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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일기

늦가을 운치 가득한 달성의 도동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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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에 있는 도동서원은 한훤당(寒暄堂) 김굉필(金宏弼)선생을 모신 서원입니다.

조선 5대 서원으로서 흥선의 서폐령에도 살아 남은 곳이구요.

다른 서원과 비교가 된다면 이곳저곳 재미있는 디테일이 있어 숨은 그림 찾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랍니다. (보기)

우리나라 서원 중에서 최고의 건축미를 자랑하는 곳이구요.

 

김굉필에 대하여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인물입니다.

김종직의 제자로서 조선 도학의 대종사라고 할 수 있으며 동방오현의 수현(首賢)이기도 합니다.

동방오현(東方五賢)이란 조선 도학을 이끈 다섯 현으로서 순서는 김굉필, 일두 정여창, 정암 조광조, 회재 이언적, 퇴계 이황입니다. 

도학이란 말은 요즘 말로 도덕이라고 보면 될 것 같네요.

김굉필은 김종직이 유발한 무호사화때 그 양반의 제자라는 이유 하나로 곤장 80대를 맞고 평안북도로 유배를 갔고 다시 전라도 순천으로 유배지를 옮겨 지내던 중 연산군 갑자사화때 지난 무호사화 죄를 추가하여 묻는 바람에 7년간의 귀양살이 후 효수 참형으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역사적인 가치와 함께 도동서원의 또 하나 볼거리는 서원 앞에 자리한 은행나무.

수령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생긴 모양새가 특이하고 가을에는 노란 은행잎으로 뒤덮여 정말 멋진 풍경을 연출하는 은행나무랍니다. (보기 : 2020년, 2021년)

 

올해는 조금 늦게 찾은 바람에 은행잎이 거의 떨어져 화려한 자태는 볼 수 없었지만 늦가을 운치는 더욱 진하게 느껴지네요.

 

 

 

낙동강변 대니산 아래 자리한 도동서원은 원래는 제산이라 불렀는데 한훤당이 이곳으로 옮겨 살게 될 때부터 대니산(代尼山)이라 불었다고 합니다.

산 이름을 풀이하면 공자님을 받드는 산이란 의미입니다.

 

 

다람재에서 내려다보는 도동서원.

 

 

김굉필의 외손자인 한강 정구선생이 심은 은행나무.

일명 김굉필 은행나무, 한훤당 은행나무라고도 합니다.

잎은 거의 떨어졌지만 바닥에 깔린 노란 카펫이 정말 예쁩니다.

 

 

도동서원 좌측 앞에 있는 비각.

이곳 옆 은행나무는 아직 노란 잎을 매달고 있네요.

 

 

 

 

 

도동서원의 입구 노릇을 하는 수월루

1605년에 도동서원이 건립되었는데 이 누각은 조선말 철종 때 지어졌습니다.

서원 출입문이 조금 가파르다는 이유로 이걸 지었다는데 반면 낙동강 조망을 막아버려 유홍준 교수는 이걸 많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환주문(喚主門).

주인을 부르는 문이라고 해석이 되는데 사람이 자기 마음을 향하여 ‘주인은 깨어 있는가’라고 물어본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주인이란 건 자기 마음을 의미하구요.

 

 

담쟁이도 온통 가을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도동서원의 돌담.

담장이 국가 보물 문화재로 지정이 되어 있는 유일한 곳입니다.

 

 

안쪽에서 본 환주문

바깥쪽 수월루가 막혀 낙동강 조망이 가리는 게 흠이기는 하네요.

환주문으로 들어오려면 머리를 잔뜩 수구리(?)야 합니다.

발도 조심해야 하구요.

바닥 가운데 꽃봉오리 모양의 돌부리가 있어 자칫 발을 차일 수가 있답니다.

구운 절병통으로 지붕 가운데를 장식한 것도 특이하고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나칠 수 있는 거북머리

중정당으로 가는 길목 깔림돌 끝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도동서원의 백미 중정당 석축

막돌로 그냥 쌓은 것이 아닌 그야말로 퍼즐게임으로 맞춘 조각 작품입니다.

크기와 색깔이 다른 돌을 가지고 이처럼 공을 들여 쌓았는데 이 사이에 여의주를 문 용두가 4개나 박혀 있습니다.

현재 하나만 진짜이고 나머지는 이미테이션으로 박물관에 따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게 진짜)

 

 

중정당 뒷문을 모처럼 열어두고 있네요.

사당이 올려다 보입니다.

 

 

사당 올라가는 돌계단 끝에도 이런 조각을 해 두었구요.

 

 

중정당 옆에 있는 판석을 얹은 사각 돌기둥은 생단이라 하여 제사에 올릴 고기를 검사하는 단입니다.

그 뒤 굴뚝은 제문을 소각하는 '차(次)'라는 시설입니다.

 

 

도동서원(道東書院) 현판은 선조 임금의 글씨

 

 

사당 올라가는 돌계단에 또 다른 조각.

잡귀가 올라오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하겠지요.

 

 

중정당 가늠쇠 구멍으로 본 수월루와 은행나무

 

 

서원 내부 구경하고 되돌아 나오면서 본 은행나무 뒤태

 

 

한횐당 묘소로 올라갑니다.

서원 왼편 옆길을 따라 500m 정도 산길을 올라야 합니다.

 

 

한횐당 묘소 올라가는 길

왼편 나무 아래 노란색 잎이 하나 떨어져 있는데...

 

 

자유낙하로 바람결을 따르던 이파리의 벌레 구멍으로 절묘하게 맞춰서 끼워져버린 나뭇가지..

 

 

한훤당 묘소

한훤당의 묘소 뒤로 또 하나의 묘가 보이는데 이건 한훤당 부인의 묘소입니다.

대개의 묘소는 윗대가 위에 있고 대가 밀릴수록 아래로 자리가 내려오는데 이곳 묘소는 부인이 위에 있고 남편은 그 아래 묘소를 쓰고 있는데 이걸 역장(逆葬)이라고 합니다.

조선 전기 이전의 장묘 예법이 정립되지 않았던 시기에 간혹 나타나는 형태라고 합니다.

 

 

산소 주변으로는 젖꼭지 같은 걸 묻어 둔 게 4곳 보이는데 저건 용도가 뭔지 궁금합니다.

 

 

 

 

 

하얀 들국화가 한송이 피어 있는 모습이 처연하게 보이네요.

 

 

다시 도동서원으로 내려와서..

 

 

 

 

 

도동서원 뒤편 언덕에 자리한 관수정입니다.

 

 

관수정(觀水亭)은 의병 활동을 한 한훤당의 5대손 김대진이 건립한 정자인데 그 뒤 소실되어 후대에 다시 지었다고 하네요.

 

 

장독 속에 뭐가 들어 있을까?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일품입니다.

낙동강과 도동서원이 한눈에 들어오네요.

 

 

다시 내려와서 은행나무 구경을 하고 있는데...

 

 

 

 

 

요즘 꼬맹이들 시즌 오프 철이라 졸업 사진(?)을 찍으러 많이도 찾아왔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 눈을 떨 수가 없네요.

 

 

돌아오는 길에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잠시 들렸습니다.

오래 전 딸 결혼때 화환도 보내 주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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