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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일기

선암사와 송광사를 품은 조계산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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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의 조계산에는 양쪽에 대단한 절집에 자리하고 있답니다.

동쪽은 태고종 총본산인 선암사이고 서쪽은 삼보사찰 중 승보 사찰에 속하는 송광사가 자리하고 있지요.

그러다 보니 산행 외에도 이것저것 볼거리가 가득한 곳입니다.

 

이맘때쯤에는 두 절집 다 매향으로 가득한데 선암사에는 무우전 앞 수령 620년이 넘는 우리나라 최고령 백매를 비롯 30여 그루의 고매들로 가득하답니다. 송광사에도 송광매라고 불리는 백매가 있는데 수령이 200년이 넘었구요.

오늘 현재 선암사 매화 개화는 약 50%.. 이번주말쯤 보기 좋게 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암사 입구에 있는 무지개다리 승선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홍예교로 알려져 있고 정월 초하룻날 똥을 싸면 섣달 그믐날 바닥에 닿는다는 선암사 뒷간 구경도 볼거리 중 하나이지요.

 

조계산 산행에서는 거의 도시락을 싸가지 않는데 산자락 아래 보리밥집에서 해결을 한답니다.

구수한 보리밥과 함께하는 동동주 한잔도 별미이구요.

송광사에서 3km 이상 산길을 올라야 만나는 천자암의 쌍향수는 이곳 산행에서 꼭 보기 지나가야 할 명물이구요.

송광사 뒤편 산길을 20여분 부지런히 걸어 올라가면 불일암이 있답니다.

법정스님이 혼란했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내려와 기거했던 곳이지요.

 

오늘 산행은 이 모든 걸 모두 차지했던 하루였는데 일정이 빠듯하여 19km의 산길을 5시간 반에 다녔으니 얼마나 날걸음을 했는지 짐작할 것입니다.

 

 

산행지 : 조계산

일 시 : 2023년 3월 13일

산행 코스 : 선암사주차장 - 선암사 - 장군봉(정상) - 배바위 - 보리밥집 - 천자암 - 송광사 - 불일암 - 송광사주차장

소요 시간 : 5시간 30분

 

지난번 가을 어느 날 조계산 산행 일기 : 이곳

선암사 매화 여행 : 1   2

송광사 가을 여행 : 이곳 

 

 

조계산은 해발 887m의 산으로서 산세의 규모는 대단하지 않으나 양쪽에 있는 사찰로서 더 이름을 많이 알리는 곳입니다.

현재 도립공원으로 지정이 되어 있습니다.

 

 

조계산 등산지도

오늘 제가 다녀온 구간을 파란색으로 표시해 두었습니다.

산행 코스 : 선암사주차장 - 선암사 - 장군봉 - 배바위 - 보리밥집 - 천자암 - 송광사 - 불일암 - 송광사주차장

 

 

가면서 잠시 쉬어간 지리산 휴게소.

지난겨울 눈구경하러 가면서 봤던 춘향이 커플인데 날씨 풀리니 제대로 보이네요.

그때는 이런(클릭) 모습이었답니다.

 

 

선암사 도착.

주차장에서 선암사까지 약 1km 정도 되는데 앞쪽으로 조계산 정상인 장군봉이 올려다 보이네요.

 

 

늘 봐도 멋진 승선교.

불국토 부처님의 세계로 이어지는 무지개다리.

조선 후기 작품입니다.

중생계 저잣거리에서 생사윤회에 목메어 얄팍하고 혼탁한 세상에 길들여져 있다가 이 다리 위에 서서 잠시나마 눈을 크게 떠 봅니다.

다리 밑 뒤로 보이는 건물은 강선루.

 

 

이번에 국가 보물로 지정이 된 선암사 일주문.

선암사가 임란과 병자호란으로 절집이 모두 불타 사라졌는데 유일하게 남아서 그때 역사를 품고 있는 건물이 일주문.

 

 

六朝古寺(육조고사)란 현판이 보이는데 절집에서 대웅전 올라가기 전 먼저 만나는 만세루 건물입니다.

초파일이 아직 한참 남았는데 벌써 등잔치를 하고 있네요.

 

 

대웅전 건물

이 건물은 조금 특이한데 중앙으로 스님들이 드나드는 어간문이 없답니다.

스님들도 중생들과 마찬가지로 옆문으로 드나들어야 해서 느낌이 나쁘지 않음....ㅎ

선암사 특징 중 하나가 더 있다면 천왕문이 없답니다. 사천왕문이라고도 하는 절집 필수 아이템인데 이곳 선암사는 뒷산 정상이 장군봉이라 졸개들이 절을 지킬 필요가 없다고 해서리..

