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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엄마,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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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지지리도 더웠다.

92세의 시골 엄마는 더욱 힘들었고..

뭔가 국가의 관리를 받고자 요양 6등급을 겨우 받았는데 이건 아무 소용없었다.

오히려 일주일에 한 번 와서 엄마 상태를 확인해 주던 보건소 관리사가 더 오지 않게 되었다.

 

급하게 등급변경 신청을 하여 다시 어찌저찌하여 5등급을 받았고 

이제는 요양사가 낮에 집에 와서 2시간 엄마를 케어하게 되었는데 

시골이라 관리가 엉성하다.

우리 고향에는 합천댐이 있어 수자원에서 이윤의 30%를 지역에 환원을 하는데 그중 하나가 시골 노인들을 위한 멋진 뷔페식당이다.

65세 이상 노인들은 무료.

아주 식단이 잘 나온다.

 

주간 요양사는 매일 엄마를 모시고 그 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하고 집에 와서 화투 한판 치면 2시간 일과가 끝난다.

집에 에어컨이 있어 요양사한테 24시간 무조건 틀어 놓으라고 하는데 엄마는 혼자 있으면 이걸 꺼 버린다.

다시 틀 줄은 모르고.

 

그러다 보니 여름에 엄마는 몸이 극도로 쇠약해졌다.

오남매 자식들은 그전에는 자주 드나들다가 요양사가 엄마를 케어하니 그것만 믿어 조금 소월해지고.

그리하여 어느 날.

 

여름휴가로 어느 섬에 가 있는데 시골에서 연락이 왔다.

상태가 좋지 않다고.

급하게 시골로 달려가니 그 사이 바로 밑의 동생이 어느 정도 수습을 하여 엄마는 안정이 되어 있다.

다만 몸이 많이 쇠약해져서 그동안 없던 변실금과 요실금이 생겼다.

흔히 하는 말로 시때없이 변을 지린다. 오줌을 지린다는...

여름에 생긴 그 증상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전부터 약한 치매 증상까지 있어 거의 5~6년 이상 약을 들고 계시는데.

 

엄마를 누가 밤에도 관리를 해야 하는데 난감하게 된 것이다.

시골 동네에 광고를 내었다.

엄마와 밤에 잠만 같이 자고 목욕만 시켜주는 할머니를 모집한다고..

낮에는 요양사 있으니 되었는데 밤에는 무섭다고 한다.

시골에서는 괜찮다 싶을 정도의 금액인데도 아무도 호응이 없다.

내용을 알아보니 당사자는 그러고 싶은데 그 자식들이 용납을 하지 않을려 한단다.

 

당신 스스로도 엉망이 되어 견디지 못하는 엄마.

엄마가 여동생한테 가 있고 싶다고 한다.

우리 집의 4남 1녀 중 막내가 여동생이다.

엄마가 가장 만만하게 생각하는 자식이고..

 

여동생은 엄마가 그리하니 집에 모시고 가겠다고 한다.

여동생은 낮 동안 주간보호센터에 엄마를 맡겼었다.

그리고 딱 일주일만에 엄마는 다시 시골로 내려 보내졌다.

여동생은 혼자 감당하기 힘들다며 형제들이 여럿이니 일주일씩 돌아가며 돌보자고 한다.

여동생이 두 손 든 것이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는 동생이 전화가 왔다.

자기가 먼저 일주일 시골에 내려가서 엄마를 돌보겠다고..

하지만 그게..

 

혼자 많은 고민을 했다.

고민의 결과는 내가 엄마를 돌보는 것으로..

그래도 내가 맏이인데.

형제들끼리 돌아가면서 엄마를 돌보는 것도 쉽지 않고 엄마를 매일 씻기고 밤에는 무섭다고 하여 같이 자야 하는데..

내가 대구에서 시골로 출퇴근을 하면서 낮에는 요양보호사한테 맡기고 저녁에는 엄마를 씻긴 후 같이 자고 아침에 회사로 출근하면 될 것 같았다.

 

그날 저녁 업무를 마치고 시골로 내려갔다.

바로 밑의 동생도 와 있었다.

동생은 처가 없다. 경남에서 가장 큰 싱크사업을 하다가 일이 꼬여서 가정사와 모든게 엉망이 되고 지금은 개인 일을 하면서 시골에 자주 드나든다.

 

동생과 이야기를 나눴다.

"니랑 나랑 엄마 한번 맡아보자."

"예, 형님 그렇게 한번 해 봅시다."

라고 호응을 해 준다.

 

술을 마셨다.

취하도록..

맨 정신으로는 엄마를 벗겨서 맨 몸을 보면서 씻길 수가 없었다.

술의 힘을 빌리고자 하는데 정신은 더 맑아진다.

도저히 그리 할 수가 없었다.

 

담날 대구 올라와 집사람한테 그런 기분을 이야기하니. 

망설임 없이 잘라 말한다.

"내가 돌보테니 모시고 오세요."

 

그렇게 하여 8월 18일.

일요일 저녁에.

엄마는 우리 집에 오셨다.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서는 엄마.

앞에서 두 손으로 엄마를 맞는 큰며느리의 손을 맞잡으면서 엄마는 며느리와 눈이 맞자 엉엉 우신다.

