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에 달 가듯이'라는, 박목월님의 시 제목과 똑 같은 이름으로 나온 책이 있었습니다.
오래 전 35년쯤 전에...
샘터에서 펴낸 것으로 우리나라 특별한 여행지를 찾아 묶어 논 이 책을 보면서 한 군데 급 호기심(?)을 가진 곳이 바로 경주 오봉산 자락에 있는 여근곡이란 곳입니다.
그 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경주터널을 지날때면 고개가 자동적으로 우측으로 향하여 늘 여근곡을 보고 다녔는데 언제 한번 꼭 가 봐야지 하고 날을 잡아 본다는게 수십년이 지나 이제사 실행에 옮겨 봤습니다.
여근곡을 품고 있는 오봉산을 둘러보는 것으로 산행 계획을 잡고,
산돼지를 잡을 스틱 두개와 산돼지 육포를 뜰 나이프 하나를 지닌채 산행을 하였는데 아쉽게도 만나지 못하였습니다. ㅎ
겨울 홀로 산행에서 스틱은 자신을 보호 할 안전구가 되기도 하구요.
나이프는 다용도로 많이 사용 됩니다.
저는 홀로 산행시 꼭 라이터를 가지고 다니는데 이건 가장 위급시 비상용입니다.
여근곡(女根谷) 또는 옥문곡(玉門谷)이라고 하는 이곳은 경주시 건천읍 신평리의 오봉산 자락에 있는 지명 이름입니다.
생김새가 여성의 옥문(玉門)과 비슷하다하여 이름이 붙여진 것인데 우리나라 이곳 저곳에 남자 거시기를 닮았다고 하여 남근석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바위는 이곳저곳에 많으나 여성의 은밀한 부위가 디테일하게 보여지는 장소는 그리 흔치 않습니다.
남근석으로 가장 유명한 곳 : http://duga.tistory.com/1830
위 내용과 반대되는 곳으로 유명한 곳 : http://duga.tistory.com/1575
이곳 오봉산 자락의 여근곡은 신라시대 선덕여왕의 지기삼사(知幾三事, 낌새를 예측한 세 가지 일)에 관한 전설이 전해져 내려 오는데 인용하면,
"삼국유사에 의하면 선덕여왕 5년 여름에 영묘사 앞에 있는 옥문지에 난데없이 수많은 두꺼비들이 몰려들어 요란스럽게 울어대는 일이 생겼다.
모두들 괴이하게 여기는 가운데 여왕은 두꺼비의 눈이 심상치 않음을 보고 병란이 다가왔음을 직감한다.
이에 여왕은 알천과 필탄 두 장군으로 하여금 2천여 명의 군사를 주어 출전시킨다.
이들이 경주 서쪽에 있는 여근곡에 이르니 그곳에는 백제의 장군 우소(于召)가 거느리는 5백여 명의 침입군이 잠복하고 있어 이를 쉽게 섬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선덕여왕은 그곳에 적군이 잠복했던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삼국유사가 전하는 그 예측의 근거가 매우 재미있다. '성난 남근이 여근 속으로 들어가면 반드시 죽는 법이다.' 말하자면 옥문을 여근으로 해석하여 여근은 음(陰)이므로 남근이 여근 속으로 들어가면 토사(吐死)한다는 음양설을 인용하여 해석한 것이다."
오봉산은 경주터널과 건천IC 사이에 있는데 고속도로에서 조금만 눈여겨 보면 쉽사리 볼 수 있습니다.
자가차량 원점회귀로 산행을 하고자 하면 신평리에 있는 여근곡주차장(널찍함)에 주차를 하거나 아니면 차를 더 몰고 고속도로 굴다리를 지나 들어가면 마을 앞에 조그만 주차장이 있는데 그곳에 세워도 됩니다.
여근곡을 바라보면서 마을 안길을 지나 산쪽으로 난 포장길을 올라가면 조금 후 안내판이 있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좌측길은 여근곡의 왼편능선길이고 우측길은 여근곡의 오른편 계곡길입니다. 저는 왼편으로 올라 오른편으로 하산하였습니다. 왼편길로 접어들면 곧바로 유학사 절이 나오고 절 왼편으로 등산로가 있습니다.
몇 발자국 걷자마자 바로 옥문지라는 조그만 샘터가 나오고 이 샘터를 지나면 헷갈리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좌측의 넓은길로 올라가면 됩니다. 이 후 나무계단으로 만든 지루한 비탈길을 한참이나 오르는데 대략 1시간 정도면 능선안부에 도착 합니다.
