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모처럼 원미시장에 갔습니다.
원미시장서 막둥이가 좋아하는 마늘종 하고 밑반찬 몇 가지를 사서 나오는데..
과일가게에서 모처럼 살구를 보고, 제 유년 시절 기억이 떠올라서 사왔습니다.
그 살구를 사 오니 막둥이 녀석이 묻습니다.
"아빠 무슨 과일이야 ? "...
요즘 젊은 친구들은 수입 과일은 잘 알아도
국산 토종 살구를 접할 기회가 적으니 모르는 친구들이 많군요.
초등학교 3학년 때에 아버님께서..
경찰병원 공사 현장에서 사고로 잠시 고향 할머님 댁에서 지냈습니다.
할머니 아랫집에는 늘 깔끔하게 한복을 입고 다니시던 할아버지께서 사셨습니다.
호랑이 할머니처럼 동네에서 무서운 분으로 유명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흰 눈섭에 흰 수염에 호통 소리가 쩌렁쩌렁~~
할머니 집은 산 언덕 중간쯤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아랫집 호랑이 할아버지 댁이 훤히 내려다보였습니다.
경계선인 돌담의 높이는 제 허리 정도였습니다.
그 할아버지 댁에 살구가 열리면 개구쟁이 사촌 형제들은 따 먹을 엄두를 못 냈습니다.
땅에 떨어진 살구를 주워 먹다가 걸리면,
호랑이 할아버지의 호통 소리와 함께 지팡이로 맞기 일쑤였습니다.
언젠가 땅에 떨어진 살구를 멍하니 바라보니 그 살구색이 너무 좋았습니다.
중학교 들어 가기 전까지 잠자기 전에 늘 어머니 가슴을 만져야 잠이 오곤 했습니다.
그 살구를 보니 어린 저는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서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서울서 아버지 사고로 잠시 헤어져서 내려온 어린 제가 안쓰러워서 그러셨을까요 ?
그 호랑이 할아버지는 살구나무에서 잘 익은 살구 몇 개를 저에게 따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사 온 살구를 잘 닦아서 거실 탁자에 올려놓으니...
어린 시절의 그 아련했던 기억의 원형은 많이 손상되었지만,
잠시 가족과 헤어져 살았던 어린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살구가 열리는 계절이 되면 제 유년 시절의 추억을 반추합니다.
그 경험은 무엇이었을까요 ?
유년 시절 언젠가는 제 부모님과 이별을 한다는 사실과..
그 잠시의 이별을 통해서 성장의 과정을 눈치챈 것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제 고향인 장암리 마을은 이제는 세련된 모습입니다.
서울서 내려와서 사시는 분들이 이제는 고향 마을의 주인이더군요.
초가집도 없어지고..
웟마을 아랫마을 경계선이던 시냇가도 없어지고..
할머님 댁도.. 할아버지 댁도 다 사라졌습니다.
개구쟁이들의 군침을 돌게 했던...
살구나무도 함께...
..
그나마 다행 인 것은...
제 머릿속에는 고향마을의 고즈넉한 풍경과
호랑이 할아버지께서 어린 저를 보시면..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추억은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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