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어릴 적 이야기입니다.
고향동네가 댐 수몰 예정지가 되어 댐 건설이 발표되기 훨씬 전부터 개발이 전혀 되지 않고 있었답니다.
동네 어른들 말씀으로는 왜정시대(일제강점기)때부터 이곳에 댐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하네요.
산 동네 길목을 막아 댐을 건설하기 아주 좋은 입지 조건이라 동네 이름도 병목이라 불렀답니다.
70년대 초, 새마을 운동으로 시골 마을이 급속하게 탈바꿈을 하는데도 수몰 예정지역이라고 하여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었지요.
그러다 보니 가장 애로사항이 전기였답니다.
옛날에 시골은 호롱불이나 등잔불로 생활을 하다가 새마을운동이 시작되고 시골에도 전기가 들어오기 시작하였는데 이게 시골에서는 가장 신세계였답니다.
근데 그 혜택을 받지 못하다 보니 밤이 되면 먼 곳 이웃동네들은 환한데 수몰 지역은 귀신 동네처럼 적막한 어둠.
그래서 생겨난 것이 사용하지 않고 있던 물레방아를 이용하여 전기를 만들어 동네에 공급하는 것이었답니다.
물레방아 시설을 조금 개조하여 방아를 돌리는 대신에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었는데 면 소재지의 어느 개인이 이걸 설치하여 봄가을 추수한 곡식으로 가구당 얼마씩 거둬서 이익을 남기는 형식이었구요.
이게 참 웃기는 현상이 많은데 농사철이라 모내기 준비로 논에 물을 공급하다 보니 전기를 만들 물이 모자라 다마(전구) 불이 호롱불처럼 희미해져 있다가 그날 밤에 소나기라도 내리면 갑자기 온 동네가 겁나게 환해집니다.
사용량에 따라 전기세를 받는게 아니다 보니 잠자리에 들더라도 거의 불을 켜 놓고 자는 경우가 많은데 갑자기 과 공급된 전압으로 온 동네 난리가 납니다.
이 집 저 집 전구가 뻥뻥 터지는 소리..
대개가 30촉(30W) 전구였는데 물레방아가 갑자기 빨리 돌아가게 되니 전기 공급이 늘어나 생기는 현상.
물론 이 전기로 다른 기구들은 전혀 사용하지 못한답니다.
그냥 불을 밝히는 전등으로만 사용하구요.
또 다른 추억이 있다면 이걸 이용하여 물고기를 잡는데...
낮에는 전기를 생산하지 않아 물레방아를 멈추어 두는데 이걸 몰래 슬쩍 돌려서 전기를 일으켜 동네로 올라가는 전선줄에다 다른 전선을 연결하여 대나무 작대기에 작살처럼 만든 것에다 전기를 연결하여 냇물 바위 위에서 ± 전기를 마구 쑤셔 넣으면 고기들이 전기에 감전이 되어 술술 나오는 것이었답니다.
간혹 멋 모르고 그 주변 물속에 뛰어 들어갔다가 혼줄이 나기도 하고요.
요즘같이 220V처럼 센 전류가 아니라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자칫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었겠지요.
동내 형들 따라서 그 짓거리하고 놀다가 고기 한 바께스 잡아서 다른 집 가지 않고 우리 집에 들른답니다.
우리 집에 동네 복판인 데다 엄마가 음식이나 요리를 무척이나 잘해서 그 고기들을 손질하여 무침회를 맛나게 만드는데 순식간에 동민들이 모여서 즐거운 파티 시간이 되기도 하지요.
생각해 보면 꿈같은 옛날인데 기억은 어제같네요.
년수를 따져보니 대략 국민학교 말이나 중학교 1학년 정도 되는 시기였는데 외지에 거주하고 있을 때라 방학이나 주말에만 시골에 내려가곤 했었는데 왜 매일 시골에 머문 것처럼 기억창고에 남아 있을까요?
「 왕년에 」..
하면서 옛이야기 꺼집어내면 노티내는 것이라 하는데 해인사 소리길 걷다가 옛날 이곳 동네 전기를 물레방아로 생산하는 시설이 있어 추억과 연결하여 봤습니다.
시골 동네 전기는 그 후 1년쯤 지나서 들어 왔답니다.
댐 공사는 그 후 10년도 더 지난 1984년에 공사를 하여 1988년 12월 31일날 준공이 되었구요.
해인사 소리길에 있는 옛 동네의 물레방아 발전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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