등산로는 잘 정비 되어 있지만 꼭 필요한 장소에 안내판이 없어 초행자는조금 헷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인데 넒은길을 택하고 리본이 달린 곳으로만 이동하면 아무 문제 없습니다.
능선에서는 우측방향으로 이동하자마자 멋진 반송 한그루가 지키고 있는 조망처가 나오는데 여근곡을 비롯하여 아래쪽으로 전체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입니다. 오봉산에서 가장 조망이 좋은 곳입니다. 이 후 능선길을 한참 지나면 뜬금없이 도로가 등산로에 나타나는데 정상 아래 있는 주사암 가는 임도형 도로입니다.이 도로를 따라 100여m 걸어가면 우측으로 리본이 달린 산길이 나오고 바로 코끼리 바위(삼형제바위라고도 함)가 있습니다.
이 후 한 코스 더 진행하면 바로 오봉산 정상석이 나타나고 그 아래 주사암과 마당바위등이 연이어 한 블록 안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두루 구경하고 되돌아 나올때는 정상 뒷편으로 난 길을 이용하여 왔는데 정상에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이 후 왔던길을 따라 되돌아가서 다시 임도를 따라 되돌아 오다가 임도와 등산로가 갈리는 지점에서 임도를 따라 내려오면 앞쪽에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512봉이 보이는데 바로 그 우측으로 하산하는 등산로가 있습니다. 이 길을 따라 내려오면 계곡과 만나고 안내판이 있던 갈림길에서 올라갔던 길과 만나게 됩니다.
산행코스 :
신평리여근곡주차장 - 고속도로 굴다리통과 - 마을 안길로 - 안내판이 있는 갈림길에서 좌측길 - 유학사 - 옥문지 - 나무 계단길 - 능선 - 멋진 조망처 - 임도와 만나고 - 코끼리바위 - 오봉산 정상 - 주사암 - 마당바위 - 이름모를 암봉 두 곳 탐방 후 되돌아 와서 - 임도길 - 512봉 구경하고 조금 되돌아 와서 - 계곡 하산길 - 올라갔던 갈림길과 만남 - 주차장
산행시간 : 4시간 정도
날씨 : 차가운 바람이 미친듯이 불었음
내가 만든 오봉산 등산지도
빨강색으로 그린 것이 제가 산행한 코스입니다.
아래 지도와 비교하여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오봉산 등산지도
중간에 지나가는 도로가 경부고속도로입니다.
왼편이 건천(부산)방향, 오른편이 대구방향입니다.
중간쯤에 보이는 것이 여근곡입니다. 여근곡 뒤로는 오봉산
여근곡주차장의 안내판
주차장이 상당히 넓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성박물관은 폐관 되었습니다.
여근곡 주차장의 버스 승강장
VIP용 의자 하나가 눈에 뜨입니다.
90세이상 어르신 전용일까요?
주차장에서 바라 본 여근곡
이곳에서 바라보는 여근곡이 가장 리얼하고 조망하기 좋습니다.
이제 도로를 따라 걸어 올라 갑니다.
이곳저곳에 안내판이 많아 길을 찾아 가기에는 전혀 문제 없습니다.
커다란 버드나무가 길가에 자라고 있는데 대단합니다.
여름되면 동네 어르신들 쉼터로 멋지겠는데요.
고속도로 굴다리를 지나갑니다.
요즘 이 구간이 확장 공사 중입니다.
굴다리 지나 다시 만나는 마을
여근곡을 보면서 계속 진행합니다.
즈그만 마을에 절이 여러개 있습니다.
모두 개인 사찰인듯한데 아마도 여근곡의 정기와 무관하지 않는것 같네요.
오른편 여근곡 방향으로 올라가면 됩니다.
안내판이 있는 이곳 갈림길에서 좌측올..
우측길은 나중에 내려오는 길입니다.
곧바로 만나는 유학사
인기척이 전혀 없습니다.
매우 추운 날씨..
몇 가지 재미있는 조령물들이 있어 사부작 사부작 구경합니다.
여근곡을 그린 마도로스 방향타..
유학사에서 조금만 오르면 바로 옥문지 샘터입니다.
낙엽에 잔뜩 뎦여 있길래 걷어냈습니다.
한모금 할려니 물이 너무 적습니다.
조금 더 진행하니 한없이 이어지는 나무계단길..
