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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

아도니스를 위한 연가 - 최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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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스를 위한 연가

 

최영미

 

 


너의 인생에도
한번쯤
휑한 바람이 불었겠지

바람에 갈대숲이 누울 때처럼
먹구름에 달무리 질 때처럼
남자가 여자를 지나간 자리처럼
시리고 아픈 흔적을 남겼을까

너의 몸 골목 골목
너의 뼈 굽이 굽이
상처가 호수처럼 괴어 있을까

너의 젊은 이마에도
언젠가
노을이 꽃잎처럼 스러지겠지

그러면 그 때 그대와 나
골목 골목 굽이 굽이
상처를 섞고 흔적을 비벼
너의 심장 가장 깊숙한 곳으로
헤엄치고프다, 사랑하고프다.

 

 

 

 

시집 '창비'에 발표된 최영미의 시입니다.

그녀의 최초 시집인 '서른, 잔치는 끝났다.'가 아주 유명했답니다.

서울대 출신에 학생 운동도 했었고 제작년에 미투운동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시 "괴물"을 발표하여 상당한 파문을 일으키기도 하였습니다.

 

위 시의 제목에 나오는 아도니스(Adoni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최고의 핸섬남입니다.

근데 불행히도 그는 아버지인 왕 키니라스와 키니라스의  딸 스미르나와의 불륜으로 태어난 아들입니다.

엄마는 누나도 되기도 하지요.

이 후 아도니스는 자라면서 두 여신과 사귀게 되고 사냥을 무척 좋아 했는데 사냥에 나서 멧돼지의 공격으로 죽고 맙니다.

이때 아도니스가 흘린 피에서 피어난 꽃이 아네모네...

 

이 시와 그리스신화의 아도니스가 뭔 관계가 있는지 확실치 않지만 그래도 시의 내용은 마음으로 많이 와 닿습니다.

'너의 인생에도 한번쯤 휑한 바람이 불었겠지'

내 인생에도 그런 바람 몇 번 불었는데 그때 내 손을 잡아 준 이가 생각납니다.

 

위 시는 헤어진 남자와의 감정을 담아 쓴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아도니스..

그를 위한 연가..

스스로의 마음을 쏫아내는 눈물 같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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