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회귀선에서 온 소포 - 허연

Posted by 두가 글과 그림 : 2018.01.31 22:41




북회귀선에서 온 소포



때늦게 내리는
물기 많은 눈을 바라보면서
눈송이들의 거사를 바라보면서
내가 앉은 이 의자도
언젠가는
눈 쌓인 겨울나무였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추억은 그렇게
아주 다른 곳에서
아주 다른 형식으로 영혼이 되는 것이라는
괜한 생각을 했다

당신이
북회귀선 아래 어디쯤
열대의 나라에서
오래전에 보냈을 소포가
이제야 도착을 했고

모든 걸 가장 먼저 알아채는 건 눈물이라고
난 소포를 뜯기도 전에
눈물을 흘렸다
소포엔 재난처럼 가버린 추억이
적혀 있었다

하얀 망각이 당신을 덮칠 때도 난 시퍼런 독약이
담긴 작은 병을 들고 기다리고 서 있을 거야 날 잊지
못하도록, 내가 잊지 못했던 것처럼

떨리며 떨리며
하얀 눈송이들이
추억처럼 죽어가고 있었다







..............................................................................................................................................


허연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집 다락방과 학교 근처 도서관에서 손때 묻은 고전들을 꺼내 읽으며 어른이 됐다. 고전을 만나면서 세상이 두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진리를 깨달았고, 지금도 ‘독서는 유일한 세속적 초월’이라는 말을 책상머리에 붙여놓고 있다. 연세대학교에서 「단행본 도서의 베스트셀러 유발 요인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추계예술대학교에서 「시 창작에서의 영화이미지 수용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게이오대학교 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을 지냈다. 1991년 <현대시세계> 신인상으로 문단에 등단했다. 현재 <매일경제> 문화부 기자로 재직하고 있으며,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세계문학강독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불온한 검은 피』 『나쁜 소년이 서 있다』, 『내가 원하는 천사』, 산문집 『그 남자의 비블리오필리』『고전탐닉』등이 있다. 2006년과 2007년 한국출판학술상을 수상했고 2013년 제5회 시작작품상을 수상했다.




이안의 '물고기 자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18.02.01 11:34 창파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가 가랑이 찢어진다고 하는데....
    저 시에 뜻이 어떤 것인지 알아 질까 하고 몇번을 읽어 보아도 알쏭달쏭입니다...
    북회귀선이라는 단어 자체도 자주 접하는 말이 아니기에 더 그런것 같습니다.
    그리고 허연이라는 작가도 잘 모르는 사람이구요.
    북회귀선이라는 이름으로 떠오르는 것은 소설 북회귀선으로 아주 오래전
    그때에 음란성소설이라는 화제때문에 저도 호기심에 들쳐보던 기억이 있을 정도입니다...ㅎ
    오늘도 대화에 한번 낑겨 볼라꼬
    시를 몇번 읽어보고 허연이라는 작가에 대해 알아보고 노력을 하였습니다....
    맨아래 이안에 물고기자리 노래를 듣다보니
    아우님이 덕분에 자주 듣던 경쾌한 멜로디에 "아리수"란 노래가 생각이 납니다..........^^

    • Favicon of https://duga.tistory.com BlogIcon 두가 2018.02.01 13: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안의 노래를 제가 좋아한다는 건 아마도 몇 분은 알고 계시리라 생각이 됩니다.
      가끔 소개해 드렸으니요.
      북회귀선이란 詩..
      가슴으로 참 많이 와 닿기도 합니다.
      회귀라는 것이 더욱 더 절절하다는 생각이 들구요.
      우리나라 강물에서 태어나 바다로 나가 수만km를 다니다가 다시 모성회귀로 그 강물로 돌아와 알을 낳는다는 신비한 연어의 회귀 현상..
      태양이 동지와 하지를 기준으로 남쪽과 북쪽을 왔다갔다 하는 그 기준선인데 아마도 지금은 남회귀선에서 올라오고 있겠지요.
      그러면 머잖아 봄이 될 것이구요..^^

