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소박한 이야기를 올리고 싶습니다.
동네 주민분께서 직접 만드셨다는 손두부에 막걸리 가볍게 한잔 했습니다.
전에 사셨던 분께서 갑자기 방문을 하셨습니다.
급하게 이사를 하는 바람에 못 가져 간 물건 몇 가지를 가지러 오셨다고 하시면서..
차 한잔 하시라고 했지만, 마당에서 몇 마디 말만 나누고 가셨습니다.
" 동네 주민분들에게 휘둘리면서 살고 싶지 않아서 왕래를 전혀 안 했다" ..라는 말씀만 남기시고..
저도 처음에는 경계심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사전에 연락도 없이 문을 두들기면서 (저는 그 당시 낮잠~^^) 술상을 차리라는 어르신도 계셨고..
허리가 굽으신 한 할머님께서는 감자하고 마늘을 팔아 달라고 하셨지요.
술상을 차려 달라는 어르신께는 없는 반찬이지만 정성껏 술상을 차려 드렸고..
감자하고 마늘은 필요해서 몇 박스 구입해서 좀 남기고, 나머지는 택배로 딸들에게 보냈습니다.
초복에 이장님 댁에서 초청해 주시더군요.
그냥 갈 수는 없어서 음료수와 봉투를 챙겨서 갔습니다.
소머리 국밥에 배 부르게 먹고 나니.. 떡하고 과일까지 챙겨 주셨습니다.
주시는 덕담을 잘 챙기고 나오면서..
" 어르신들 적은 돈이지만, 고기 사드세요" 하고 봉투를 드리고 왔습니다.
네..비록 큰 액수의 돈은 아니였지만, 생색을 내고 싶어서 드린 돈은 아니였습니다.
전 날 부터 음식을 장만하신 어르신들에게 제가 비록 원주민은 아니지만,
정성들여서 차린 음식을 잘 먹은 보답으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을 해서 드렸습니다.
그 후 .. 밑반찬도 주시는 분도 계시고..
중복에는 반장님께서 잡채에 각종 밑반찬을 바구니에 담아서 가져다 주시고..
느닷없이 찾아와서 술상을 차리라고 명령(?)을 하셨던 분은..
몸에 좋은 청계알이라고 자랑을 하시면서 계란과 손두부를 주셔서..
감사한 마음에 막걸리 한잔했습니다~ ^.^
이사를 와서 짐정리 후 이장님 댁을 찾아가서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오가는 길에 어르신들을 뵈면 먼저 인사도 드리고..
그런 저를 “순진한 사람이구먼…. 시골 사람들이 얼마나 영악한데”.. 하시는 분 말씀도 인정을 합니다.
하지만, 저도 세상 물정을 어느 정도는 아는 나이입니다.
먹고 살아야 한다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는 이유로 페르소나도 착용하고 살았습니다.
즉, 상대방이 가식 없이 다가서면 저 또한 가식 없이 대하지만,
상대방이 악의로 대하면, 저 또한 본심을 감추고 칼날을 세우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사 모든 일에 참여자가 아니라 ..
천천히 관찰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여유롭게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할 나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냉정한 원칙과는 늘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적당히 빈틈도 보이면.. 그러면 그 빈틈으로 소박한 인정이 들어 온다는 걸 ..
요즘 조금씩..그리고 천천히 알아가고 있습니다.
동네 어르신들께 휘둘리면서 살기 싫다 ?
오히려 어르신들의 가식없는 친절에 대하여 담을 쌓고 사는 게 궁색한 삶은 아닌지.. ?
하여 저는 주변의 친절과 소통을 할 준비를 차근차근 하는 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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