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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일기

고려와 조선의 건국설화가 전해지는 임실의 성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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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산은 치즈의 고장 임실의 주산입니다.

솔직히 산은 별 볼 일 없는 그저 그런 육산입니다만 이 산자락 아래 자리한 상이암(上耳庵)은 고려를 세운 왕건과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이곳에서 필을 받아 나라를 세웠다는 건국설화가 전해지는 곳입니다.

 

신라말 승려이자 고려 때 유명스타가 된 도선은 우리나라 풍수지리의 원조급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도선스님이 촌에서 놀고 있던 왕건한테 성수산이 터가 좋다고 이르고 이곳에서 기도를 하라고 권했답니다.

왕건이 이를 받아들여 성수산 자락에서 백일기도를 마쳤는데도 별다른 기분 변화가 없어 흐르는 개울에 목욕재계하고 3일간 다시 간절한 소망을 빌었는데 이때 관음보살의 계시를 받았다고 하네요.

기분 업된 왕건은 그 기도자리를 환희담(歡喜潭)이라고 이름 짓고 그곳에 글씨를 새겨 두었답니다.

이후 왕건은 궁예를 몰아내고 신라를 복속 시킨 다음 황제가 되어 국호를 고려라고 고치고 태조가 되었답니다.

도선은 그 자리에 건국기념으로 도선암이란 절을 세웠구요.

 

세월이 흘러,

고려말 이성계 장군이 왜구를 물리치고 되돌아가는 길에 절친이었던 무학대사가 성주산을 소개하고 이러저러한 내역을 이야기한 다음 기도빨 괜찮은 곳이니 한번 들려보자고 권했답니다.

이성계도 이곳에서 간절한 기도를 한 후 꿈을 꾸었는데 용이 나타나 자기 몸을 세 번 씻겨주는 발룡대몽(發龍大夢)의 꿈을 꾸게 되었답니다. 크게 기뻐한 그는 그곳에 산과 물 그리고 하늘이 맑다는 뜻의 삼청동(三淸洞)이란 글씨를 직접 써서 남겼구요.

그 후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는 이곳에서 하늘의 소리를 들었다 하여 도선암의 이름을 상이암(上耳庵)으로 고치고 자신이 삼청동이라고 쓴 바위를 어필각(御筆閣)을 지어 보존하게 했다고 합니다.

 

 

이런 내력에 호기심이 생겨 성수산보다는 상이암에 끌려 찾아간 산행지였답니다.

간 김에 산도 한 바퀴 둘러 내려왔구요.

성수산은 조망도 거의 없는 산입니다.

능선 오름에서 만난 연화봉이 조망이 트이는 유일한 장소였네요.

산행 얼릉 마치고 내려와 차를 가지고 다시 상이암까지 올라가서 천천히 암자 구경하는데 정성을 쏟았답니다.

 

 

산행지 : 성수산

일 시 : 2023년 8월 13일

산행 코스 : 상이암 아래 문화해설사의 집 자리에 주차 - 연화봉 - 정상 - 905능선 - 905봉 - 팔공산 갈림길 - 구름재 - 임도 - 해설사집(원점회귀)

소요 시간 : 산행 3시간 30분, 상이암 탐방 1시간 30분.

 

 

 

날씨가 많이 더워 하루종일 아무도 만나지 못했네요.

상이암에 들려서도 스님 코빼이도 보지 못한 ..

 

 

성수산 등산지도

제가 다녀온 코스만 그려져 있습니다.(파란색).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돌고 내려왔고요.

 

 

성수산 올라가는 길은 왕의 숲이라고 하고 왕의 길이라고도 하네요.

옆으로 보이는 시골 마을이 운치가 있습니다.

동네를 내려다보는 작은 절집에 특이하게 보입니다.

 

 

이곳 주변의 도로명은 태조길이고 성수산 상이암으로 들어가는 도로는 왕의 숲, 왕의 길이란 명칭이 붙어 있네요.

 

 

비가 온 후라 성수골 계곡수가 콸콸 내려옵니다.

성수산 입구에는 여러 가지 공사들을 하고 있는데 스토리텔링으로 태조 이성계를 요모조모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상이암 아래 문화재해설사 관리소가 있는 곳에 주차를 했답니다.

오른편으로 하산길 임도와 마주하는 곳이라 이곳에 주차하면 하산하여 곧장 차와 만나게 되네요.

산중 자그마한 암자에 문화재해설사가 있다는 건 그만큼 문화재 가치가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는데 오늘 산행 후 상이암 탐방이 기대가 됩니다.

 

 

산행 준비로 차에서 내리니 산중인데도 열기가 팍팍.

산행이고 뭐고 치아뿌리고 그냥 계곡수에 풍덩 하고 싶네요.

 

 

상이암으로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이곳에서 화살표 방향으로 본격 산행입니다.

