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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배추 60포기 김장을 한 어느 머스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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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말경에 처가댁에 들려 장인어른 생신으로 식사를 같이하고 돌아오면서 배추를 60포기 정도 뽑아 왔습니다.

집 김치냉장고 두곳에는 아직도 2013년 제조분 김치부터 년년식으로 저장이 되어 있는데 조금만 가져 가자니 이리저리 이웃과 나눠 먹기도 하고 딸네와 같이 먹어야 하니 이 정도는 되야 한다며 승용차 드렁크와 뒷좌석에 가득 한 차를 실고 왔답니다.

 

한 일주일 후에 담을 작정으로 제가 신문지로 모조리 싸서 빈 방에 쌓아 놓았답니다.

그러던 중 아내가 갑자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배추를 버릴수도 없고하여 그동안 아내 옆에서 김장てもと를 몇 년 해 본 경험을 살려 저 혼자서 한번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가장 문제는 역시 양념장 만드는 것...

이건 아내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 병원에 있는 아내와 수시로 통화를 하면서 일박 이일동안 배추 60포기로 김장을 담았는데...

그 역사를 이곳에 기록하여 봅니다.

 

준비물

주재료 - 배추, 고추가루, 마늘, 생강, 찹살, 배, 굴, 무우, 멸치, 다시마, 밴댕이, 북어대가리, 흑새우, 대파, 양파, 소금, 젓갈, 새우젓, 대봉감홍시 등등

부재료 - 비닐봉지 엄청나게 큰거 몇 개, 바닥에 깔 매트(버려도 좋은 것), 다라이(대야) 있는대로 모조리, 물빠짐이 좋은 채반 있는대로 모조리, 바가지, 고무장갑 특대, 담을 통 다수... 등등 아주 많음

 

사전 준비작업

마늘까기 : 육종마늘을 낱개로 분리하여 커다란 대야에 물을 붓고 그 속에 담아 두었다가 하나씩 까는 작업 : 저녁 8시에 시작하여 새벽 1시에 끝남.(김장 담고나서 많이 남아서 갈아서 비닐팩에 넣어 냉동보관 중.)

이거 몇 시간 까고 나니 마트에 가서 깐 마늘 파는게 예사로 보이지 않네요.

마늘 까는 요령 : 이번에 습득한 것인데 약간 미지근한 물에 푹 불려서 조그만 과도로 뿌리부분의 지저분한 곳을 싹뚝 자르면서 까 내리면 조금 쉽기는 합니다.

 

금요일 저녁 마늘 깐다고 너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 탓인지 무지 피곤하여 토요일 늦잠을 푹 자고 일어날려 했는데 꿈에 배추포기가 날아 다니고 온 집안에 묻은 마늘 냄새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양념장 만들기

예년에는 이런저런 다양한 재료를 써서 배추속을 만들었는데 올해는 그냥 간단하게 양념장을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위의 주재료 중 무우와 멸치, 다시마, 밴댕이, 북어대가리, 흑새우, 대파, 양파 등등을 넣어서 푹 고운 것이 '다시물'입니다.

이 다시물에다 고추가루를 넣고 마늘을 넣은 다음 고무장갑 끼고 약 삼십분간 주물러면 맛난 양념장이 됩니다. 간은 젓갈로 하면 됩니다.

이걸 그대로 배추 속에 넣는 것이 아니고 마지막 김장 만들기 단계에서 배를 갈아서 만든 것과 식힌 찹살풀, 그리고 무우채를 넣어서 최종 양념장을 마무리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작년부터 저희들은 김장 양념장에다 설탕 대신 대봉감 홍시를 넣는데 이게 김장을 아주 맛나게 하였습니다.

이번에도 대봉감 홍시 약 30개 분량을 넣었습니다.

 

배추 다듬기

배추를 신문지에 오래 싸 놓았으니 겉면이 많이 상했습니다.

이걸 모조리 벗겨내니 쓰레기가 엄청나게 생겼구요.

이걸 어떻게 처리하지 못해 어른 두명을 가둘만한 비닐봉지에다 담아서 수레에 실고 음식쓰레기로 버릴려고 가니 이건 그냥 쓰레기 봉투에 버리라고 적혀 있네요.

100L 쓰레기봉투를 구해와서 다시 이걸 옮겨 담을 수는 없고하여 쓰레기봉투를 칼로 펼쳐서 기존 비닐봉지 겉면에 발라두고 올라 왔답니다.

조금 있으니 경비아저씨 폰이 와서 이 물건이 쓰레기 차 회전 부위에 올라가지 않을 것 같으니 다시 재 작업을 하랍니다...ㅠㅠ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혹시 그렇게 못 실게 되면 그때 다시 옮겨 담을테니 한번 두고  봐 주시라고 하였는데 그 뒤 소식이 없는 걸 보니 어찌어찌 수거는 해 간 모양입니다.

 

배추 절이기

토요일 오후 5시 무렵 배추를 절였습니다.