 

 

선암사 매화는 현재 딱 이 정도.

대포를 가지고 멀리 대전에서 오신 분이 허탈해하시네요.

다른 이들 최근 사진 보면 개화만발한 사진들을 올려놨던데 이게 모두 검색 유도를 위한 지난해 사진들... 그러면 안되유.

현재 개화는 약 50%.

이번 주말부터 꽃잔치 시작 될 것 같습니다.

 

 

이 홍매가 만개하면 아주 예쁜데 개화가 덜 되어 아직은 처녀티가 나네요.

위아래 사진들에 보이는 매화들이 모두 선암매로서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어 있습니다.

 

 

 

 

 

 

 

 

 

 

 

선암사 명물, 누워있는 소나무.

옆으로 비스듬히 자라고 있는데 이 형태로 500년을 버티고 있는 생불 같은 소나무랍니다.

 

 

선암사 해우소.

우리나라에서 아주 최고로 유명한 변소이지유.

근데 제 기억으로는 제가 아주 오래전 이곳에 들렸을 때는 분명 지금의 이 건물이 아니었고 정말 높았는데 그 기억이 맞다면 이 해우소는 새로 개량을 한 것이네요.

 

 

선암사 구경 마치고 본격적으로 산행 시작.

선암사 가장 좌측 산 자락 아래 등산로가 시작됩니다.

이곳부터 정상까지는 약 2.5km로서 꾸준한 오르막 구간이구요.

 

 

중간에 만나는 대각암에는 노란 산수유가 곱게도 피었네요.

 

 

정상을 치어다보며 가파른 산길이 이어집니다.

오늘은 절집 투어에 중점을 두고 산길을 곁눈 돌리지 않고 냅다 달립니다.

 

 

암자터를 지나게 되구요.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500m.

 

 

추월하고.. 추월하고..

 

 

장군봉 정상

양쪽의 정상석에 표기된 해발 높이가 4m나 차이가 납니다.

실제 장군봉은 887m로 알려져 있구요.

그럼 둘 다 엉터리??

 

 

정상에 시설물이 있는 건 모후산이겠지요.

그 우측은 산 모양새이 틀림없는 무등산이네요.

 

 

며칠 만에 미세먼지 약간 덜한 날인데 그래도 먼 곳 조망은 뿌옇게 보입니다.

하산 방향.

 

 

정상에서 조금 내려오면..

 

 

배바위를 만나게 됩니다.

이곳 바위에는 여러 가지 전설이 많은데 대표적인 건 온 동네가 물에 차서 이곳에 배를 묶었다는 것...

밧줄을 잡고 15m 정도 올라야 됩니다.

 

 

배바위 조망

바로 아래로 선암사가 내려다보이고 멀리 상사호가 보입니다.

날씨 맑으면 남쪽 바다도 뚜렷한데 오늘은 약간 아쉽네요.

 

 

정상인 장군봉도 올려도 보이구요.

 

 

당겨서 본 선암사

 

 

배바위 파노라마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작은 굴목재를 거쳐 장박골 계곡으로 길게 하산합니다.

 

 

겨울이 아직 조금 남아 있네요.

 

 

보리밥집 도착.

오래전 병을 고칠려고 들어온 분이 이곳에서 병이 나아 그 뒤 보리밥집 장사를 시작했다는게 원조라든가??

 

 

혼밥이라 주문하기 조금 미안했는데 그래도 정성 가득한 밥상입니다.

이런 맛깔스런 상차림 가격은 8,000원.

옛날에 6천원할 때 먹어보고 처음입니다.

 

 

요렇게 비벼서...

 

 

요렇게 먹으면 됩니다.

 

 

벼릉빡의 낙서 구경도 좀 하고..

 

 

다시 산을 올라갑니다.

방향은 송광사로...

 

 

서어나무가 독수리 발톱되어 참나무를 불가사리 하고 있네요.

 

 

이곳에서 좌측 천자암 쪽으로...

천자암까지 1.8km.

 

 

천자암 가는 길..

 

 

산길을 한참 걸어서 천자암 도착.

 

 

이곳 견보살 송돌이가 마구 짖다가 산적 같은 내 인상에 꼬리를 내리고 슬그머니 뒤를 졸졸 따라다닙니다.

천자암에 오는 이유는 이곳 명물 쌍향수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수령 800년인 향나무 두 그루가 용틀림으로 기대어 자라고 있답니다.

