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소리 난다는 악(岳)이란 글자가 들어가는 산 이름 중에서 가장 도드라진 산이 월악산(月岳山)입니다.
해발 1.097m로서 여느 명산에 비해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지만 수많은 계단과 가파른 산길로 악 소리의 대명사가 된 산이기도 하구요.
꼭대기 바위에 달이 걸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월악(月岳)인데 예부터 신령스러운 산으로 알려져 주봉의 이름을 영봉(靈峰)으로 부른답니다. 우리나라 산에서 정상 이름을 영봉이라 부르는 곳은 백두산과 이곳 월악산밖에 없다고 하네요.
영봉의 모습이 어디서나 뚜렷하여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산이기도 합니다.
오늘 산행은 원래 미륵대원지를 최종 목적지로 하여 만수봉과 포암산을 한 바퀴 돌려고 했는데 미륵대원지 복원공사가 10년 이상 지지리 끌면서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하여 다음으로 미루고 인근 월악산으로 코스를 바꿨답니다.
들머리는 마애불이 있는 덕주사, 이 구간으로 오르면 우리나라 산길에 놓인 계단 종류는 모조리 섭렵하게 되는, 계단길 종합세트를 경험하게 된답니다. 계단 끝판왕이구요.
흐린 날씨는 예보를 통해 예상을 했지만 산자락에 안개가 가득하여 산행 내내 조망은 볼 수 없었답니다.
하지만 안개로 채워진 몽환적 풍경 속에서 혼탁한 세상이 보이지 않는 나만의 세계. 유유자적한 느낌도 꽤 좋았답니다.
산행은 늘 좋은 날씨에 즐기는 것만 아니라는 것도 새기는 하루였구요.
산행지 : 월악산
일 시 : 2022년 7월 9일
산행 코스 : 덕주사 - 마애불 - 송계삼거리 - 영봉 (같은 코스로 되돌아 내려와 원점회귀)
소요 시간 : 5시간
월악산은 조금 오르기 쉬운 동창교 코스가 있고 경치가 좋은 보덕암 코스가 있습니다.
오늘 산행한 덕주사 코스는 주로 보물로 지정된 마애불을 같이 구경하면서 영봉을 다녀 오는 코스로 많이 이용하는 곳입니다.
월악산 등산지도입니다.
덕주사 입구까지는 승용차 진입이 가능하여 개인 차량을 가지고 온 분들은 덕주사에서 원점회귀 산행이 가능 합니다.
덕주사에서 영봉까지는 대략 5km 정도의 거리인데,
초반 1.5km는 맛뵈기 돌계단길로 적당한 오르막길을 느긋하게 오르면 되는 코스입니다.
그 다음 미륵불에서 능선까지 1km구간은 월악산을 대표하는 계단길이 이어집니다.
이후 다시 1.5km 구간은 오르내림 거의 없는 능선길이구요.
마지막 약 0.7km 구간은 영봉으로 오르는 계단길인데 미륵불 계단길에서 된 맛을 본 분들은 이곳 계단길은 오히려 밋밋하게 느껴 진답니다.
저녁 약속이 있어 새벽에 달려와 덕주사에 도착하니 8시 조금 지났네요.
주변이 온통 안개입니다.
안개 걷히길 바라면서 천천히 덕주사를 둘러 봅니다.
원래 덕주사는 미륵불이 있는곳에 있었는데 한국전쟁때 소실되어 1970년 현재의 위치에 다시 지은 절집니다.
고색은 없지만 분위기는 제법 있는 곳입니다.
뒷쪽 데크를 둘러보다가 500원 동전을 주웠는데 이걸 동자불 이마에 붙일려고 하다가 놓쳤는데 쓰리 쿠션으로 튕겨서 볼 손 연좌대를 거쳐 복주머니 안으로 쏙 들어가네요.
거~참...
앞에는 바나나 뒤에는 메추리알인데..
월악산의 형태가 여인이 머리를 늘어뜨린채 누워있는 모습이라하여 예부터 여자 산신령이 머무는 곳으로 음기가 강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음양 조화를 이루기 위해 세운 남근석.
