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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꽃
문정희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꽃의 생애는 순간이다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아는 종족의 자존심으로
꽃은 어떤 색으로 피든
필 때 다 써 버린다
황홀한 이 규칙을 어긴 꽃은 아직 한 송이도 없다
피 속에 주름과 장수의 유전자가 없는
꽃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오묘하다
분별 대신
향기라니
술을 목 언저리까지 담고 이 詩를 읽는데 갑자기 목이 멘다.
이유가 뭘까?
세월을 넘기기 전에는 세월 속에는 절대 묻히지 않는 청춘이라 장담했었고
아득히 먼 나라는 오지 않는다고 했었다.. 불내, 불내, 不重來 ...
그때 어른들의 말이 맞았는데..
나도 그 뒤풀이를 하고 있다니.. 이런...
그런데, 진한 향기 한자락 남기고 미련 없이 사라지는 꽃에서는
오직 청춘밖에 없다.
늙은 꽃은 절대 없다는 것..
그러나,
생각해보니 사람도 늙은 사람은 없다.
인간이란 존재 그 자체가 바로 화려함이고 꽃이다.
순간이란, 시간이 아니라 의미이다.
이 의미 속에 존재하는 사람은 바로 꽃이 되는 것이다.
그걸 모르고 흘러가는 세월을 돌아보기만 했으니..
존재하는 것은 모두가 꽃이고
그 존재는 순간이란 걸...
흘린 눈물 한 방울 다시 거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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