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들어가는 길목에 붕어빵 파는 곳이 있습니다.
다른 곳에는 2개 천원 정도 하는데 이곳에는 3개 천원입니다.
며칠 전에 이천 원어치를 사서 집에 가서 먹는데 한 개가 부족하네요.
오늘 퇴근하는 길에 들려서 천 원어치 사고 돌아서면서
"아줌마, 다음에 또 사러 올 테니 그때는 하나 더 주셔야 합니다." 하니,
아줌마가
"왜요? 뭐 잘못되었어요?" 하고 묻더이다.
"아뇨, 몇일전에 이천 원어치 샀는데 하나 덜 넣었더군요."
웃으면서 이야기하는데 아줌머니 정색을 하며 놀라면서,
"아이고, 정말 죄송합니다. 여기 하나 더 가져가세요. 하면서 두 개를 집어 듭니다.
"에구, 아녜요. 아주머니, 그냥 웃자고 한 얘기예요. 다음에 또 오겠다는 말이고요."
"아녜요. 아녜요. 가져가세요. 정말 죄송해요."
하면서 붕어빵 두 개를 들고 손수레 앞으로 나와 내가 가진 봉지에 담습니다.
조금 머쓱한 기분이 들더군요.
이게 아닌데….
그냥 농담으로 한 이야기이고 다음에 또 온다는 걸 정감있게 한 말인데….
너무 미안해하면서 무슨 큰 죄라도 지은 표정인 아주머니 얼굴을 보니 오히려 내가 너무 미안합니다.
결국, 두 개 더 담은 붕어빵 봉지를 들고 집으로 왔습니다.
아주머니한테는 몇 번이나 그게 아니라며 그냥 농담으로 한 이야기라고 강조하고,
집에 들어오니 꼬맹이 두 놈이 와 있네요.
에구, 이 넘들 와 있는 줄 알았다면 좀 더 사 올걸...
"뭐예요?"
"붕어빵"
봉지를 여니 다섯 개가 들어 있습니다.
"어머 또 하나가 부족하네요."
"아냐, 이번에는 천 원어치예요."
"천원에 세개 아녜요?"
"그럴 일이 있었어요."
꼬맹이들이 뜨거운 붕어빵을 두 손으로 잡고 호호 거리며 먹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합니다.
온기있는 세상을 만드는 이들이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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