절 구경하고 다시 밑으로 내려와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 합니다.
절 안쪽에 탐방센터가 있는 유일한 곳 같네요.
비가 제법 내렸는지 계곡 물소리가 시원합니다.
근데 습도 100%에 안개가 얼마나 짙은지 비처럼 부슬부슬 떨어져 내리네요.
이게 안개비인가?
더운데 습도 높으니 온 몸이 끈적끈적합니다.
미륵불까지는 적당한 오름의 돌계단길.
중간에 예술 작품 같은 복원 성곽도 만나구요.
다시 오름길을 조금 더 이으면..
상덕주사 미륵불 바로 아래에서 이런 괴상한 나무를 만나게 됩니다.
지나는 이들이 붙인 이름은 황소나무인데...
보는 각도에 따라 하마가 입을 벌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북극 순록이 지쳐서 앉아 있는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상덕주사 도착.
서너채의 전각이 보이고 중앙에 커다란 마애불이 보입니다.
이리저리 둘러 보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아무래도 안개 때문에 내려 오면서 한번 더 들려야 할 것 같습니다.
감로수..
비가 내려서인지 물이 도랑처럼 흘러 나옵니다.
비가 오나 가뭄이 드나 일정하게 흘러 나와야 감로수 명칭을 붙일것 같은데 ..ㅠ
한모금 마셔 보니 약간 빗물맛이 드는것도 같구요.
이곳 미륵불 있는 곳에는 원래 덕주사가 있던 곳이었는데 한국전쟁때 소실되고 그 이후에 지은 전각으로는 현재 대웅전과 산신각 그리고 요사채가 있습니다.
도로가 없어 인력으로 물자를 올려야 할 것 같은데 그래도 부처님 방은 깔끔하네요.
마애불에 관한 내용은 나중에 내려오면서 다시 보고 나서 정리하기로 하고..
곧장 산길로 오릅니다.
이곳 마애불 부터는 월악산의 악자를 실감나게 하는 계단길이 이어 진답니다.
끝도없이 이어지는 계단길
다른 산에서는 이런 계단길을 만나면 아주 트집을 잡는데 이 구간에는 거의 절벽과 가파른 바위 능선에 설치된 계단들이라 나무랄수도 없는 구간입니다.
예쁜 꽃이 산길 이곳 저곳 가득 피어 있길래 검색해 보니 꼬리진달래라고 되어 있네요.
급경사 계단길은 대략 1km 정도의 거리입니다.
돌계단과 나무계단 철계단이 혼합된 종합선물세트이구요.
계단길 끝나면 이후는 룰룰랄라입니다.
오르내림 거의 없는 능선길이 약 1.5km 정도 이어집니다.
동창교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는 송계삼거리 도착.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 숲이 떠오르는 풍경입니다.
깔끔한 산행도 좋지만 가끔은 이런 꿈결같은 몽환적인 풍경에 젖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땀도 흘리지만 습도 가득한 숲길에 온통 안개가 묻어 있어 옷이고 뭐고 흠빡 젖어 버리네요.
낙석 위험지역으로 안전망이 설치되어 있는 긴 구간을 지나게 됩니다.
등산로는 올라가야 되는데 자꾸 내려가구요.
낙석 안전망 지나면 다시 본격적인 오르막 계단길이 이어집니다.
안개가 끼어 저편이 보이지 않으니 깊이와 거리가 가늠되지 않네요.
영봉 하일라이트 구간.
아찔한 계단길이 이어집니다.
바위에 앙카는 잘 박아 놨겠지.. 자꾸 자꾸 올라 갑니다.
아래는 깊이가 보이지 않네요.
이 구간에서 조망도 좋고 경치도 좋은데 오늘은 그냥 깊은 바다를 보는 것 같습니다.
영봉 맞은편 봉우리입니다.
일단 저곳에 먼저 도착하여 안개가 조금이라도 걷히길 가다려 봅니다.
이른 식사도 하고 산정을 지나가는 시원한 바람도 맞고..
