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행사로 지리산 천왕봉 새해 일출산행을 다녀 왔습니다.
이전에는 새해 첫날 당일산행으로 중산리에서 새벽에 올랐는데 작년부터는 장터목 1박으로 변경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덜 피곤하고 특히 해발 1,750m 장터목에서 맞는 해넘이는 색다른 감흥을 주네요.
올해도 장터목 일몰은 눈물이 찔끔 날만큼 멋졌는데 다만 너무 추웠습니다.
으스스...(아는 사람만 아는 바람, 추위)
올해 들어 가장 추운 경험을 한 것 같네요.
얼굴을 때리는 매서운 바람에 모처럼 겨울 맛 제대로 즐긴듯 하구요.
지리산 일출산행은 새벽에 오르는 당일 산행보다 장터목 1박 산행이 좋긴한데 제 개인적으로는 조금 불편합니다.
대피소에서는 아무리 잘려고 하여도 잠이 오지 않더라구요.
근데 그것보다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씻지 않고 자는 수십명 머스마의 발 꼬랑내도 참을 수 있고,
들락거리는 발자국 소리도 참을 수 있고,
삐걱거리는 침상 소리도 참을 수 있고,
어느 넘인지 일부러 힘 줘 꿰는 방귀소리도 참을 수 있고,
밤 새 천둥소리로 들리는 코 고는 소리도 참을 수 있는데.....
다만 저녁부터 새벽까지 긴긴시간 가만히 누워서 뜬 눈으로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힘듭니다.
그 긴 시간을 가만히 누워 견디는게 참기가 쉽지 않습니다.
차라리 책을 보면 좋겠는데 혼자 불을 켜고 있을수도 없고...
눕자마자 천둥소리 내며 새벽 깨울때까지 자는 이가 있는데 세상에서 가장 부럽답니다.
올해는 날씨가 춥긴 하지만 그간 내린 눈이 없으니 설경이 빠져버려 앙코없는 찐빵처럼 밋밋한 지리산이 되었답니다.
그래도 지리산은 큰 산입니다.
올해는 날씨가 조금 흐릴것이라는 예보가 있어 일출을 제대로 볼 수 있을까 걱정 했는데 다행히 깔끔한 일출을 봤구요.
2020년,
새해 첫 해가 방긋 떠 오르고,
사람들은 함성을 지릅니다.
그리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새해 인사를 나눕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 하세요.
오늘 떠 오른 저 태양은 어제의 그것이지만,
의미에 의미를 더하여 새로운 결심과 마음으로
하루 사이에 경계선을 만들어
모든것이 다시 시작 됩니다.
다시 새로운 2020년 새해,
여러분, 완전 화이팅입니다 !!
산행코스 :
중산리 - 장터목(1박) - 천왕봉 일출 - 중산리
※ 지난 지리산 일출 산행기를 검색 해 보시면 신기하게도 사진들이 거의 비슷할 것입니다.
찍을만한 장소에서 거의 찍게 되니...ㅎㅎ
지난 지리산 일출 산행기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2014년, 2015년, 2016년, 2018년 2019년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일출을 보러 갑니다.
바다로, 산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극한의 일출 장소. 지리산 천왕봉.
차가운 바람과 극한 추위가 엄습하는 곳. 그곳에 수 많은 이들이 찾아 올라옵니다.
새로운 안녕을 빌고, 새로운 결심을 하고, 지나간 것에 감사를 전하고..
저는 개인적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내년에도 이곳에 올 수 있게 되기를 빌어 본답니다.
중산리 올라가는 길목에서 올려다 본 천왕봉.
흰눈이 뎦여 있는데 맨 아래 사진에 보면 눈이 다 사라졌습니다.
강력 추위에 녹아 없어지지는 않았을 것이고 아마 바람에 날려 갔나 봅니다.
눈 없는 겨울산은 참 밋밋하고 이상합니다.
칼바위(해발 830m)
대략 1,000m만 더 올라가면 장터목입니다.ㅎ
조금 더 올라가면 나오는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 직진은 로터리대피소(법계사) 구간
저처럼 장터목 1박 하는 이들이 오르고 있습니다.
1박 하는 경우는 시간 여유가 있으니 천천히 올라도 되지유.
돌발란씽 하나 맹글고 오를려다가 날씨도 춥고..
으시시하게 바람도 불고 하여 그냥 통과...
한겨울인데도 얼지 않은 유암폭포..
위로 장터목 능선이 올려다 보입니다.
본격적인 오르막 구간
유암폭포 위로는 등산로가 꽁꽁 얼어 있습니다.
꼬박꼬박 올라오니 어느듯 장터목.
중산리에서 2시간 20분 걸렸네요.
미세먼지 없이 조망이 아주 멋집니다.
아래로 들머리 중산리가 내려다 보이네요.
진주방향입니다.
남강이 보이구요.
장터목대피소 옆 능선 나무들이 모두 얼음으로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햇살에 반짝반짝 ..
너무 예쁘네요..
....
근데 너무 추브...
장터목 대피소는 그간 몇가지 변화가 있습니다.
이전에는 저녁 6시쯤 되어야 입실 배정을 했는데 지금은 오후 3시가 되면 입실 배정을 합니다.
줄 길게 서지 않아도 되고.. 아주 좋은 발상.
또 하나는 신발장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개인 열쇠가 달려 있구요.
지리산까지 와서 신발 훔쳐가는 넘이 있다는게 참으로 구차하지만 암튼 이것도 아주 굿!
그리고 화장실도 깨끗하게 개보수를 해 두었네요.
