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관악산행 후 친구와 뒤풀이로 식당에 갔습니다.
막걸리 한잔하고 묵을 젓가락으로 집는데 힘없이 부서집니다.
겨우 겨우 집어서 먹으니 탄력도 없지만,
식감은 흐물거리고 맛은 텁텁해서 먹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할머니께서 해주시던 묵밥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추억의 묵밥이 너무 그리워서 제가 직접 묵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뱀이 많다는 동네 어르신 말씀에 ..
긴 장화를 신고 장갑을 끼고 완전무장을 하고 집 뒷산으로 향했습니다.
도토리 줍는 재미가 쏠쏠하더군요.
(불법 채취 절대 아닙니다. 국립공원 공원 외 산주의 허락 없이 떨어진 밤과 도토리를 줍는 건 불법입니다)
많은 양은 아니고 한 두어 번 해 먹을 정도만 주워 와서 바로 물에 담갔습니다.
이틀을 담근 후 햇볕 좋은 곳에 깨끗한 돗자리를 펴서 말렸습니다.
도토리 가루를 만드는 과정이 절대 쉽지 않습니다.
잘 말린 도토리는 껍질을 벗기기가 쉽더군요.
껍질을 제거하고 4일 정도 물에 불린 후 워낙 소량이라서 방앗간에 맡기기가 그래서
믹서로 곱게 갈았습니다. 믹서가 약해서 중간중간 쉬어 가면서..
곱게 간 도토리 가루를 삼배 자루에 넣고 조물조물 한 후 물을 거라 앉힌 다음
도토리 전분 가로를 햇볕에 잘 말려서 저는 소형절구로 곱게 빻았습니다.
도토리 가루는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도토리묵 만들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도토리 한 컵에 물 5컵~6컵 (기준은 모두 조금씩 차이가 있더군요)
도토리 가루는 한 시간 정도 물에 불려야 합니다.
주의점: 한 방향으로 계속 저어주어야 합니다.
미리 그릇에 들기름을 발라 두었습니다.
은근한 불에 소금 한 꼬집에 참기름 약간 넣고 한쪽으로 저어야 합니다.
어느 정도 점성이 생기면 약한 불로 계속 젓다가 색깔이 진해지면 끝 ~~
탱탱합니다~^.^
묵이 완성이 되면, 바로 뚜껑이나 비닐을 덮어서 냉장고에 보관 (그냥 두면 말라 비틀어짐)
양념장(간장 고추가루 매실액 설탕 마늘) 과 양파 상추를 넣어서.. 막걸리 한 잔 했습니다~~^.^
막걸리는 두 병인데..
도토리묵 안주가 바닥이 났습니다....
음~ 비장(?)의 안주인 ..
군고구마 냄새가 슬슬 거실에 퍼지기 시작합니다~
택배입니다~~~
창파 형님 께서 보내 주신 고구마 입니다.
박스 안에는 호박고구마와 밤고구마 그리고 말린 고구마까지..
형님과 형수님의 정성에 잠시 멍하니 바라만 보았습니다.
올여름 긴장마에 고구마 농사가 힘드셨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물은 "그냥" 주고 "그냥" 받는 것이라고 합니다.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뇌물" 이 된다고는 하지만..
고구마 한 박스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해서 과연 "뇌물"이 될까요?
창파 형님 !
고구마 잘 먹고 .... 살 많이 찌겠습니다~~^.^
늘 받기만 하는 철부지 아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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