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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일기

억새꽃 핀 천관산의 일몰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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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추석 연휴..

시골에서 차례 모시고 올라온 다음 날 손자 지율이와 전라도 장흥의 천관산(天冠山)을 일몰 산행으로 다녀왔답니다.

1박 2일 차박을 하면서 여행도 즐기구요.

천관산은 산 이름에서 느껴지듯 하늘이 내린 면류관을 쓰고 있는 모습으로 보여 붙여진 이름인데 이맘때 억새풍경이 기가 막히게 멋진 곳이라 가을 산행지로 인기 만점인 곳입니다.

 

대구 집에서 조금 늦게 출발하여 천관산 자락에 도착을 하니 오후 4시쯤 되었네요.

지율이한테 야간 산행을 할래 아님 낼 아침 산에 오를까 물으니 야간산행을 하자고 합니다.

산행 코스는 구간이 짧은 탑산사 코스로 했답니다.

몇 번 와 본 천관산이지만 이 구간은 처음이네요.

 

탑산사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탑산사 큰절로 올랐는데 마침 만난 도성주지스님께서 지율이를 너무 기특하게 여겨서 이런저런 선물을 많이 주셨습니다. 아마도 지율이 추억창고에 오래 남아 있을 듯.

탑산사 큰절은 정말 특이하네요.

가파른 산의 8부 능선에 이만큼 큰 사찰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모든 물자를 지고 올라야 되는 곳인데 대단한 내공이 깃든 곳이라 여겨집니다.

 

이곳 탑산사는 2007년 9월 3일, 한국기록원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불교와 부처님 진신사리가 들어온 곳이라는 것을 인정한 곳입니다. 우리나라 불교 도래지에 관해서는 주로 구전에 의해 전해지는 게 다수인데 이곳 탑산사의 불교 도입은 문헌적 근거가 있는 것이라 이 기록이 학술적으로 인정이 될 경우 우리나라 불교사가 500년 정도 앞당겨진다고 합니다.

 

도성스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대구 수성구 지역구인 주호영의원이 국회 정각회 회장인데 이 분 노력으로 이번 가을 이곳 탑산사 인근에서 불교유적지를 발굴조사한다고 하니 좋은 결과 있기를 바라고요.

 

산에서 일몰을 본다는 것은 야간산행이 된다는 의미인데 초등 2학년 짜리 꼬맹이와 어두운 밤길 산행을 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닌데 아이가 할비만 믿고 두려워하지 않으니 한번 도전해 봤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길을 걸어 내려오면서 아이가 가장 두려워한 건 오직 벌레를 밟을까 하는 것.

불빛에 보이는 귀뚜라미와 많은 벌레들을 피하며 조심해 내려왔답니다.

 

 

산행지 : 천관산

일 시 : 2023년 10월 1일

산행 코스 : 아랫절 주차장 - 큰절(탑산사) - 구룡봉 - 환희대 - 연대봉(정상) - 환희대로 가는 중간에 헬기장까지 되돌아와서 - 닭봉 - 주차장(원점회귀)

소요 시간 : 3시간 30분

 

 

 

천관산은 전남의 도립공원이자 국가 명승지로 지정이 된 곳이고 지리산, 월출산, 내장산, 내변산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봄 진달래도 유명하지만 천관산은 역시 가을 억새가 제맛이랍니다.

다가오는 10월 8일 올해 억새축제를 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습니다.

 

 

천관산  등산지도

남쪽 탑산사 구간으로서 파란색 구간이 다녀 온 코스입니다.

천관문학관에서 길게 등산코스를 만들 수 있으나 이날은 지율이 모처럼 산행이라 탑산사 아랫절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출발.

탑산사 큰절 거쳐 구룡봉으로 올라서 연대봉 정상까지 간 다음 역새 군락지 중심에 있는 헬기장까지 되돌아와서 닭봉을 거쳐 원점으로 하산을 하였답니다.

반 정도는 야간산행이 되었네요.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천관산.

 

 

탑산사 아랫절 주차장에서 출발.

지율이가 탑에 비하여 아주 작게 보이네요.

 

 

기암들이 많아 출발부터 볼거리 가득합니다.

 

 

아랫절 이곳저곳도 둘러봤는데 거주하는 이 아무도 없고 모두가 폐사가 되었네요.

 

 

원인이 뭔가 했더니 물이 없어 그리 된 것 같습니다

이곳이 식수원인 우물터인데 바짝 말라 있습니다.

 

 

폐사된 아랫절 둘러보고 다시 한참 되돌아 나와서...

 

 

본격적인 산행 시작입니다.