그런데 갑자기 외계에서 보낸듯한 로봇 곤충이 무릅에 앉네요.
머리위의 침은 안테나일까 독침일까 궁금해 하면서 이 넘이 먼 짓을 하는지 한참을 지켜 봅니다.
뭘 탐지 했는지 한참 킁킁거리더니 자기별로 날아가네요.
그렇게 30여분을 영봉 맞은편 봉우리에서 기다리니 아주 잠시 영봉이 안개에서 벗어 납니다.
얼른 사진 한장 찍고 일어서서 영봉으로 잠시 건너 갑니다.
뒤로는 도덕암에서 올라오는 등산로.
이전에는 이런 휀스가 없었는데 새로이 설치하여 두었네요.
그러고 보니 월악산도 오랜만이구요.
다시 하산길입니다.
영봉에서 떨어져 내리는 아찔한 계단길
그리고 다시 능선길입니다.
노르웨이 숲길은 아직도 안개속이구요.
이런 휴대폰 급속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네요.
태양광에너지를 사용하는 것 같은데 궂은 날씨인데도 제 휴대폰을 기대니 충전이 됩니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다시 주욱 떨어지는 계단길.
아직도 계단 일부 구간이 보수 중인데 난간도 새로 칠하고 발판도 교체 중입니다.
나무 사이로 미룩불 요사채 건물이 보여 집니다.
안개가 조금 걷히면서 건너편 능선도 보이네요.
다시 미륵불 도착입니다.
오전에 한참 둘러 보면서 안개 때문에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는데 그사이 많이 걷혔네요.
높이 13m로서 엄청나게 큰 마애불입니다.
마애는 '바위에 새기다'라는 뜻이구요.
국가 보물로 지정이 되어 있습니다.
마의태자의 누이인 덕주공주의 자화상이라는 전설이 내려오는 조각이구요.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제가 보는 관점으로 이 마애불을 설명하면,
일단 최초 바위의 형태를 잘 이용했네요.
얼굴 턱을 자연적으로 형성된 바위의 굴곡에 맞춰 조각하는 바람에 불상은 네모돌이가 되었지만 석공 하루 일당은 공짜로 벌은듯 하구요.
이 바람에 여느곳에서 보는 부처님의 자비로움이라든지 숭고한 얼굴 모습은 사라지고 약간 괴스러운 조각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 작품(?)에서 얼굴만이라도 부처님 근방에 갔더라면 틀림없이 국보급이 되었을것 같구요.
또 다시 바위 형태를 이용한 곳이 있는데요.
아랫쪽 법의 자락입니다.
이것도 아래쪽 바위의 파인 자리를 이용하다 보니 부처님 옷이 건조가 덜 된 빨래를 입은것처럼 아래로 축 쳐져서 늘어져 보입니다. 이것도 작품에서는 감점 요인이 되겠네요.
손의 형태는 설법인의 표현으로 보이지만 상당히 부자연스럽습니다.
발의 형태도 그렇구요. 고려시대 조성된 석불로서 천년이 지난 오랜 역사를 가진 우리의 문화재이지만 그 시절에는 크게 의미를 가지고 만든 작품은 아닐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옆에서 본 마애불입니다.
뒷편이 대웅전이구요.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다람쥐도 예불 중입니다.
부처님, 올해는 도토리 풍년들게 해 주세욤.^^
우리나라 절집의 공통점이자 옥의 티.
불사 프랜카드는 꼭 이런곳에 설치해야 하나요??
아랫쪽으로 내려다보이는 요사채
이곳 저곳 야생화 만발인데 사람 인기척은 전혀 없습니다.
못생겨도 부처님은 부처님.
멀리서 합장하고 하산 합니다.
연등이 열매처럼 달려 있네요.
온 몸이 얼마나 축축한지 계곡에 풍덩 뛰어 들고 싶은 마음이 꿀떡입니다.
마음만....
다시 원 위치 도착,
덥고 습하고 축축하고 안개 가득한 날 오른 월악산.
가을 단풍이 반짝거릴때 한번 더 와서 우리 강산의 너른 풍경을 마음껏 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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