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지율이와 현관문을 나서면서...
"지율아, 집 떠나면?"
바로 답이 돌아옵니다.
"개고생!"
차박 준비를 하고 강원도로 출발,
폭설 예보로 기대를 많이 하고 갑니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살기 좋아졌는지 폭설 중에 여행을 나서보면 안답니다.
도로 제설이 끝내주게 빨리, 잘 되어지고 있답니다.
눈 오는데 여행 간다고 집사람은 걱정이지만 지율이 엄마는 전혀 걱정 없답니다. 왜? 어떤 위기 상황에도 눈도 깜딱 않는 할아버지 하고 같이 가니까..ㅎ
대구에서 영주까지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그 위로는 눈으로 바꿔 내리네요.
고속도로 속도 줄이고 천천히 올라갑니다.
중간중간 눈이 함박눈처럼 내리다가 그치기를 반복...
오늘 대관령 가서 선자령 산행을 계획했는데 내일로 미루고 일단 오늘은 강릉으로 직행.
오죽헌, 경포대, 동해바다.. 구경하고 바닷가에서 차박으로 하루를 보냈답니다.
일시 : 2023년 1월 15일
강릉은 7번 국도 여행으로 몇 번 지나다닌 곳인데 여행시즌에는 조금 붐비는 동네라 그냥 지나쳐가기도 한답니다.
그러다 보니 놓친 여행지가 오죽헌인데 이번에 천천히 제대로 둘러보고 왔습니다.
구 5000원권 지폐 뒷면에 나와있는 게 오죽헌입니다.
올라가면서 아침 식사 겸 들린 치악산휴게소.
온통 설국입니다.
맛뵈기 눈구경 하구요.
풍경이 모두 흑백 수묵화가 되어 버렸네요.
4시간 이상 눈길을 달려 도착한 강릉.
습기 가득 머금은 눈이라 질퍽합니다.
도로변에는 벚나무가 봄 이르게 색다른 눈꽃을 피우고 있네요.
오죽헌 들리기 전 바로 앞에 있는 오죽 한옥마을 구경부터..
눈이 내려 있는 한옥마을 풍경이 멋집니다.
휴일인데도 사람이 거의 없네요.
지율이와 눈 굴려서 이상한 형태의 눈사람 하나 만들고..
잔디밭에 굴려서인지 깨끗하지 않은 눈사람.
눈꽃은 눈이 내린 뒤에만 잠시 구경할 수 있는 꽃이라 이 세상 어느 꽃보다도 빨리 피고 진답니다.
오죽헌 입장, 입장료 있습니다.
이율곡 할배와 같이..
이이가 이름이고 율곡이 호입니다.
이퇴계와 함께 조선을 대표하는 유학자였고 시대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당파 세력을 해소하려고 노력했지만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본의 아니게 서인들의 지주가 되기도 하였답니다.
이율곡의 고향을 이곳 강릉으로 알고 있는 분이 많은데 이곳은 외가가 있는 곳이고 이율곡의 아버지가 데릴사위로 들어와 이곳 강릉에 머물다가 율곡을 낳은 것입니다.
눈 내린 오죽헌 풍경이 참 보기 좋네요.
강풍 몰아치는 산마루 능선에서나 볼법한 특이한 형태의 소나무 한그루.
검은 대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 오죽헌(烏竹軒)
지금도 집 주변으로 검은색 줄기의 대나무들이 많이 자라고 있습니다.
외문 격인 자경문으로 들어갑니다.
한문은 왼쪽에서 시작하는 글씨와 오른편에서 시작하는 글씨가 통일되지 않아 헷갈립니다.
내부에 있는 글씨들은 모두 오른편에서 시작하는데 이곳 자경문은 왼편에서 시작..
직원분이 대나무에 쌓인 눈을 털고 있네요.
습기 많은 눈이라 매우 무겁습니다.
옛날 오천원권에서 많이 본 풍경.
생각이 나지 않으면...
이곳입니다.
나라의 보물로 지정이 되어 있는 곳이구요.
이이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진 문성사 건물입니다.
문성은 인조가 이이한테 내린 시호입니다.
현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글씨이구요.
율곡 이이
조선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인물이었다고 하지요.
생원과 진사과 대과 등등의 과거 시험을 9번 봤는데 모두 장원을 했다고 합니다.
요즘으로 치면 모든 고시 시험에 전부 수석 합격.
