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여수에서 보내고 밤에 구례 화엄사로 달려왔습니다.
싸늘한 화엄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차가 한 대도 없네요.
밤에 폭설이 예보되어 있는 데다 날씨도 추울 것이라고 하여 다들 피난을 간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차박으로 하루밤을 보냅니다.
겨울밤 차박은 추위가 걱정이 되지 않냐고 사람들은 묻는데 요즘은 침낭도 성능이 좋고 발 밑에 핫팩 대여섯 개 정도를 얇은 침낭 아래 넣고 그 위에 두터운 침낭을 깔고 자면 집에서 자는 듯 발 밑에 따스하답니다.
저녁에 잘 때부터 눈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니 예상대로 눈이 많이 내려 있네요.
덕분에 하얀 눈으로 치장을 한 화엄사 구경을 했답니다.
화엄사 위치 보기 : 이곳
화엄사는 여느 절집보다 자주 찾은 곳인데 대개 봄 홍매화 필 때 많이 찾았던 것 같습니다.
겨울여행으로는 재작년 겨울 여행으로 이곳을 한번 찾았답니다. (보기)
자고 일어난 아침..
차창 밖으로 눈이 가득 내려 있네요.
지율아, 일어나 눈 봐라. 엄청 내렸다.
늦잠꾸러기 지율이가 이 소리에 벌떡 일어나네요.
눈이 귀한 대구에서는 이런 폭설은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입니다.
온 세상이 하얗게..
주차장으로 올라오는 차가 한 대도 없습니다.
아마도 눈길에 위험하다고 올라오지 않는 듯하네요.
한 시간 정도 지나니 겨우 한두 대씩 올라오고 있습니다.
지율이와 화엄사 여행 출발.
온통 하얀 세상이 되어 사진들이 흑백사진처럼 되어 버렸네요.
불이문 청동 문고리를 쓰담쓰담하면 복이 들어온다고 했더니 지율군 문고리를 잡고 놓질 않습니다.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고..
앞에 주제가 빠져 있는데 '사악한 것은..'입니다.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내용이 인용이 되었다고 보편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는데,
그 내용은,
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
예가 아닌 것은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고, 행하지도 말라.
지율군 하나하나 따라 해 봅니다.
모두가 동화 속 그림이 되었네요.
본전으로 들어갑니다.
우측에 있는 나무가 능소화.
여름에는 아주 예쁘게 꽃을 피운답니다.
눈이 내려 즐거운 아이..
위쪽으로 대웅전이 보입니다.
좌측의 국보건물인 각황전과 중앙의 대웅전.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큰 사진은 이곳 클릭.
오늘은 문화재 설명을 귀에 넣어 주기엔 틀린 것 같습니다.
화엄사는 신라 때 창건한 절집입니다.
이곳이 백제땅이었기도 하지만 신라 진흥왕 시기에는 신라의 지역이었답니다.
진흥왕이 이 지역을 자국으로 편입을 하고 화엄사를 지어서 민심을 얻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화엄사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인 각황전.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후 의상이 당나라에서 화엄종을 공부하고 와서 지은 건물입니다.
각황전 앞의 석등이 수리차 외출하고 없네요.
이곳 화엄사를 대표하는 국보 문화재인데 그게 없으니 앞이 썰렁합니다.
있을 때 다녀온 지난 사진 보기 (보기 1, 보기 2, 보기 3, 보기 4)
동서로 세워져 있는 5층 석탑은 모두 보물로 지정이 되어 있습니다.
국보 석등이 없으니 영 어색하네요.
문화재 수리차 외출을 했다고 하는데 멋지게 단장을 하여 제자리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각황전과 그 앞의 석등 못잖게 화엄사를 빛내고 있는 나무 한그루.
봄이 되면 붉은색이 너무 짙어 흑매라 불리는 아름다운 매화나무 한그루.
화엄사 홍매화(흑매)가 예쁘게 핀 사진 : 보기 1, 보기 2
뒤편 구층암으로 올라가 봅니다.
대숲에도 눈이 예쁘게 내려 있네요.
10여분 오르면 만나는 구층암.
고요함이 가득 차 있습니다.
보이는 건물은 템플스테이하는 방들이 있는 곳이구요.
천불전 앞에서 지율군과 석등에 달린 고드름을 따고 있는데 안쪽에서 처사님이 나오더니 스님이 차 한잔 하시라고 전한다면서 들어오라고 합니다.
좌측 건물의 기둥이 아주 특이하지요.
천불전 앞의 쓰러진 모과나무가 기둥이 되었다고 합니다.
스님과 지율군의 문답놀이가 이어지는데...
(같이 계시는 분들은 이곳에서 템플스테이로 머무신 분들인데 얼굴들을 블러처리를 할려니 죄송스러워 그냥 두었습니다. 혹시 보시면 너그러운 이해를 ~)
스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스님이 지율군한데 뭐 궁금한것 있으면 질문을 하라고 했는데,
지율군 아주 난해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스님은 추석인데 가족들과 같이 지내지 않고 여기 왜 계셔요?
가족들 보고 싶지 않으셔요?
여기 있으면 먹고 입는 것은 누가 가져다주나요?
등등..
지율군과 나누는 대화를 조마조마 듣고 있는데...
이야기가 나에게 옮겨져 나를 늦둥이 둔 아빠로 생각했다고 합니다.ㅎ
한참이나 좋은 말씀도 많이 듣고 즐겁게 이야기 나누다가 방을 나왔네요.
지율군과 구층암 요사 마루에서 기념사진.
임진왜란 때 구층암은 모조리 불타버렸는데 그 뒤 다시 이곳에 절을 지으면서 천불전 앞에 있던 두 그루의 모과나무를 베어서 요사채 기둥으로 만든 것입니다.
구층암에 들리면 이 기둥이 가장 볼거리.
신나는 아이
오늘 화엄사 들리면 그동안 이곳 들려서 익힌 문화재 지식을 지율군에게 수준 높게(?) 전해 줄려고 했는데 오늘 눈이 잔뜩 내려 모든 게 허사가 되었네요.
그래도 전혀 문제없습니다.
다음에 또 오면 되구요.
되돌아 나가는 길.
나오는 길.
보제루 기둥에 눈사람 두 개를 만들었네요.
햇살에 녹아 없어지겠지만 이곳 들린 아이의 마음창고의 화엄사 눈사람은 녹지 않고 오래 머물길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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