"내가 미안하다."

"내가 미안하다."

엄마가 우는 모습을 처음 본다.

 

집사람은 곧장 안방 화장실로 모시고 가서 엄마 목욕을 시킨다.

30여분 후 안방에서 나온 엄마 얼굴이 환하다.

변도 지리고 오줌도 지리는 엄마를 며느리가 씻기는 게 쉬운 일일까?

의외로 집사람은 의연하다.

 

지난 여름의 우리 집에는 딸의 집 에어컨이 고장 나서 모두 우리 집에 와서 지내고 있었다.

엄마 오시고 딸네 식구 다섯 명과 우리 식구 두 명, 엄마까지.. 모두 8명이 한집에 살게 되었다.

딸은 엄마를 닮아 할머니한테 정말 잘해 주었다.

사위와 꼬맹이들도 익숙하게 잘 대해주고..

딸은 할머니 먹던 숟가락을 대수롭잖게 자기 입으로 가져가서 먹는다.

나는 지금도 딸한테 너무나도 고맙다.

 

그 대신 나는 늘 엄마한테 서먹서먹하다.

10살 때부터 공부한다고 외지에서 도시생활을 한 나는 엄마와 같이 살아 본 세월이 많지 않는데가 시골에서만 평생을 보낸 엄마의 습성이나 행동들을 곧장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게 많다.

치매까지 조금씩 심해져 옆에 앉아 이야기를 할라치면 했던 질문 또 하고 또 같은 이야기 하고..

간혹 당신을 돌보는 며느리가 섭섭해할 이야기도 거리낌 없이 하고.

 

그래도 매일 저녁 집사람은 엄마를 씻긴다.

기저귀도 채워 드리고 입었던 옷은 모두 갈아입히고 세탁을 한다.

엄마는 큰방에 주무시고 우리는 작은방에서 잔다.

처음에는 같은 방에서 잤는데 엄마가 잠꼬대가 너무 심하다.

아침에는 엄마 일어나면 기저귀 새로 채우고 속옷부터 모두 새로 입히고 과일이나 뉴케어 한 컵을 갇다 주면서 얼굴에 로션 바르고 머리에 물칠을 하여 손으로 비벼 주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뒤돌아서 눈물이 난다.

엄마 메고 가는 작은 가방에다 매일 친구 할매들한테 나눠 주라고 과자를 넣어주는 일도 잊지 않는다.

 

일을 가지고 있는 집사람과 내가 아침에 먼저 집을 나서고 한참이나 있다가 요양사가 와서 엄마를 모시고 간다.

그리도 오후 5시경에는 요양사 손에 이끌려 엄마가 집에 먼저 와 있고 집사람과 내가 한참이나 있다가 들어온다.

그 시간을 엄마는 가장 힘들어한다.

그러다보니 모든게 엄마한테 맞춰진 시계로 일과를 움직여야 한다.

그러다가 토요일 저녁이 되면 동생이 와서 엄마를 시골로 모셔가고 1박 2일동안 시골에 머물다가 다시 일요일 저녁에 모셔 온다.

 

귀가 많이 어두운 엄마.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집사람은 엄마 옆에서 귀에다 대고 큰 소리로 하루 일과를 묻는다.

나는 한 칸 옆에서 TV를 보면서 못 들은 척한다.

엄마는 장남인 나한테는 늘 눈치를 본다.

치매가 걸리셨는데도 그것은 변함이 없다.

 

추석에 형제들이 모여 의논을 했다.

도시 사고에 물든 형제들이 현실적이라며 내린 결론은 결국 요양원에 모셔야 된다는 것이다.

귀가 어두운 엄마는 그런 형제들 옆에서 눈만 껌뻑거리다가..

"내 요양원에 내다 버릴라 그러제?"

하신다.

모두 할 말이 없다.

 

엄마가 우리 집에 온 지 대략 한 달 하고도 보름정도 지났다.

그동안 집사람은 변함없이 엄마를 모셨다.

다시 또 엄마를 등급을 4등급으로 올려놨다.

4등급에서는 치매가 있어야 요양원에 갈 수 있다.

 

형제들과 의논한 날짜..

엄마가 요양원에 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 집사람이 그동안 엄마 입었던 옷에다가 전부 손바느질로 하얀 명찰을 달면서 나한테 엄마 이름을 써라고 한다.

요양원에 가져다줘야 할 것 같다며 세탁을 하면 엄마 옷이 섞일 수도 있다며..

가슴이 메어온다.

 

동생들한테 이야기를 해 두었다.

요양원에 엄마 모시고 가는 건 너희들이 좀 해라.

난 도저히 엄마 손을 잡고 요양원 문을 들어 갈 수 없다.

 

어릴 때 내가 아프면 십리고 백리고 업고 뛰었을 엄마.

가장 부드럽고 맛난 것을 자식 입에 떠 먹였을 엄마.

두 손이 다 닳도록 자식들 잘 되기만을 빌고 빌었던 엄마.

당신 몸이 다 부서져라 억척 농사로 다섯 남매를 무사히 키워 내신 엄마를...

 

못난 자식이 이제 그 엄마를 ...

엄마, 정말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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