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황매산에 올라 지리산으로 넘어가는 일몰(보기)을 보면서 해가 천왕봉과 중봉 사이로 넘어가면 더 보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예쁜 장면을 잡으려면 어디가 좋을까 지도를 보고 추측을 해 보니 대략 거창 감악산에 오르면 뭔가 비슷하게 될 것 같았습니다.
오후, 겨울 밤공기에 얼어 죽지 않을 정도로 준비를 하고 출발을 하려는데 김여사도 옷을 갈아입고 있네요.
어디 갈려고 물으니 마트 간다고 합니다.
지나는 말로 '맨날 가는 마트 치우고 산에 일몰이나 보러 갑시다.'라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 후 배낭을 챙긴 후 방에서 나오니 김여사 그 사이 옷을 다시 갈아입었네요.
마트 간다면서?
아니 산에 같이 가려구요...
허걱!!!
일이 복잡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배낭을 45리터 큰 것으로 바꾸고 김여사 겨울밤에 산에서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 모르니 두터운 옷을 두어 개 더 담고, 아이젠, 랜턴, 김여사 장갑, 목도리, 모자 등등... 예측 가능한 보온장비들과 보온병의 뜨거운 물, 간식에 비상용 식량까지 모두 챙기니 거의 히말라야급 동계산행 분위기가 되었네요.
가 봅시다.. 하고 출발.
※ 다른 계절에는 감악재까지 차량으로 오를 수 있지만 겨울에는 눈이 쌓이고 도로가 미끄러워 오를 수 없답니다.
산행지 : 거창 감악산
일 시 : 2025년 1월 12일
산행 코스 : 연수사 - 정상 - 감악재 - 이스타꽃밭 - 구절초 꽃밭 - 임도 따라 하산 - 연수사
소요 시간 : 3시간 (일몰 구경 널널..)
같은 코스 따라 걷기 : 이곳
가을 아스타국화가 필 때는 전국 미녀분들 인샷 장소가 되어 엄청나게 붐비는 곳인데 이맘때는 올라가는 도로가 결빙이 되어 차량 이동이 되지 않기 때문에 완전 적막한 산이 됩니다.
다녀온 코스인데 원래는 아래쪽 가재골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오를려고 하는데 등산로 입구에 들어서니 눈이 엄청 내려 있습니다.
아무래도 김여사 힘들 것 같아 한 코스 더 차량으로 올라서 연수사에 주차를 했네요.
차량으로는 이곳까지 올라 갈 수 있습니다.
연수사에서 정상으로 오르고 감악재로 이동하여 일몰 보고 임도를 따라 연수사로 하산했답니다.
연수사.
연수사는 감악산에 있는 유일한 절집인데 고려 공민왕 때 사찰이라 역사는 유구합니다.
이곳에는 절보다 더 유명한 약수가 있는데 신라 헌강왕이 이 물을 맞고 중풍을 고쳤다고 하여 지금도 이곳에는 여름 새벽에는 물맞이하러 오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 외에도 연수사에는 어느 여승이 심었다는 600년된 은행나무가 명물이구요.(사진 좌측)
연수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물 맞는 곳'이라는 이정표를 따라가면 등산로와 연결이 됩니다.
눈 내린 후 아무도 지나간 발자국이 없네요.
김여사 오늘 뭔 맘으로 따라 오셨는지 모르지만 겨울 일몰 산행이 그리 만만한 게 아닌데 올라가는 폼으로 봐서는 아무 걱정이 없어 보입니다.
아이젠 없이는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미끄러운 눈길이네요.
약수탕.
남탕에는 관심없고 일단 여탕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위에 물이 떨어지는 대롱이 설치되어 있네요.
그 아래 고무 다라이가 놓여 있어 퍼다가 몸에 끼얹는가 봅니다.
멀건 대낮에 여탕에 들어와 보다니...
이후 정상까지는 꾸준한 오르막길입니다.
최초 출발지로 정했던 가재골주차장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 게 됩니다.
짐승들도 거의 등산로를 따라 움직인답니다.
김여사 등산로를 헷갈려 하길래 짐승 발자국만 따라가면 된다고 하니 앞서 러셀을 해가며 잘 오르고 있네요.