코스는 구룡봉으로 올라서 산 능선을 이어 정상까지 간 다음 하산은 그곳에서 결정할 생각으로 출발.

 

 

아직은 녹색 단풍이지만 곧 변하겠지요.

 

 

지난 여름 무더위로 한동안 산행을 꿀라먹고 오늘 모처럼 산행에 나선 지율군.

호기롭게 달려 오르지만 곧 지칠 듯하네요.

 

 

산은 느리게 천천히 오르는 게 가장 빨리 오르는 것이라고 늘 이야기하지만 아이한테는 아직 먹혀들지 않네요.

 

 

중간에 굴법당같이 생긴 반야굴도 지나고..

철문을 만들어 잠가두어 내부를 보지 못했는데 상당히 궁금하네요.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집니다.

 

 

한참을 오르면 거대한 석축이 보이고..

 

 

탑산사 큰절입니다.

산 8부쯤 되는 곳에 자재 운반  도로도 없이 이렇게 큰 절을 지었다는 게 대단하네요.

이 절은 조성된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원래 탑산사는 이곳 위 구룡봉 아래 자리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서기 800년 신라 애장왕 때 창건되어 여러 전각들을 갖춘 큰 절이었다고 합니다. 조선 중기까지 내력이 없다고 임란 때 이곳에 있던 800 근짜리 종을 녹여서 왜병들 총을 만들었다고 하는 기록이 있다네요.

 

 

절은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인기척이 없어 고요합니다.

오늘 오르면서 물을 많이 마시는 지율이를 위해 작은 물병을 다시 채우고 그냥 오를까 했는데 지율이가 꼭 부처님께 인사를 하고 싶답니다. 나는 등산화 벗기 싫어서 바깥에서 고개만 숙이고 지율이는 안에 들어가 삼배를 올렸고요.

 

 

부처님이 고놈 참 기특하네.. 할 것 같습니다.

 

 

대웅전 앞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정말 멋지네요.

 

 

지율 군 다시 신발을 신고 산행을 하려는데 어디선가 스님이 나타나셨네요.

이곳 탑산사 큰절의 주지 도성스님입니다.

이 늦은 시각에 올라와서 부처님께 삼배 인사를 올린 지율이가 너무 기특하다며 따라오라고 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귀한 차를 대접한다며..

 

방 안에서 작은 차주전자를 들고 와서 한잔 따라 주는데 저도 이런 차는 처음 마셔 봤습니다.

색깔은 완전 무색투명한 물색깔인데 맛이 정말 오묘하네요.

도성스님이 차에 들어간 재료에 대하여 설명을 한참 하셨는데 도통 기억이...

 

 

그리고 과일 한바구니를 들고 나오시고 다시 어떤 함을 가지고 나오시더니 그 속에서 오천원 4장을 꺼내셔서 지율이한테 건네주시네요. 

마지막으로 얻어 온 건 초코파이 열개.

한두 개만 주시라고 해도 꼭 다 가지고 가라고 하여 꽉 찬 배낭에 모두 넣어 올랐습니다.

그리고 참 내년 달력도 두개 주셨네요.

 

 

도성스님께서는 한참을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습니다.

이곳 내력과 앞으로 문화재 발굴로 이곳이 잘 되었으면 하는 맘을 숨기지 않으셨고 달력 한 페이지를 넘기시더니 위 사진과 같은 장면에서 뒤편으로 한라산이 우뚝한 것을 보여 주시며 오늘은 해무가 약간 껴서 아쉽다는 말씀도 하시고.

 

 

앞쪽에 보이는 거북바위 두 개와 이런저런 바위들에 대한 내력들도 이야기를 다 해 주셨는데 이것도 생각이 나지 않네요.ㅠ

 

 

강아지 바위는 지율이가 관심 있게 듣는 바람에 기억이 납니다.

 

 

강아지의 머리가 돋보이는...

 

 

탑산사 옆으로는 거대한 바위들이 자리하고 있네요.

그 사이로 산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답니다.

 

 

한라산이 보이지 않아 조금 아쉽지만 내려다보는 바다와 가을 풍경은 정말 멋집니다.

 

 

 

 

 

조금 더 올라서 만나는 의상암터.

기묘한 바위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고 암자가 있던 자리에는 중간석이 사라진 석등 하나만 자리하고 있습니다.

 

 

약간 낡아진 계단을 오르면...

 

 

아래로 탑산사를 낳게 한 아육왕탑(阿育王塔).

인도의 왕 아육왕(아소카왕)이 이곳에 보탑을 세워 부처의 사리를 봉안했다고 하는데 이 탑 아래에는 가섭불이 좌선했다는 자리로 알려진 가섭불연좌석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상당하게 큰 석탑 모양인데 자연석으로 형성되었다고는 믿기 힘든 형태이네요.

