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또 엘리베이터에서 14층 총각을 만났네요.
대학 1학년입니다.
추리닝 차림에 위에는 반팔이구요.
3년 전부터 매일 거의 이 차림새로만 다닌 걸로 기억됩니다.
1층 필로티주차장 한켠에 재떨이가 마련되어 있고 우리 동 골초분들은 모두 이곳 내려와서 담배를 핀답니다.
이 학생이 담배 피우러 이곳으로 내려오는 걸 눈치로 안 건 2년 전..
그날은 조금 일찍 출근하는 날이었지요.
아마도 그전부터 피우러 내려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마디 건네면서 얼굴 바로 쳐다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너 담배 피러 가냐?"
대답은 단답형 한마디..
"예"
"몇 학년이야?"
"고 2학년요."
별 대수롭잖게 대답하는 그 애한테 공자타령은 애초 생각도 못하겠고 그냥 웃고 말았네요.
나도 그때부터 피웠으니요.ㅎ
"추운데 그리 입고.. 담배 맛 나겠다야."
겨울인데도 얇은 추리닝에 반팔 티를 입어 농담했는데 웃지도 않네요.
암튼 그 뒤로 엘베이터에서 만나면 목례를 까닥하여 나도 웃으며 받았답니다.
그렇게 3년 내내..
나는 몇일에 한번 정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게 되지만 아마도 매일 담배 피러 오르내리겠지요.
14층에서 담배 한 대 꾸블려고 1층까지 내려와서 피우고 올라가는 그 정신이랄까 기개랄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옛날 우리 고등 때 시절에는 담배 피다 걸리면 곧장 정학이라, 학교에서 피울 담배 서너 가치를 어디다 숨기느냐가 결사의 노하우였는데 고등학생 신분으로 떳떳하게 담뱃갑을 들고 내려가 피우고 올라가는 당찬 모습이 분명 새롭습니다.
자기 집에서도 틀림없이 알고 있을 텐데 말입니다.
어쩌면 집에서 피다 걸려서 기왕 피우려면 정정당당하게 피우는 장소에 가서 피우라고 주의를 받았는지도 모를 일이구요.
어찌 됐건 집에서 피우지 않고, 몰래 피지도 않고 1층까지 내려와 피우고 올라가는 그 정신은 분명 칭찬을 해 주고 싶네요.
이제 대학생이 되어 누가 무어라 할 수도 없는 나이.
일찍 배운 담배 일찍 끊고..
그렇게 익힌 당당함을 무기로 멋진 청춘이 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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