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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아파트 동 대표를 하면서 느낀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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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동 대표란 직함을 알고 계실까요?

제가 올해로 동 대표를 한 지 3년 차인데 아마도 동대표가 있는지 없는지, 우리 아파트 동대표가 누구인지 잘 모르고 있는 분도 많을 것 같습니다.

동 대표? 그런게 있었나?? 그게 뭥??

저도 동대표 하기 전에는 그게 뭔지 그런 게 있는지도 잘 몰랐답니다.

 

그냥 들은 풍월로 아파트 회장 몇 년 하면 돈 좀 챙긴다더라... 하는 카더라 통신에서 들은 이야기가 전부였고요.

근데 동대표를 몇 년 해 보니 의외로 아파트 집단생활이라는 게 쉽게 그냥 흘러가는 게 아니라는 걸 많이 느끼게 된답니다.

정말 모든 게 철두철미하게 일종의 관리가 되고 있답니다.

 

대개 아파트에서는 단지 규모에 따라 달라지지만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자체 또는 용역 두 종류로 아파트를 관리를 하고 있는데 관리소에서는 관리소장, 관리과장, 기전과장 또는 주임, 경리 겸 서무, 경비, 미화원 등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이 분들은 우리 아파트 거주자가 아니고 우리가 필요에 의하여 고용한 분들이기도 하지요.

 

반면 아파트에 입주하고 있는 분들 중에서 입주자대표자회의라고 하여 동별로 대표자를 선임하고 이 분들이 정기적으로 회의를 하면서 아파트 관리에 필요한 모든 의사 결정을 하게 됩니다.

대표자들이 의결로 전체 중에서 한 사람의 회장을 뽑게 되는데 이 양반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과거형) 아파트 회장이구요.

옛날에는 아파트 회장 자리가 대단했다고 합니다.

요즘은 이전에 했던 그런 짓 하다가는 곧바로 신세 조집니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하는 일들은 다양합니다.

가장 많이 하는 일은 관리비등의 집행을 위한 사업계획 및 예산 승인, 공용시설물의 사용료 부과기준의 결정, 관리비등의 결산의 승인, 단지 안의 도로, 주차장, 전기, 상하수도, 승강기 등의 유지 및 운영기준, 장기수선계획에 따른 공용 부분의 보수, 교체 등의 사항입니다.

쉽게 말하면 아파트 주민들이 낸 돈 중에서 공용경비를 관리하는 것이지요.

 

회의는 한 달에 한번 열린답니다.

동대표 급여는 없지만 회의비라고 하여 막걸리값 정도되는 돈을 받는답니다.

이도 역시 주민들의 관리비에서 나오는 돈이지요.

 

제가 동대표가 된 동기는 잘나고 잘생겨서 된 것이 아니고 그냥 이곳 아파트에 오래 살다 보니 아는 이들이 제법 있어 그분들의 추천으로 순전히 어거지 떠맡게 된 것인데 한번 맡게 되니 빠져나올 수가 없네요.

이런 귀찮은 일을 떠맡아할 분이 요즘 거의 없어 그렇고요.

 

회의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주제는 층간소음, 흡연, 주차문제입니다.

이건 백날 이야기 해 봐야 결론이 없구요.

사람 맘이 한 사람 같으면...

정말 그도 아니라 그냥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들만 있다면 대개의 일은 순리로 해결이 되는데 여러 사람이 살다 보니 꼭 별난 인종이 한 둘 낑겨 있답니다.

이런 분들은 대책이 없답니다.

뉴스에 보면 아파트 관리실과 트러블이 생겼다고 주차장 입구를 막아놓고 키 뽑아서 사라진 넘이 있는데 저는 이런 분의 차는 그 자리에서 거꾸로 엎어놔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층간 소음은 우리나라 아파트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대머리 치료제 마냥 이건 답이 없구요.

아래 위층 간의 커뮤니티가 가장 중요한데 윗글에서도 밝혔듯이 별난 사람 만나면 방법이 전무합니다.

우리 집에도 꼬치 달린 꼬맹이 손주만 네 명이라 주말이면 쳐들어와서 난리법석을 부리는데 가끔 한 번씩 과일 박스를 들고 꼬맹이 앞세워 아래층을 방문한답니다.

지난 명절에는 꼬맹이들 엄마랑 애들 둘이 아랫집 방문을 다녀왔는데 '애들은 그렇게 뛰노는 게 정상'이라고 하시면서 5만 원씩 줘서 받아 들고 함박웃음 지으며 올라왔더군요.

