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
2025. 5. 30.
늙어가는 아내에서 - 황지우의 詩
내가 말했잖아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사랑하는 사람들은너, 나 사랑해?묻질 않어그냥, 그래그냥 살어그냥 서로를 사는게야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그냥 그대 눈에 낀 눈꼽을 훔치거나그대 옷깃의 솔밥을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보이는 거야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전, 늦가을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어둑한 기슭,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그 너머 잎 내리는 잡목 숲이 있었고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머리카닥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주었지그런 거야, 서로를 오래오래 그냥, 보게 하는 거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던 날그대가 와서, 참으로 하기 힘든, 그러나 속에서는몇 날 밤을 잠 못 자고 단련시켰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