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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

그 사람을 가졌는가 ? - 함석헌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만 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방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인권 운동가이자 시인 함석헌 선생(1901~1989)의 詩입니다.

'씨알의 소리' 발행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천천히 읽으면서 음미하고, 나와 내 주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詩이기도 합니다.










Comments

  • 하마 2018.04.25 10: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많은 생각을 주는 시입니다...마치 불교에서 말하는 화두처럼요...
    결론은 아직 없다입니다.^^* 다만 그사람을 가지기 전에 누구에게 그사람이 된다면
    그또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그것도 쉽지않습니다..
    늘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가져야 할것도 있나봅니다.
    오늘은 비온뒤 아주 맑은 날입니다. 모처럼 미세먼지도 별로 없어보이구요.
    늘 이런 봄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 갈수록 이해관계가 얽혀지는 세상에서 옛날의 정을 떠 올리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을 가져도 좋고 내가 그 사람이 되어도 좋은데..
      이 세상에서 내가 누군가에게 그 사람이 되어준 일이 있는지 한번 되새겨 봅니다.^^

  • 생각이 납니다~~~
    허연 수염에 도포자락 휘날리는 모습이 인상적인 분이셨던 함 석헌 님.
    우리나라의 민주화 운동에 일익을 담당도 하셨고.
    전 통 시절에도 어른으로 버텨주시던 분들 중 한 분으로 기억을 합니다.
    저는 그런 사람을 가질 자격이 없으니.. 누군가가 저를 받아 주었음 하는 바람입니다..ㅎ

    • 많이 알려진 분이라 기억하고 계신분들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스스로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만들게 하는 시 같습니다.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참 맘에 드는 글귀입니다..^^

  • 어쩜 시는 그 짧은 호흡과 단어로 순간과 마음을 잡아끌까요...
    천 천 히 여운을 곱씹으며 읽어보았습니다...
    그 사람을 가질 수 있도록, 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말이죠

    • 반갑습니다.
      시와 노래..
      흔한 단어들을 이처럼 절묘하게 배치하여 사람의 마음속에 울림을 만든다는게 시의 매력인것 같습니다.
      멋진 그 사람이 되어 주시길 바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