그 앞에는 지난번에는 없던 미륵반가불상이 자리하고 있네요.

 

 

이 나무들은 곱향나무로서 북한에는 있는데 남한에서는 이곳 천자암 향나무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크기도 상당하지만 뒤틀린 그 모양새가 정말 신기하답니다.

 

 

여타 이런 고목들이 흔히 누구네 지팡이 꽂아서 자랐다는 전설이 있는데 이 곱향나무도 고려 때 보조국사와 담당국사가 중국에서 집고 다니던 향나무 지팡이를 꽂아 두었던 게 이렇게 되었다는...

 

 

 

 

 

 

 

 

한참이나 머물며 쌍향수 구경하고..

다시 송광사로 내려갑니다.

 

 

천자암에서 송광사까지는 3.8km의 산길.

 

 

거시기 머시기 야생화들이 이곳저곳 보이네요.

이거 므슨 꽃이게 하고 님에서 물었더니 복수초와 얼레지라고 합니다.

 

 

 

 

 

음지가 양지되는 곳은 땅이 녹아서 질퍽거리는데 여기서 미끄러지면 흙똥바지되지유...

 

 

송광사 도착.

이곳에서 가장 대표 풍경입니다.

 

 

노란 산수유가 정말 예쁘게 피었네요.

 

 

송광사 명물, 비사리 구시

국재 지낼 때 사용했던 것인데 밥을 퍼 담아 두는 나무 용기로서 대략 4,000명분 밥을 보관할 수 있답니다.

 

 

매향 가득한 경내 구경을 하고..

 

 

 

 

 

산길을 돌아 올라 불일암으로 향합니다.

송광사에서 불일암까지는 약 1km 이상. 천천히 30분, 빨리 20분.

 

 

이곳으로 오르는 숲길 이름은 무소유길입니다.

무소유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걸 말하는 게 아니고 불필요한 걸 가지지 않는 것이라고 법정스님께서 정의를 하셨지요.

 

 

오늘 산길에서는 토끼가 되고,

절에서는 거북이가 됩니다.

 

 

불일암 도착

1975년 그동안의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이곳 불일암으로 온 법정스님.

이때 암자 이름은 자정암으로 비어 있었답니다.

그 암자를 허물고 순전히 인력만으로 지은 건물이 현재 불일암.

설계 담당자는 법정.

이곳에서 1992년까지 머물렀답니다.

 

이곳에서 17년을 머물렀는데 그 뒤 강원도 산골에 들어가 지내다가 1996년 제가 좋아하는 시인 백석의 연인이었던 대원각의 오야마담 김영환의 간절한 부탁으로 대원각 요정을 길상사로 개조하여 회주가 되었구요.

불일암 앞의 잎이 나지 않은 하얀 나무가 후박나무인데 법정스님의 사리는 저곳 나무 아래 모셔져 있답니다.

 

 

단출한 모습의 불일암.

 

 

암자 앞에는 스님이 직접 만든 의자가 놓여 있습니다.

일명 빠삐용 의자라고 하지요.

그 위에는 사탕바구니가 있고 방명록과 누구든지 가져갈 수 있는 책갈피가 있습니다.

스님의 말씀들이 적혀 있네요.

 

 

식당채로 쓰였던 하사당 건물

텃밭이 정갈합니다.

 

 

이곳 불일암이 이전에 자정암일 때 암자를 만든 자정국사의 부도비입니다.

불일암 우측 산기슭에 있습니다.

 

 

스님께서는 생전 유언으로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 말고 탑도 세우지 말라고 하셨는데 일부 사리는 수습이 되었나 봅니다.

이곳 불일암 앞 후박나무 아래에 모셔져 있네요.

 

 

불일암에서 내려다보는 텃밭 풍경.

 

 

사람의 인적과 세상의 소리와 뚝 떨어져 있는 이 외진 암자에서 17년을 지낸 법정 스님.

근대 불교계의 큰 어른으로서 성철스님과 함께 참 존경스러운 분입니다.

 

 

한켠에 있는 이 건물이 뭔가 참 궁금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여름의 샤워장 용도라고 되어 있네요.

 

 

조계산을 찾아왔지만 내심 이곳저곳 그리운 곳들을 찾았던 하루가 되었답니다.

산길에서는 급하게 걷고 절집에서는 숨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머물렀네요.

아직 꽃은 다 피지 않았지만 꽃을 기다리는 시간이 바로 봄이 아닐까요?

 

내 인생의 꽃 피던 화양연화는 언제였을까.. 부질없는 생각을 하며 산을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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