이전에는 자연발효 어쩌구 하면서 내음새가 장난이 아니었는데 냄새 없고 깨끗하고 좋습니다.
(다만 소변기 높이를 낮게 해 둬서 키가 좀 큰 사람은 낮춰 쏴 자세를 해야 한다는...)
상고대 구경에 추운줄도 모르고 쫒아 다녔더니 손이 마비될 지경.
해가 서쪽으로 조금 기울어질무렵 안으로 들어 갑니다.
제 그림자가 길게 늘여져 있네요.
취사장에서 햇반 두개 끓여 놓고 일몰 구경하러 나왔습니다.
너무 추워서 1분 구경, 1분 대피.. 이런 방법입니다.
일몰 구경꾼들.
어지간하면 거의 나와서 일몰을 감상 하는데 너무 추우니 몇 사람만 나와 있습니다.
멀리. 반야봉.
짝궁뎅이..
카메라를 든 산꾼의 모습이 추위를 실감케 합니다.
멋진 일몰 장면입니다.
겨울철에는 해가 왼편으로 넘어 갑니다.
여름으로 갈수록 오른편으로 이동을 하구요.
오른편 반야봉과 일몰이 참 잘 어울립니다.
꼴까닥
2019년 아듀.....
대피소에서는 지녁 먹고나면 할 일이 없습니다.
폰짓 하다가 잠 오면 자구요.
이번에는 3M 귀마개까지 챙겨 왔는데도 잠이 오지 않네요.
천왕봉 일출 시간은 아침 07시 30분~40분 사이.
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 소요시간은 40분~1시간.
이곳에서 1시간 전에 출발하면 되는데 너무 늦게가면 천왕봉에 자리가 없기 때문에 6시 되기 전 출발하는게 좋습니다.
절대 땀을 흘리면 안되니 천천히 가야 합니다.
(땀 뻘뻘 흘리며 천왕봉 도착하면 그 땀이 모두 얼음이 됩니다.)
..................................... 2020년 1월 1일 새벽 .....................................
천왕봉으로 타박타박 걸어 올라 갑니다.
헤드랜턴 불빛만 친구 되기 때문에 걷는 이들이 모두 침묵입니다.
기다란 불빛이 이어지구요.
천왕봉 도착 06시 40분.
다행히 사진 찍기 좋은 장소가 남아 있네요.
지금부터 50여분, 일출까지 결가부좌 비슷한 고행시간입니다.
님이 알려 줬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진주 사천 남해 광양..
모두 조망 됩니다.
지리산 일출산행 와서 이만큼 조망이 탁 트이는 경우가 처음이네요.
일출 20분 전입니다.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남해와 삼천포 방향
사천 방향을 당겨 봤습니다.
삼천포에서 남해 건너가는 삼천포대교가 보여 집니다.
뒤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은 사량도로 여겨 지네요.
대원사에서 흘러 내리는 덕천강으로 보여 집니다.
일출이 예정시간보다 4분이나 빠른 07시 31분에 시작 되었습니다.
지도 급했나 봅니다.
일출 시간에 카매라가 얼었는지 조금 이상이 생겼나 봅니다.
촛점이 잘 맞지 않습니다.
아무튼 2020년의 해가 떠 올랐습니다.
스마트 시대...
잠시 고요 합니다.
스마트폰 시대.
10년 뒤 이런 풍경은 또 어떻게 변해질까 궁금합니다.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장엄한 일출장면의 시간이 지나고 이제 함성이 터져 나옵니다.
2020년 모두 새해 福 많이 받으세요.^^
하산.
천왕샘에서 뒤돌아 본 천왕봉입니다.
우측으로 새해 첫날 지리산 산행으로 오르는 이들이 보여 집니다.
멀리 반야봉이 구름 목도리를 하고 있네요.
지리산 남부능선
삼신봉이 건너 보입니다.
그 뒤로는 광양의 산들..
하산하면서.
동남쪽 파노라마.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법계사에 들렸습니다.
하늘 아래 첫 산사라 일컷는 법계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절입니다.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이곳 법계사는 부처님 사리를 모시고 있는 곳이라 법당은 없고 적멸보궁이 자리하여 그 뒤 사리를 안치한 삼층석탑이 있습니다.
적멸보궁 안은 앞쪽 위로 사리탑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새해 첫 날 경건히 삼배를 올립니다.
보물로 지정이 되어 있는 삼층석탑.
사리탑이기도 합니다.
아침 걸러 배도 고프지만,
법계사에서 공양을 하기에는 체면이 서지 않습니다.
이곳 법계사는 요즘 절집에서 보는 그 흔한 곤돌라도 없고 돈 많은 보살을 위한 도로는 더더군다나 없습니다.
모든 식자재는 두어시간 지게로 비탈 진 오르막길을 져 날아야 합니다.
그걸 알면서 배고프다고 불쭉 들어 갈 수가 없네요.
어제 올라갔던 중산리 들머리 도착.
내려가는 앞 사람의 발걸음은 가벼워 보이고 올라오는 산님의 발걸음은 무거워 보이네요.
새해 인사가 정겹습니다.
탐방센터 앞, 양이가 따사로운 햇살에 졸고 있네요.
다시 치어다 올려보는 천왕봉입니다.
어제 있던 눈이 다 어디로 갔을까요?
아마 세찬 바람에 날려 간듯 합니다.
당겨서 본 천왕봉.
이날 천왕봉 기온은 영하 18도, 체감 온도는 영하 30도라고 되어 있네요.
1박 2일. 지리산 일출 산행이 마무리 되었네요.
어서 가서 뜨거운 물에 샤워해야지 .. 하는 생각만 가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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