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분지형 도시라 어지간하게 맑은 날을 제외하고는 대구 외곽의 근교산행지에 올라서 도심을 조망하면 거의 뿌옇게 보인답니다.
한때 우리나라 3대 대도시에 속한 곳이기도 했고 섬유의 메카로서 수출 일등공신의 도시이기도 했던 대구는 지금...
잿빛 도시가 되어 있답니다.
정말 너무나 아쉬운 것은 90년대 초반 대구 섬유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할 때 좀 더 알차게 섬유 육성 산업을 했더라면 아마도 내가 즐겨 입는 등산복들이 우리나라 메이커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요즘 등산복 중에서 조금 비싼건 겨울 바람막이 셔츠 하나에 수십만 원 정도하고 등산바지 하나도 20~30만 원선은 예사입니다.
이 외 고부가 패션물은 옷 한벌에 수백만 원은 예사인데...
이런 걸 우리나라 대구에서 만들었다면 지금 대구는 큰 부자 도시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 본답니다.
인력 집중 산업이라 하여 너무 일찍 대구 섬유를 포기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구요.
이거 외에도 정치에 대구를 끌어들여 이야기를 할라치면... 속에 천불이..
산행지 : 와룡산 상리봉
일 시 : 2025년 11월 30일
산행 코스 : 계성고등학교 입구 - 상리봉 - 새방골로 하산(원점회귀)
소요 시간 : 1시간 30분
같은 코스 따라 걷기 : 이곳

전날 저녁, 내일 일요일은 근교 산행이나 다녀올까 하고 계획하고 있었는데 김여사가 시골에 가야 한다고 합니다.
배추 상태도 보고 무도 뽑아와야 하고..
일정이 확 꼬이네요.
새벽에 일어나 바깥을 보니 희뿌옇게 안개가 껴 있습니다.
안개가 잔뜩 낀 날 상리봉에 올라서 일출을 봐야겠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거라도 다녀와야겠네요.

요렇게 멋진 대구 일출 풍경을 보려고 계획한 하루였답니다.
( 이 사진은 나의 등산 꾐에 빠져 있는 아는 이의 작품. 와룡산 일출 풍경입니다.)

거창하게 보이지만 아주 단순 간단합니다.
반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 내려 왔는데 전체 1시간 30분 정도면 일출 구경까지 다 하면서 충분한 시간이구요.
주차는 계성고등학교 들어가는 주변 갓길에 주차하면 되고요.

새벽을 깨우고 있는 대구 시가지.
계성고등학교 등산로 입구에서 상리봉까지는 대략 30분 정도 소요 된답니다.
희뿌옇게 날이 밝아 오면 운동으로 오르는 주변 주민분들이 간간 있고요.
일출 산행으로 오르려면 랜턴 가지고 올라야 합니다.

오늘 사진에 많이 등장하는 이랜드의 83 타워.

오늘 이곳 일출 산행의 목적은 83 타워 최상단 철탑이 떠 오르는 일출의 똥꼬를 찌르는 장면을 찍어 보기 위함입니다.
거의 해마다 한두 번씩 이곳 올라서 일출을 보는데 이 정도의 날짜에 오르면 아마도 적당할 것 같아서..

잿빛 대구 도심은 언제 봐도 우울합니다.
안개도 멋지게 쫙 깔린 게 아니고 희뿌옇게 스며들어 있네요.

3공단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어떤 명칭으로 불리는지 모르겠습니다.
대구에서 생산된 섬유들을 가공(주로 염색)하는 공단이었답니다.

팔공산도 밝아오고 있네요.

해 뜨는 방향입니다.
경산의 대덕산과 수성구의 용지봉 사이로 솟아오를 것 같습니다.

점점 밝아 오네요.

83 타워 침으로 해 똥꼬 일침을 가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면서..



아..
아쉽네요.
살짝 오른편으로 떠 오릅니다.
대략 4~5 일정도 일찍 와야 할 것 같습니다.
와룡산 상리봉에서 83 타워로 떠 오르는 해의 똥꼬 일침을 가하려면 11월 20일~25일 사이의 어느 날이 될 것 같습니다.

빗나간 예측....ㅠ

그래도 하루는 시작이 되었습니다.

하늘의 회음부가
예리하게 절개되고
아기 울음 터진다
사방으로 빛이 터진다
(함기석의 시)

팔공산도 점차 밝아 오고..
그 앞으로 금호강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릅니다.



오늘은 바람이 없네요.

좌측의 앞산에서 청룡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입니다.

앞산과 청룡산 교차점 뒤로 최정산의 KT 철탑이 보입니다.

잿빛 대구가 조금씩 환해지네요.


대구야, 일어나라..

상리봉 해맞이 공원 풍경.

하산은 새방골로 내려갑니다.

길고 긴 계단길이 이어지고요.


2025년의 가을도 오늘로 끝입니다.
그런 끝자락의 가을에 시 하나가 가슴을 확 헤집고 들어 오네요.
그만하고 가자고
그만 가자고
내 마음 달래고 이끌며
여기까지 왔나 했는데
문득
그 꽃을 생각하니
아직도 그 앞에 쪼그리고 앉은
내가 보이네.
(안상학의 시. 늦가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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