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으로 여행을 다니면 좋은 점이 몇 가지 있답니다.
① 숙박비 전혀 없음. 체크아웃도 없음...ㅎ
② 차 세우는 자리가 호텔.
③ 나만의 자유, 언택팅 여행.
④ 자아도취, 낭만 뿜뿜..
반면 좋지 않은 점도 몇 가지 있지유.
① 냉난방 불가.
② 눈치 받는 곳이 많음.
③ 세면, 샤워, 화장실 문제.
④ 불편한 잠자리. 제한된 인원.
⑤ 짐이 많아짐.
차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걸 차박(車泊)이라 합니다.
요즘은 차박 장비도 다양화되어 상당히 우아하고 럭셔리하게 다니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아직 어드벤처 노가다형입니다.
차 안에서 자고 차 옆에서 밥 해 먹고 다니고 있지유.
2박 3일로 보길도와 노화도에서 꼬맹이 지율이와 둘이 차박으로 보냈는데 날씨가 좋아 즐겁게 지내고 왔답니다.
보길도하면 떠 오르는 인물이 어부사시사의 윤선도.
이곳에서 살다가 생을 마감했지요.
윤선도와 관련된 내용은 지난 여행 때 대략 둘러본 곳이라 이번에는 그곳은 지나쳤답니다.
(윤선도 관련 보길도 여행기 : 이곳)
해남에서 송지지나 땅끝으로 가다 보면 우측 바다에 작고 예쁜 섬이 두 개 붙어 있는데 죽도입니다.
일몰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고 신비의 바닷길이라고 하여 여름에는 섬까지 물길이 열린답니다.
땅끝에서 보길도 들어가는 배는 아침 7시 30분에서 저녁 6시까지 거의 1시간 간격으로 있다고 보면 됩니다.
땅끝항은 갈두항이라고도 합니다.
보길도는 노화도와 다리로 연결이 되어 있어 하선은 노화도 산양진항이랍니다.
우리가 타고 들어가는 배는 5시 30분 배.
왜?
선상에서 일몰을 볼까 하구요.
노화도 산양진까지는 30분 정도 소요 되는데 오늘 일몰이 6시 땡이니까 잘하면 보고 자칫 못 볼 것도 같네요.
배를 타고 가면서 바라본 땅끝의 자연사박물관입니다.
입구 죠스 조각물과 옥상의 문어가 일품.
노화도에서 되돌아오는 배와 교차하구요.
해는 천천히 기울고 있는데 배가 너무 빨리 가유.
천천히 가야 바다에 빠지는 해를 볼 수 있는데...ㅠ
그동안 수차례 차를 배에 싣고 차박으로 섬 여행을 같이 다닌 지율이는 이제 모든 게 익숙합니다.
바다에 잠기는 일몰은 포기해야 할 듯하네요.
정월 대보름 하루 앞둔 달.
그 위로 뱅기가 날아갑니다.
이곳 보길도나 노화도 위로는 서울~제주 노선인 듯.
비행기가 자주 보입니다.
아쉽게도 배 위에서 일몰은 보지 못했습니다.
배가 오늘따라 악세레다를 마구 밟은 듯...
노화도 내려서 보길도 가는 길에 본 일몰.
예송 해수욕장 도착하여 하루 차박으로.
담날 아침.
역시나 배들이 모두 한쪽 방향으로 머리가 향해져 있네요.
일출 장면입니다.
약간 구름이 끼어 아쉽기는 하지만 온통 붉게 물들어 오르는 동쪽 바다가 멋집니다.
파노라마로 만든 예송리 해변의 일출 장면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예송리 해수욕장은 몽돌해수욕장입니다.
크지도 않은 바둑돌만 한 까만 갯돌로 된 해수욕장인데 우리나라 3대 몽돌 해수욕장입니다.
3대 몽돌 해수욕장은 거제 학동해변, 백령도 콩돌해변입니다.
밤에 파도가 살짝 일면 이 갯돌들이 바다에 밀려갔다 다시 밀려오는 소리가 들리는데 정말 듣기 좋답니다.
한글로 표현하면..
촤르르르르르르르르......
전복 양식용 어선에는 거의 기중기가 붙어 있답니다.
전복 먹이인 다시마나 미역을 주는 용도.