  2. 2018.02.01 16:33 하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와 노래와 헷갈리기 그지없는 요상한 그림과....^^*
    2월의 첫날부터 기분이... 저도 창파님처럼 저 난해한 시를 어찌 느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암튼 시간이 흐르면서 태양도 왔다리 갔다리 하며 쫌있으면 따뜻해 질것이구요...
    무조건 봄은 옵니다. ㅋㅋ
    잠못이룬 밤을 지낸 오후라 그런지 잠이 살짝 오네요.
    이만 줄이고 잠시 눈을 붙여야 겠습니다. 어려운 시를 읽어서 그런게 절대 아님니더...;)

    • Favicon of https://duga.tistory.com BlogIcon 두가 2018.02.02 12: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날씨가 몇일 포근해지나 했는데 또 추워진다고 합니다.
      온 세상이 꽁꽁 얼어 있는듯 하지만
      하마님 말씀대로 봄은 반드시 오겠지요.
      남회귀선을 따라 움직이는 태양이 곧 북반구로 올라오면 우리도 따스함을 느낄 것이구요.
      몸도 마음도 봄이 그리운 하루입니다..^^

  3. 2018.02.02 04:26 에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가 詩에는 문외한이지만 북회귀선이란 詩를 올리심엔 그 어떤 同感이 있으셨을꺼라 생각됩니다.
    글로 읽기보단 영상으로 봐야 느낌이 확! 오는 지로서는 쫌 쎈(?)영화를 보는듯 합니다.
    고등핵교 1학년땐가 某퀴즈경연 예선전에 나가 100문제에서 지가 딱 2개를 틀려 탈락한 적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북회귀선을 영어로 쓰라는 거 였고 또 하나는 야구에서 배팅찬스는 어떤 볼 카운트냐? 였습니다.
    그 땐 몰랐지만 저 웬수같은 두가지는 지금 학씰하게 알고 있습니다. 예선 탈락한 덕분에....ㅎ
    그나저나 위에 창파님 말씀하신 저 영화는 지도 본 적 있는데 그 영화도 상당히 쎈(?)영화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 Favicon of https://duga.tistory.com BlogIcon 두가 2018.02.02 12: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 시절에 그 두 문제는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도 배팅찬스는 전혀 감이 오지 않습니다.
      주식에서나 가끔 배팅찬스 잘 잡아 한몫 건지는 이는 본 것 같구요.
      同感에 대하여 同感합니다.
      詩라는 것이 원래가 시와 나와 대화를 하는 것이니까요.
      시를 풀이한다는것은 객관적인 의미일 뿐이구요.
      날 잡아 북회귀선 영화를 다운받아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4. 2018.02.02 09:17 신고 Favicon of https://duga.tistory.com BlogIcon 쏭하아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워낙에 저도詩 에는 잼병이기도 하지만 ...
    (뭐 아는게 있어야 댓글을 올리지 하고 속으로..ㅎ)

    초딩시절 소년동아에 시 를 보내서 두 번이나 연필을 탔다는게 신기할 정도입니다..ㅎ
    오늘은 지구별 가족분들 댓글 읽는 재미로 출석 체크만 합니다.

    • Favicon of https://duga.tistory.com BlogIcon 두가 2018.02.02 13: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짧은 달인데다가 설이 낑겨서 사업주들이 가장 싫어하는 2월이 되었습니다.
      기온이 내려가 대기의 먼지가 사라져서 청명한 날씨를 연일 볼 수 있다는게 좋습니다.
      이런 시의 이미나 풀이는 놔두고 그냥 요즘 하늘 구경이 바로 詩 같습니다..^^

prev | 1 | ··· | 384 | 385 | 386 | 387 | 388 | 389 | 390 | 391 | 392 | ··· | 2367 | next


☆ 전체 여행기와 산행기 보기( 열림 - 닫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