이거 손난로예요?
아니야, 앞에 있는 이율곡의 혼을 불러서 인사를 드리는 장치야.
혼이 뭐예요?
혼은 귀신이지.
마당 좌측에 있는 몽룡실입니다.
지율이가 서 있는 오른편 방에서 율곡이 태어났다고 하네요.
쇳대
어릴 때 시골에 있던 농에 이런 장치가 많이 달려 있었답니다.
이건 어느 시대 물건일까요?
오래된 노송이 한그루 있고 그 옆에는 키는 작지만 연식은 만만찮은 배롱나무가 한그루 있네요.
배롱나무 수령은 600년.
몽룡실 옆에는 우리나라 4대 매화라고 하는 율곡매가 있습니다.
이 역시 수령 600년으로 추정이 되는 홍매로서 설중매를 보기에는 아직 시기가 이른가 봅니다.
(4대 매화 : 오죽헌 율곡매, 화엄사 부용매, 백양사 고불매, 선암사 선암매)
안채로 들어갑니다.
신사임당의 구역이구요.
사랑채와 안채는 70년대 새로 지은 건물들인데 사랑채 기둥에 붙어 있는 주련은 추사의 글씨라고 합니다.
좌측 바깥으로 나 있는 담장문인 운한문을 나오면 특이한 형태의 사당 건물을 만나게 되는데 어제각이라고 합니다.
설명글은 다음과 같이 되어 있습니다.
율곡 이이의 저서 ‘격몽요결(擊蒙要訣)’과 어린 시절 사용하였던 벼루를 보관하여 지은 것이다. 1788년 정조임금은 율곡이 어렸을 때 쓰던 벼루와 친필로 쓴 ‘격몽요결(擊蒙要訣)’이 오죽헌에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듣고, 그것을 궁궐로 가지고 오게 하여 친히 본 다음, 벼루 뒷면에는 율곡의 위대함을 찬양한 글을 새기고, 책에는 머릿글을 지어 잘 보관하라며 돌려 보냈다. 당시 임금의 명을 받은 강원도 관찰사 김재찬(金載瓚)이 이를 보관할 수 있는 집을 지었는데, 그것이 어제각이다.
보관되어 있는 격몽요결과 벼루
이 벼루도 구 오천원권에 그려져 있지요.
마당에 있는 율곡 기념관도 들려서 구경.
오천원권을 퍼즐 맞추기 컴 게임을 만들어 놨는데 지율군이 그거 완성한다고 한참이나 대기.
경포호로 이동.
경포대가 있는 곳입니다.
우리나라 쌍용이 지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하고 비슷한 포즈를 하고 있는 스카이베이경포.
경포대는 주차장에서 3분만 걸어 올라가면 됩니다.
관동팔경의 하나로 나라의 보물로 지정이 되어 있는 건물입니다.
주지번의 글씨로 알려져 있는 제일강산.
근데 제일과 강산의 글씨체가 확연이 다르답니다.
아마도 뒤의 강산은 다른 사람이 쓴 글씨같구요.
내부는 여느 누각과 달리 입체적으로 되어 있습니다.
한단 높은 누마루가 양쪽에 설치되어 있네요.
신발만 벗고 오르면 입장은 자유입니다.
육중하고 무거운 느낌의 건물로서 고려 충숙왕(1326년) 건물이라 하는데 그 뒤 수리 보수를 자주 한 것 같습니다.
앞쪽으로는 바다 같은 경포호가 멋지게 내려다 보입니다.
경포대와 이 호수를 합쳐 명승으로도 지정이 되어 있구요.
도로에서 올려다보는 경포대
저녁까지 시간이 남아 바다를 보며 해안길 드라이브 투어를 합니다.
강릉항이구요.
바다는 아주 요란합니다.
강릉은 커피가 유명하지유.
이 길이 카페거리로서 온통 커피집.
긍데 나는 별로 관심이 안 가네요. ㅎ
일렁이고 춤을 추는 바다가 참 보기 좋습니다.
미친 바다를 보면 뭔가 열정이 솟아나지 않나요?
도꾸 레인코드
5시 가까이 되니 다시 폭설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거센 파도에 쏟아져 내리는 세찬 눈보라가 오히려 상큼하게 느껴지네요.
바다 옆에서 차박.
밤바다에도 눈보라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이는 콜콜 자고 있고 저는 바다와 술을 나누고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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