KBS중계탑이 있는 능선에 도착.
이곳은 몇 번 와 본 곳인데 거의 바람 쐬러 오는 곳이라 김여사 정상석 인증샷을 오랜만에 남겨 봅니다.
미세먼지가 있어 조망이 탁합니다.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서 조망되는 풍경입니다.
아는 지명만 대충 표기해 봤습니다.
소룡산이 두곳 표기되어 있는데 합천댐 인근의 소룡산은 영상테마파크 뒷산으로 이전에는 송이가 많은 곳이고 그 이전에는 호랭이가 나타난다고 했지요.
우측의 산청 소룡산은 산행기는 이곳인데 엄청 오지입니다.
클릭하면 크게 보이고 큰 화면으로 보시려면 이곳 클릭.
일몰 구경을 위하여 정상에서 감악재로 이동합니다.
정상에서 감악재까지는 800m.
통신 중계소 건물 옆에 있는 해맞이 장소.
해가 기울고 있네요.
그래도 동지 지나고 나니 해가 많이 길어진듯 합니다.
지지난해이던가 도시락과 막거리 싸 와서 이곳 나무그늘에서 한나절 쉬었던 추억이 있네요.
바람개비 있는 쪽으로 이동.
보름을 이틀 앞둔 배부른 달이 둥실 떠 올랐습니다.
아스타 꽃밭옆에 있는 전망대.
일몰이 전망대에 걸쳐져 있는 풍경이 예쁘게 보입니다.
이곳에서 일몰을 봐도 좋을 것 같은데 조금 더 서쪽으로 이동을 해 봅니다.
꽃밭에 서 있는 바람개비.
천문관측시설.
전망대에 올라갔는데 바람이 세차게 부네요.
바닥과 저 위는 불과 몇 m차이인데 뭔 바람이 저곳 위에는 시베리아..
풍력 바람개비 돌아가는 소리는 곁에서 들으면 약간 무섭답니다.(김여사 표현)
우~웅 거리며 돌아가는 소리가 저승사자 부르는 소리와 비슷...ㅠㅠ
일몰 시간이 다가왔네요.
미세먼지는 있지만 다행히 일몰 감상은 지장이 없을 듯합니다.
미세먼지로 인하여 해가 질수록 빨갛게 변합니다.
저기 뒤편에 지리산이 보여야 하는데 오늘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요.
일몰이 좋아지는 나이??
그러면 안 되는데....
그런데 이상하게 요즘 일몰 산행을 자주 다니게 됩니다.
이전에는 일출이 아름답더니 이젠 일몰이 훨씬 더 아름답게 느껴지네요.
정현종의 나의 명함이란 시가 있지요.
이것들 저것 속에 솔기 없이 녹아
사람 미치게 하는
저 어스름 때야말로 항상
나의 명함이리
쏴한 겨울 산정에서 보는 일몰 풍경이 사람을 '미치게' 만듭니다.
이게 나의 명함일까요?
일몰의 해는 점점 붉게 익어 가네요.
개울가에 놀다 온 아이의 볼처럼 발갛습니다.
바람개비 날개로 해를 툭 치는 장면을 찍어 보려고 하니 바람개비 속도가 빨라 잘 되지 않습니다.
춥기도 하고..
동쪽으로는 달님이 이만큼 다가오고 있네요.
미세먼지 구름 속으로 해가 숨고 있네요.
바람개비 작대기가 해를 툭 치는 장면을 겨우 하나 견졌습니다.
해야... 오늘 수고했어.
이제 쉬어야지..
바람개비가 해를 쓰담쓰담하며 이야기했습니다.
세상이 어둠 속에 잠겼네요.
혼자였으면 한두 시간 더 일몰 여운도 즐기도 저잣거리 야경도 보고 내려가겠는데 김여사 동행이라 뜨거운 차 한잔 태워먹고 곧장 하산합니다.
서쪽이 더욱 붉게 물들어 가네요.
해가 지는 노을 풍경은 언제 봐도 아름답습니다.
오늘 감악산에 와서 이런 풍경을 보고 싶었는데...ㅠ
(사진은 황매산에서 본 일몰과 오늘 본 일몰을 합친 포샵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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