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요란한 트랙터 소리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창밖 풍경을 바라봅니다.
제가 사는 곳이 도로보다 높은 위치라 마을 전경을 바라보기가 좋습니다.
TV에서는 연일 코로나 뉴스로 정신없지만, 이곳에서는 피부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트랙터 소리는 모내기 준비 중인 논에 새로운 생명 안착을 위한 전주곡으로 들려집니다.
게으름을 떨쳐내고 고무장화를 신고 나가봅니다.
밤사이 고추 상추 작물들이 거센 봄바람에 잘 버텨냈는지 확인을 할 겸..
딸기가 익자마자 맛도 볼 사이 없이 까치가 먹는 바람에 ..
어설프게 친 딸기 하우스가 신통하게도 잘 버티고 있더군요.
호박
청경채
치커리
아욱
상추
처음 이곳에 자리를 잡은 후 ..
오랜 기간을 비워둔 집이라 자리 잡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쓸고 닦아도 한도 끝도 없었지만,
동파로 배관까지 터져서 다른 곳을 알아보려고 결심을 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 이만한 조건도 없지 싶네"…. 라는 생각에
낡은 배관과 각종 수전을 교체하고 터진 보일러도 수리했습니다.
요즘은 동네 주민분들이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 이제는 사람 사는 집 같구먼 ~" ..
텃밭을 만드는데 삽질 한 번에 지렁이들이 바글바글..
아! 살아 있는 땅이구나.. 그래서 고추 모종을 심고 비닐 포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까짓것 잡초가 자라면 직접 뽑으면 되는 거.. 남는 게 시간인데…. 하는 마음으로 비닐을 씌우지 않았습니다.
앙징맞게 고추가 열리기 시작합니다.
이른 시기에 심어서 거센 봄바람에 흔들리고 냉해를 입어서 맘고생을 했는데..
복숭아와 매실나무는 열매를 맺기 시작하고
죽은 나무인 줄 알았던 포도나무와 감나무 및 대추나무는 이제 잎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엄청 큰 뽕나무 입니다.
처음에는 일반 나무 인 줄 알았는데 조카사위가 알려 주더군요.
오디가 열리기 시작합니다.
포도나무입니다.
감나무
잡초인 줄 알았던 돌미나리..
조카의 조언으로 물을 듬뿍 주었더니 좀 보기가 그렇습니다 ↓
시골에서 산다는 게 예상은 했지만, 녹록지 않습니다.
한동안은 나만의 온전한 시간은 호젓하고 좋았지만,
해가 지고 나면, 불러주는 이도 없고 갈 곳도 없습니다.
퇴근 후 친구와 지인들과의 술자리가 그리워지더군요.
출출하다 싶으면, 짜장면이나 피자 같은 배달 음식을 시키기도 했는데..
시골 생활은 절대 낭만적인 삶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다행인 건은 혼자 식사를 해도 밥은 잘 먹고.. 텅 빈 안방에서 잠을 자도 무섭거나 외롭지는 않습니다.
하루라는 시간을 텃밭으로만 메우기는 너무 부족합니다.
그나마 주변에 볼거리와 산행지가 있어서 다행입니다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요. 무언가 소일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딸아이들이 하는 말 ..
"아빠 ! 일 할 생각 마시고 좋아하는 등산과 여행을 즐겨요. 그리고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
제 대답은 " 걱정마~ 심심할 틈 없으니.. "
요즘 저도 모르게 달라진 점은 달력과 시계를 거의 안 본다는 겁니다.
공포(?)의 월말도 모르게 지나가고..^^
아침에 일어나면 하루의 시작이고, 어영부영하다가 해가 지면 하루 끝입니다.
뭐 귀찮게 계획을 짜고 할 필요 없더군요. 일꺼리가 눈에 보이면 후다닥 ~
배가 고프면 밥하고.. 심심하면 곡괭이 하나 들고 뒷산에 오르고..
소일거리가 제게는 남은 숙제이고 과제입니다.
그 과제를 잘 할 수 있으리라 저 스스로 용기를 줘 봅니다.
"임마! 자네는 일을 만드는 데에는 천재 아니여? 자네는 할 수 있어"..
*
20 개월 예서 공주님 안부를 전해 드립니다.
낯가림도 심하고 새침데기 인 줄 알았는데..
엄마랑 외출을 하려고 하면 쪼르르~ 먼저 가서 문을 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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