
모두가 떠난 버린 고향마을 막둥이 딸과 다녀 온 후...
마음이 너무 허전해서, 그 마음을 접으려고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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