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모 생수공장 방문 후...
그 공장서 가까운 곳에 사는 동창 녀석 집에 들렸습니다.
외국회사 기술이사직으로 근무를 하다가..
뇌졸증 치료 후 50 대 초반에 일찍 낙향을 한 친구입니다.
처음에는 맘 고생, 몸 고생도 많았지만,
이제는 자리도 잡고, 이장이란 감투까지 썼다고 자랑도 합니다.
동창 사는 곳 근처에 주차를 하고 한참을 올라가야 합니다.
안전한 장소에 주차 후 전화를 하니 잠시 후 사륜 오토바이를 타고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개구쟁이 처럼 팔을 흔들면서..ㅋ
집 마당에서 반겨 주는 제수씨..
제수씨께서 저녁 준비하는 동안 친구와 함께 마당에서 숯불을 피우고 고기 구울 준비를 합니다.
날이 어두워지니 반팔 옷 차림으로 약간은 서늘했지만,
저녁 식사 겸 반주를 하는 분위기는 훈훈했습니다.
제수씨도 왠만한 남자 못지 않은 주당입니다.
얼추 차려진 상 차림에서 .. 술잔이 투박한 질그릇 잔(盞) 입니다.
소주 잔 치고는 좀 크기도 하고.. 궁금하더군요.
" 제수씨.. 이 잔이 술잔입니까...아니면 찻잔입니까 ?" ..
멍청한 제 질문에.. "술을 따르면 술잔이고, 차를 따르면 찻잔이지요~ ㅎㅎ"...
그렇군요.. 말 그대로 우문현답이네요.. ㅋ
제가 방문했던 속셈은.. 따로 있었습니다.
가끔 들려서 겉으로만 보았던 친구의 전원생활에서..
실제 겪는 어려움과 여러가지 궁금 한 점이 있었습니다.
궁금을 빙자하여 물어보니.. 예상치도 못했던 답을 들었습니다.
서울에 집이 있어서 월세를 받지만, 경제력 외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더군요.
하룻밤 신세 잘 지고 왔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골동품에 대한 모 프로를 보다보면..
도자기 가격을 보고 놀란 적은 많았지만,
도자기의 가치에 대해 전문상식이 없는 덕분에 탐나지는 않았습니다...가격만 부러울 뿐.. ㅋ
오래 전 지리산 찻집에서 사 온 질그릇이 있습니다.
투박한 듯 하지만, 매끄러운 도자기 보다는 왠지 정겹게 느껴집니다.
질그릇은 자기의 용도에 대하여 ..나름의 충분한 가치를 지닌 듯 여겨집니다.
눈으로만 감상을 해야 하는.. 아름다운 곡선을 자랑하는 고가의 도자기 보다는..
평소 손 쉽게 다룰 수도 있고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저 질그릇..
가장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일은 각자에게 달려 있듯이..
질그릇은 어찌보면, 늘 고귀한 척 만 하는 도자기보다는..
우리네 삶에 더 가치있는 그릇은 아닐까...합니다.
저 질그릇에 인생이라는 가치를..
잘 버무린 나물처럼 정성들여서 담아야 하는데..
우리네 인연도 그런 건 아닐까요 ?
도자기 처럼 외형적인 조건을 내세우면 흥정이고,
질그릇 처럼 실제의 가치를 알면 인연은 아닌지...?
저는 매끄러운 도자기 같은 삶 보다는..
투박하지만, 질그릇 같은 삶이 더 가치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그 이유는.. 제 삶이 도자기 처럼 남에게 보여 주는 삶을 살아 온 듯 합니다.
질그릇 처럼 내 자신의 가치를 외면 하면서...
늦었지만, 그나마 질그릇의 가치를 알았다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비가 옵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지구별 참여가 매우 부실할 것 같습니다.
하여 주제도 없는 글을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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