지율이나 저나 모두 속옷바람으로 잠을 자는데 아침에 일어나 겨우 옷은 입었네요.
겨울에 춥지 않냐고요?
그리 춥지는 않답니다.
머리가 조금 시려서 그렇지.
돗자리 깔고, 그 위에 자충매트 깔고, 그 위에 동계 침낭 하나를 깔고, 그 위에 동계 침낭 두 개와 사계절 침낭 하나를 덮고 발 밑에는 하계침낭 두 개 놓아서 그 안에 핫팩 6개 나란히 넣어 둔답니다.
바깥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차 안에도 비슷하게 온도가 내려가게 된답니다.
침낭 안에는 따스한데 머리는 시베리아가 되구요.
그때 방법은?
침낭을 덮어 쓰야지유.
이 커피를 좋아한답니다.
늘 두 개를 한참에 태워 마시는 버릇이 있구요.
오늘은 바다가 잠잠합니다.
한참을 바다와 놀게 놔두었다가..
다시 이동할 준비를 합니다.
일전에 창파형님께서 예송리에서 하루 묵으신 숙소 앞바다 풍경이구요.
이름도 참 예쁘지요.
예송리(禮松里)..^^
예송리에서 나가는 길.
전망대에서 바라 본 예송리 해안.
배들이 한쪽방향으로 보고 있는데 이채롭네요.
보길도는 좌측과 우측으로 도로가 하나씩 나 있는데 좌측은 예송리가 종점이고 우측은 공룡알해수욕장이 있는 보옥리가 종점입니다.
공룡알 해변 가는 길
전복 양식장.
옛집 앞에 오래된 나무가 멋집니다.
주인은 사라지고 나무만 집을 지키고 있네요.
공룡알 해변
커다란 돌들이 둥글둥글 공룡알처럼 생겼답니다.
뒤편으로 보이는 산이 뾰족산(보죽산)
이렇게 커다란 돌들도 누가 주워 간다고 하네요.
해수욕하기에는 조금 거시기한 해수욕장입니다.
다시 지율이 타임.
이럴 땐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답니다.
살짝 지겨워 일어설 때까지..
바닷가 풍경이 참 좋습니다.
보길대교 건너면 노화도.
노화도로 건너갑니다.
노화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가 어딜까 검색을 하니 당산리 신비의 바닷길이 많이 알려져 있네요.
마침 물이 거의 다 빠진 시간이라 한번 가 보기로...
앞에 보이는 섬이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노록도.
뭔가 바다에 긴 띠가 보입니다.
바다가 얕아져 열리는 길이 보이네요.
근데 그 앞의 작은 정자에 앉아 계시던 여럿 할머니들이 '뭐하러왔쏘..' 하길래 ' 애 데리고 물길 열리믄 문어 잡으러 왔습니다.' 고 하니 웃으시믄서 지금은 물이 다 빠져도 허리까지 찬다고 합니다.
담에 음력 3월 보름에 오라고 하네요.
대구에서 예까지 왔다고 반갑다고 올라오라는데 지율이 냉큼 올라갑니다.
지율이 데리고 정자에 올라 할매분들하고 쎄쎄쎄 한참 놀다가 ...
멀리 보이는 땅끝 전망대
바다가 호수보다 더 잔잔합니다.
작업을 마친 어선이 한 척 들어오네요.
식사 시간도 아닌데 배가 고프다고 하여 바닷가에다 전을 폈네유.
나도 막걸리가 생각나구요.
지율이는 이제 이런 장면에 능숙합니다.
지율이 햇반 데우고 나는 괴기 꾸브서 낮술 한잔.
2박 3일 일정을 마치고 되돌아가는 시간.
땅끝 도착입니다.
추억을 묻어 둔 장소.
이 바위는 옛 추억을 기억하고 있을 것 같구요.
되돌아오는 길에 다시 만난 죽도.
잠시의 시간이 꿈같네요.
꿈을 깨면 어디일까? 또 얼마큼 달려가 있을까?
요즘 문득 깨어난 새벽,
나에게도 세월 가는 소리가 들린다.
기적소리를 내면서 멀어져 가는 기차처럼
설핏 잠든 밤에도 세월이 마구 흘러간다.
오광수의 시 '세월이 가는 소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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