살짝 오르면 임도와 다시 만나게 되고 임도를 따라 한구비 돌면,

 

 

산길로 들어가는 등산로가 있답니다.

좌측 임도를 따라 산행을 해도 되는데 능선 산행길로 산행 구간이 상당히 길어집니다.

 

 

태풍 지나간 뒤라 등산로가 엉망이 되어 있습니다.

 

 

한참을 오르면 다시 등산로가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왼편은 능선을 따라 오르고 오른편은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입니다.

리본을 보니 대개 왼편 능선길로 오르나 봅니다. 나도 따라서..

 

 

제법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집니다.

지그재그 로프가 설치되어 있는데 겨울 폭설에 용이할 것 같네요.

 

 

가지가 엄청나게 많은 반송 형태의 소나무입니다.

특이하게 생겼네요.

 

 

연화봉 도착입니다.

정상은 암봉으로 되어 있습니다.

요즘 여름 날씨가 하루종일 대기에 습기가 가득하여 조망이 막혀 있다가 저녁 무렵이면 깔끔하게 걷히는 날들이 이어지네요.

이날도 텁텁하게 더운 날씨에 대기에 습기가 가득 차여 안개처럼 뿌옇게 되어 조망이 막혀 있네요.

이곳 봉우리가 성수봉 유일의 조망처.

 

 

정상 지나서 가야 할 능선길과 뒤편 장수 팔공산이 조망됩니다.

 

 

앞쪽에 보이는 산은 내동산으로 짐작이 됩니다.

 

 

아래로 상이암이 내려다 보이네요.

 

 

태풍으로 나뭇가지들이 많이 부러져 있습니다.

 

 

정상 아래 헬리포트

 

 

성수산 정상.

조망은 막혀 있습니다.

성수산은 이곳 외에도 진안에도 동명의 산이 있답니다.

 

 

구름재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중간에 하산길이 있는데 간단하게 산행을 하려면 이곳으로 내려가면 될 것 같네요.

볼 것도 없는데 왜 빙빙 둘러 내려가나?

대구에서 예까지 왔는데 간단하게 그냥 내려가면 아까워서리..

 

 

능선길의 오르내림이 이어지구요.

 

 

돌로 쌓은듯한 거대한 통바위를 지납니다.

아주 특이하게 생긴 바위입니다.

 

 

이걸 운모라고 하나요? 석영이라고 하나요?

반짝반짝 유리 같은 얇은 막을 가진 돌들이 집중적으로 많습니다.

 

 

 

 

 

무심결에 오른편 데크길로 갔네요.

잠시 후 데크길은 아래로 주욱 떨어지는 하산길입니다.

다시 되돌아와서 왼편 산길로..

안내판이라도 하나 세워두지.. 하는 생각과.

이런 산 능선에 이런 데크길을 한없이 길게 뭐 하러 만들어 두었을까 하는 생각이..

옛날 시골 뒷집 욕쟁이 아짐씨 표현대로 돈이 썩어자빠졌나 보다.

 

 

이곳이 905봉인가 봅니다.

 

 

 

 

 

몇 년 전 청송의 어느 여름 산행에서 꽉 막힌 풀숲길을 걷다가 발밑에 오소리 같은 이상한 짐승 가족을 마구 밟아 지들도 놀라고 나도 놀란 기억이 나네요.

 

 

팔공산 갈림길입니다.

직진하면 장수팔공산, 이곳에서 우측 화살표 방향으로 하산합니다.

이곳부터는 주욱 내리막.

 

 

한참을 내려와 임도와 만나게 되네요.

이곳이 구름재인가 봅니다.

 

 

임도 따라 계속 내려가는데 오른편에 뭔 석굴이 보입니다.

앞쪽에 돌로 쌓아 막아 두었는데 막아두지 않았다면 들어가서 한번 둘러보고 싶은데 돌담을 쌓아 놓으니 왠지 기분이 내키지 않네요.

 

 

중간중간 만나는 계곡에서 벗어 말어 .. 계속 다음 계곡을 기대하며 걷게 되네요.

 

 

처음 올라갔던 연화봉이 올려다 보입니다.

아래쪽 모퉁이를 돌면 차를 세워 둔 곳.

 

 

차에 되돌아와서 차를 몰고 상이암으로 오릅니다.

주차해 둔 곳에서 상이암까지는 400m 도로길.

상이암 주차장에서 상이암 오르는 우회길이 운치 있습니다.

 

 

 

 

 

상이암 도착.

마당 가운데 우뚝 솟은 커다란 나무가 눈에 먼저 들어옵니다.

화백나무라고 하는데 본전인 무량수전 앞마당에 자리한 상이암의 마스코트네요.

 

 

상이암 입구에서 본 상이암 전체 경내 풍경입니다.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화백나무는 얼마나 큰지 한 화면에 잡기가 힘들겠는데요.