 

 

아육왕탑 주변의 풍경을 같이 보는 파노라마.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아이와 함께 산행을 하면 스틱을 가지고 다닐 수 없는 데다 이날은 야간산행으로 하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여 단단한 나무로 창(?)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근데 산행 내내 지율이의 장난감이 되었네요.

 

 

해가 질 무렵이라 바다가 선명하지는 않지만 다도해는 한 폭의 그림입니다.

 

 

멀리 정상인 연대봉이 보이네요.

 

 

구룡봉에 오르니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댑니다.

해 질 무렵이라 더하네요.

멀리 천관산 명물 바위군들이 들어오네요.

 

 

가장 돋보이는 진죽봉

좌측 바위가 이스타섬의 모아이 거석을 닮았네요.

 

 

 

 

 

 

 

 

멀리 우측으로 조망되는 산은 한눈에 봐도 월출산.

그러면 위치로 봐서는 좌측의 뾰쪽 솟은 산은 흑석산이 되겠네요.

 

 

진죽봉 바위군은 정말 특색 있습니다.

 

 

바람도 많이 불고 올라올 때 열기가 식어 아이를 겨울 옷으로 변신.

이곳부터는 온통 억새길입니다.

 

 

 

 

 

 

 

 

억새밭 너머로 보이는 바다도 멋집니다.

가운데 뒤로 멀리 청산도가 보이네요.

그 앞으로 볼록볼록한 섬은 조약도.

 

 

 

 

 

일몰이 가까워졌습니다.

 

 

 

 

 

 

 

 

환희대에서 일몰 구경을 하려고 하니 바람이 너무 세차 지나칩니다.

 

 

 

 

 

 

 

 

능선에서 다시 내려다보니 아까는 보이지 않던 한라산이 살짝 보이네요.

 

 

일몰이 시작되고 있네요.

산에서 보는 일몰은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답니다.

 

 

 

 

 

 

 

 

지율군도 일몰에 심취.

 

 

 

 

 

 

 

 

서쪽으로 하루가 마감이 됩니다.

 

박이도의 일몰은 비장합니다.

 

어느 시점에서 하직할까

어느 지점에서 굴러떨어질까 ​

지금 해는 내 기대를 뿌리치고

고독의 손수건을 흔들면 사라진다 ​

외로움, 두려움, 침묵

죽음의 블랙홀

 

오세영의 일몰은 평온하구요.

 

온종일 지구를 끌다가

저물녘 지평선에 누워

비로소 안식에 든 산맥. ​

하루의 노역을 마치고

평화롭게

짚 바닥에 쓰러져 홀로 되새김질하는

소 잔등의

처연하게 부드러운 능선이여

 

 

해진 후 더욱 아름다운 저녁노을.

 

 

 

 

 

 

 

 

헬기장에는 야영을 즐기는 분들의 작은 집들이 마련되어 있네요.

멋집니다.

지난 여름에는 나도 꼭 한번 해 보고 싶었던 것인데 지나가 버리고..

 

 

멀리 연대봉 정상이 보입니다.

그곳 아래에서도 백패커의 집이 두동 보입니다.

능선은 온통 억새꽃으로 빛나고 있구요.

주변은 급하게 어두워집니다.

 

 

 

 

 

지율군은 해가 지든지 말든지..

어떻게 하산할까 하는 걱정은 1도 없습니다.

 

 

 

 

 

 

 

 

 

 

 

카메라가 다행히 어두운 정상의 풍경을 그나마 담아 주었네요.

 

 

멀리 우측으로 가운데가 쑥 들어간 두륜산이 보이고 좌측으로는 완도의 상왕봉이 조망됩니다.

 

 

건너편으로 대장봉 아래 헬기장에서 백패킹 하는 분들의 불빛이 보이네요.

 

 

주변이 캄캄해졌네요.

 

 

가운데 뒤로 제암산에서 일림산으로 연결되는 능선이 조망되네요.

천관산은 이곳 아래 장천재에서 가장 많이 오르는 것 같습니다.

 

 

경사가 급한 닭봉 능선 하산길.

아이의 손을 꼭 잡고 내려갑니다.

발 밑에 작은 벌레들을 밟지 않고 피해 내려간다고 애 먹었네요.

 

이전부터 늘 이야기한답니다.

산에서 작은 곤충이나 벌레도 일부러는 밟지 마라고.

생명의 가치로 치면 그네들이나 인간이나 하나의 생명이라고.

 

 

닭봉의 조망이 참 좋은 곳으로 알고 있는데 밤이라 아쉽습니다.

무사히 하산하여 차박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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