 

참고로 공동주택이 700세대 이상이 되면 층간소음관리워원회라는 걸 만들어야 된답니다. 나라에서 지시한 일이구요.

이것도 좀 웃기는 위원회라고 생각되지 않나요?

 

아파트에서 이런저런 명목으로 지출이 되는 비용 중에서 아파트 입주민의 소소한 불찰로 생기는 문제가 많답니다.

예를 들면 고기 구워 먹고 생긴 기름을 배수구에 그대로 흘려보내서 이게 오수관에서 응고가 되어 막혀서 그걸 뚫는 비용이 자주 발생하구요.

욕실에서 발생하는 머리카락을 배수구로 흘러 보내 이것도 막히는 주범이 되기도 한답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흘러 보내는데 특히 물에 분해가 절대 되지 않는 물티슈, 생리대가 많고요.

물티슈는 종이나 천이 아닙니다. 성분은 거의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답니다.

이 외에도 가장 자주 발생하는 지출 비용에는 엘리베이터 보수, 자동문 수리 그리고 CCTV와 소방에 관련된 내용이 많습니다.

 

아파트에서 생기는 파지나 고철, 헌옷등은 이전에는 부녀회나 경비실 청소하는 분들이 챙기면서 소소한 용돈벌이를 했는데 지금은 절대 그리 하지 못합니다.

모두가 엄격한 법령하에서 아파트 수입으로 관리가 되구요.

현관의 광고나 엘리베이터 안의 미디어도 모두 광고 수입으로 집계가 됩니다.

이 외에도 아파트에서 운영하는 체육시설(휘트니스, 수영장 등) 등에서도 수입이 생기구요.

이렇게 모든 수입이 관리체계가 되다 보니 이전과는 다르게 부녀회가 상당히 위축이 되어 있는 편입니다.

현재 부녀회의 수입이라고는 아파트 입주민들 대상으로 하는 공동구매 같은 것 밖에 없구요.

 

생각지도 않은 엉뚱한 시비거리도 많이 생긴답니다.

다른 아파트 사는 분인데 우리 아파트 지나가다가 자빠져서 다리를 다쳤답니다.

곧장 신고를 했으면 모르겠는데 한 달이나 지나 그리했다면서 치료비 청구를 하는 경우도 있구요.

(아파트는 모두 보험이 들어있어 이런 사고는 보험으로 처리를 할 수 있답니다.)

관리비 채납문제도 골치 아픈 것이구요.

이런 경우는 대개 거주는 하지 않고 아파트는 경매에 넘어가고..

 

아파트는 중기적으로 큰 목돈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예를 들면 아파트 도색이라든지 엘리베이터 교체등입니다.

도색은 그렇게 큰 비용이 들어가지 않지만 엘리베이터 교체 같은 건 아주 많은 비용이 들어간답니다.

이를 위해 아파트에서는 수선충당금이란 걸 비축해 두고 있는데 이걸 관리를 잘못해서 수시로 이곳저곳에 사용해 버리면 나중에 아주 곤혼스런 일이 생긴답니다.

엘리베이터 같은 경우는 15~20년 지나면 한번 교체를 해야 하는데 요즘 시세로 교체비용이 1대당 15인승인 경우 6,000만 원~1억 정도 든다고 하네요.

관리비 영수증에 보면 장기수선충당금이라고 하여 매달 지출되는 비용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위하여 모아두는 금액입니다.

관리비 영수증에는 우리 아파트에서 모아둔 수선충당금이 얼마인지 매달 확인 가능한데 한번 보시길 바라구요.

우리 아파트 연식이 얼마인지 알면 앞으로 엘리베이터 교체 시기도 알 수 있고 돈이 얼마나 들어야 한다는 것도 계산이 가능합니다.

만약에 오늘 처음으로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를 보셨다면 그곳에 '대표회의 운영비'라는 것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ㅎ

 

이번 달 대표자 회의에서는 다음과 같은 안건이 올라와 있네요.

 

1. 2025년 한전요금 단일, 종합계약별 요금 비교의 건.

2. CCTV 모니터 구매 추인의 건.

3. 2026년 인건비 심의의 건.

4. 2026년 사업계획서 및 예산안 심의의 건.

5. 기타 등.

 

이번 달에는 년말이라 회의 마치고 바깥으로 나가서 한꼬뿌 하기로 했답니다.

누가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마실수록 득.

 

 

 


 

 

위 내용이 영양가가 별로 없는 것들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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