 

 

폰으로 잡은 화백나무입니다.

가지가 9개로서 이곳 성수산의 기운이 아홉 마리 용이 모여드는 구룡쟁주형(九龍爭走形) 풍수지리설과 무관하지 않다고 여겨진답니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화백나무

수령은 12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높이가 상당합니다.

나무아래 탁자가 마련되어 있어 차담을 즐기면서 나무의 기운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본당인 무량수전.

극락세계를  다스리고 있는 아미타부처님을 모시고 있는 법당입니다.

나무아미타불...

 

 

 

 

 

특이하게도 호위불이 없네요.

보통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협시불로 같이 있지요.

 

 

상이암이란 현판은 무량수전 옆 벽이 걸려 있습니다.

 

 

작은 개울 건너 자리한 요사채도 깔끔 운치있구요.

 

 

 

뒤편으로 올라갑니다.

길 가운데 특이한 바위가 있는데요.

 

 

이게 고려 개국을 한 왕건이 백일기도를 하고 몸을 씻어 부처님의 영험을 얻었다고 하여 환희담(歡喜潭)이란 글자를 새겼는데 그곳이 있던 계곡의 큰 바위에서 글씨가 새겨진 부분을 절취하여 이곳에 옮겨 놓은 것입니다.

 

 

아주 오래되어 글씨가 많이 마모가 되었는데 그래도 대충 歡喜潭이란 내용을 알아볼 수 있겠네요.

 

 

암자 뒤편으로는 눈여겨보지 않으면 지나칠 것 같은 나무 한그루가 서 있는데요.

수령이 무려 600년이나 되는 청실배나무입니다.

이성계가 이곳에서 백일기도하면서 심었다는 나무인데  진안 마이산 은수사에도 이성계가 심었다는 수령이 비슷한 청실배나무가 있답니다.(보기)

 

 

칠성각으로 올라가는 길 옆에는..

 

 

이런 아담한 건물이 하나 있는데..

이름은 소리카페입니다.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 풍경소리가 들리는 곳이네요.

 

 

무인카페.

메뉴는 제가 좋아하는 믹스커피 한 가지.

 

 

현금을 가져오지 않아 외상으로 한잔 했답니다.

저는 믹스커피를 자주는 마시지 않는데 마실 때는 늘 봉다리 두 개 털어 넣는답니다.

 

 

조선 중기에 만들어진 부도 사리탑입니다.

아쉽게도 탑신에 명문이 없어 부도비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고 합니다.

다마 꺼내서 유전자 감식을 할 수도 없꼬..

근데 이 엄숙한 자리에 물통을 방치해서 그림이 엉망이 되었네유.

 

 

맨 위에 자리한 산신각.

건립이 오래되지 않은 듯합니다.

 

 

산신각 내부의 통상적인 풍경

호랭이를 델꼬 댕기는 산신령님과 시중을 드는 선녀도 등장합니다.

산신각은 원래 불교 하고는 관계없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게 불교문화로 개입이 되어 절집 산 쪽에 자리하고 있답니다. 절의 호위나 안위를 산신령께 일부 위탁을 하는 의미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전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고 각이란 이름을 붙이는 특징이 있는데 산신각 외에 칠성각(七星閣), 독성각(獨聖閣)등으로도 이름이 붙여진답니다.

 

 

 

이성계가 썼다는 삼청동 비석이 보존되어 있는 전각입니다.

그 옆의 바위들은 여의주 기가 모여 있는 곳이라고 하여 지금도 기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모여든다고 합니다.

옛날 꼬쟁이들이 기를 받으려고 그랬는지 명문 낙서가 잔뜩 새겨져 있습니다.

 

 

이성계의 글씨 삼청동(三淸洞)

 

 

그 옆의 바위들에는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온통 이름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안사(按使)가 뭔 직책인가 했더니 관찰사였네요.

이곳 들려서 바위 한번 껴안고 오면 아픈데 싹 사라질 것입니다.

 

 

여의주 모형을 하나 만들어 두었네요.

 

 

암자를 되돌아 내려오는 길에는 해우소 건물이 있고 그 앞에 휴게소 비슷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안쪽은 공양간 같구요.

 

 

이곳 암자에는 누군가 예쁜 손길이 있는 것 같네요.

요모조모 살가움이 가득합니다.

 

 

다시 되돌아 나오는 길.

개울옆 암벽을 꽉 붙잡고 살아가는 나무 한그루가 보이네요.

이 세상을 꽉 붙잡고 살아가면 안 될 게 없을 것 같은데....

 

 

큰 도로와 만나기 전.

커다란 저수지가 있는데 고요함이 멋진 데깔코마니 풍경을 만들었네요.

 

 

진안 IC로 가는 길.

무궁화 예쁘게 핀 가로수길 건너 저편에서 오뚝 솟은 마이산이 내다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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