배추는 궁뎅이를 최대한 싹둑 자르고 그걸 다시 궁뎅이를 기준으로 살짝 칼집을 넣어 배추를 두 조각 냅니다.

그 다음 반 토막이 된 배추 궁뎅이에 다시 칼집을 살짝 넣어 놓습니다.

이곳은 나중에 간소금 넣을 곳입니다.

대야 서너개를 나란히 놓고 미지근한 온수를 털어 둔 다음 이곳에 천연소금을 녹을 수 있는 만큼 넣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간으로 칠 소금을 일부 준비 합니다.

그 다음 미리 마련해 둔 손질 된 배추를 대야에 담아 마구 휘저으며 간을 배게 합니다. 이 작업이 가장 중요하고 숙련도가 요구되는 작업인데 저는 이게 잘 되지 않아 나중에 배추가 숨이 좀 덜 죽는 현상이 생겼답니다.

일단 소금간물에 배추를 푹 담아 휘저어서 간을 맞춘 다음 궁뎅이 칼집 부근에 소금을 조금 뭍혀서 이걸 커다란 비닐포대기에 차곡차곡 담습니다. 적당한 양이 담기면 비닐 주뎅이를 묶습니다.

비닐포대기를 이용하는 이유는 숨이 잘 죽게 하기도 하거니와 뒤집기가 좋다는 잇점이 있습니다.

 

절인 배추 헹구기

배추 절이는 시간은 매우 중요한데 제가 토요일 오후 5시경에 배추를 졀여 놓고 아내한테 전화를 하니 내일 새벽 5시쯤 건져내어 헹구면 된다고 합니다.

긴장된 밤을 다시 뜬 눈 비슷하게 보내고 이튿날 일요일 새벽 4시에 기상...

이날 날씨는 왜 그리 춥던지..

뒷쪽 베란다의 배추 씻을 장소에 쭈그리고 앉아 비닐포대기를 풀어 물에다 배추를 풀어 놓는데 설움이 북받쳐 ......

암튼 그렇게 한참을 걸려 배추를 씻어서 대야란 대야를 총 동원하여 엎어 놓고 그 위에다 채반형의 물이 빠지는 소쿠리등을 얹어 놓고 배추를 차곡차곡 쌓아 두었습니다.

배추가 제대로 숨이 죽지 않아 기운이 펄펄 살아 있습니다.

 

배추 치대기

치대기(?)란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김장의 최종 단계입니다.

씻어 논 배추가 물이 다 빠지면 이곳에다 양념을 마구 뭍히면 되는 것입니다.

이때 일꾼 두 명이 지원을 왔습니다. 딸과 손자 담이... 일단 한 명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바닥에 자리를 깔고 그 위에다 양념과 배추를 있는대로 갇다 놓고 딸과 둘이서 김치를 제조 합니다.

이건 수년에 걸쳐 많이 해 본 일이라 아주 능숙하게 할 수 있습니다.

김치 냉장고 통이 하나하나 채워지고 빈 대야는 늘어 납니다.

딸은 굴 김치를 무척이나 좋아하여 굴 김치 위주로 작업을 하였습니다.

 

뒷 설겆이

사실 배추김치 담는 공정 중 가장 하기 싫은 일이 뒷 설겆이 입니다.

이리저리 남은 찌꺼기 치워야 되고 고추가루가 묻은 온갖 그릇들을 씻어야 되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기존 가득 채워져 있는 김치 냉장고를 어떻하던 정리를 하여 새로 만든 김치를 넣어두어야 하는데 이것도 온갖 머리를 굴려야 합니다.

암튼 김치를 다 담았습니다.

그리고 커다란 쓰레기 봉투에 다시 쓰레기를 한 가득 담아 버리고 이러저리 어질러져 있는 그릇과 대야들을 씻어 말린 다음 집 안 청소를 깨끗이 하고 나니.. 그제사 김장의 긴 역사가 끝이 나네요.

 

에필로그

1박2일의 김장 담그기 작업이 끝나고 아내한테 김장 끝냈다고 보고를 하니 수고 했다면서 낼 저녁에 한포기 병원으로 가져 오라고 하여 그 다음날 저녁에 가장 맛나 보이는 조각을 예쁘게 썰어서 병원으로 가져 갔답니다.

다시 그 다음날 아침 통화에서 김치가 보기보다 맛나기는 한데 풀이 덜 죽어 조금 아쉽다는 맛 평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먹을만은 했다네요.

 

정말 수고하셨다는 칭찬과 함께...

 

 

(위 내용은 지금부터 일주일 전의 이야기입니다.)

 

 

 

 

위 사진의 칼은 아직까지 저희 집 주방에서 사용하고 있는 칼인데 오래 전 일본에 연수차 가서 사 온 것입니다.

아내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이걸 정 같은 조각으로 새기는데 약 10초 정도가 걸렸습니다.

이걸 조각하는 사람은 주인 아들이고 이 집 주인은 5대째 내려오는 가게를 이어받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아마 지금쯤 이름을 조각하던 그 아들이 가게를 물려받아 대를 잇고 있을 것 같은데 일본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장인 가게라고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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