한참을 올라 갑니다.
언제 산불이 났었는지 소나무 둥치가 그슬러져 있스고 이제 자라는 나무들은 거의 참나무 수종입니다.
참나무 낙엽들이 너무 많아 발이 푹푹 빠지는데 자칫 미끄러지면 큰일 나겠습니다.
능선 도착
이곳까지 대략 1시간 정도 소요 됩니다.
우측방향으로..
곧바로 멋진 반송이 자라고 있는 조망처입니다.
오봉산에서 조망이 가장 시원하게 잘 되는 곳이구요.
아랫쪽으로 여근곡이 내려다 보입니다.
글을 좀 디테일하게 쓸려니 민망스러워 간략하게 지나 갑니다.
너른 들판과 중간에 지나가는 고속도로, 그리고 여근곡
위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여집니다.
아주 오래전 산성터
부소산성이라고 합니다.
능선에서 갑자기 임도를 만납니다.
주사암으로 가는 길입니다.
임도를 조금 따르다가 위 사진에서 보이는 오른편 등산로로 오릅니다.
그냥 임도를 따라 가도 되구요.
조금 후 만나는 코끼리바위
삼형제바위라고도 합니다.
코끼리바위에서 바라 본 정상(좌측)과 삼각암봉, 바로 그 아래 주사암이 있습니다.
바람이 위낙 세차게 불어 카메라를 손에 잡고 있기가 아주 힘들었네요.
오봉산 정상
오봉산 정상의 파노라마
건너편의 삼각형 암봉 바로 아래 주사암 산신각이 있습니다. 지붕이 살짝 보여 지네요.
위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여집니다.
정상 바로 아래 있는 주사암
대웅전 법당이 이렇게 굳게 잠겨 있길래 자물쇠를 따고 안을 들여다 봤습니다.
특별히 호위 부처가 네분이나 있네요.
법당 앞 석등에 걸터앉아 간식을 먹는데 이 넘이 다가와 쳐다 봅니다.
빵 조각을 4분의 1은 내가 먹고 나머지는 견보살 공양으로 건네는데 애가 침만 질질 흘리고 먹지 않습니다.
할 수 없이 석등 귀퉁이에 놔 두니 그제서야 허겁지겁 먹습니다.
겁 많은 犬보살님..
주사암 바로 옆에 있는 마당바위
엄청납니다.
마당바위
끝쪽으로 다가가니 바람이 휭하고 부는데 날려갈까 얼릉 뒤로 물러 났습니다.
아찔한 높이라고 짐작이 됩니다.(끝에서 내려다 보지 못함)
마당바위 파노라마
위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여집니다.
바로 되돌아 내려가려다 앞쪽으로 암봉이 두어개 보이길래 200여m 정도 더 진행해 봤습니다.
이렇게 사각형 구멍이 두개 뚫려있는 바위가 있는데 ..
구멍의 용도가 매우 궁금합니다.
다시 되돌아 나오는 길..
정상 뒷편으로 난 길을 따라 되돌아 나오는데 이런 기도처가 보이네요.
촛불 같은것도 눈에 뜨이는데 겨울에 산불 아주 조심해야 겠습니다.
좀 전에 갔던 갔던 임도를 따라 되돌아 나옵니다.
묘지가 보이는 방향으로 직진하면 아까 왔던 길입니다.
하산은 좌측 임도를 따라 내려 갑니다.
임도를 따라 몇 굽이 내려오면 전방으로 512봉이 보이고 입구에 리본이 많이 달려 있습니다.
하산은 우측 계곡으로 내려가면 됩니다.
일단 512봉 구경이나 해 볼까 하고 올라가 봅니다.
512봉
512봉에서 내려다 본 여근곡
위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여집니다.
여근곡의 오묘한 기운 탓인지 별난 나무들이 많습니다.
계곡에는 묘한 기운이 있습니다.
참나무들이 껍질에 이끼같은걸 두르고 있고...
이곳 여근곡 주위에는 묘지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돌아가신 조상님이 여근곡의 기운을 받으면 자손들이 잘 되는 것일까요?
거시기 머시기하면 거시기 머시기 될까??
암튼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산행을 마쳤습니다.
산 정상의 주사암 주변에 비박을 할 장소가 꽤 많던데 내년 여름쯤에 백패킹으로 한번 더 와야겠습니다.
아래는 좀 더 잘 나온(?) 여근곡 사진입니다.
출처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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