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
2020. 2. 14.
김경숙의 詩 - 그대, 혹은 그때
그대, 혹은 그때 김경숙 그때라는 말에 시차를 두고 그대라고 읽으면 미선나무꽃 우거지던 계절이 다가와 화창한 맛이라고 씁쓸하게 입을 다신다 뒹굴던 꽃술에서 깨어나듯 식은 입술을 닦고 낮달 지는 저녁을 서성이는 봄에는 어둑한 시간들이 살갑기만 해서 그때로 가면 그대, 라는 꽃피는 시절이 있어 우리라는 따뜻한 미래를 만날 수 있을까 왜 세상에 그대들은 다 그때에 있고 그대는 왜 이렇게 아득히 먼 곳일까 그때라는 말 두근거리는 봄이 몰려있고 반쯤 핀 분홍 심장 봉우리들이 호젓한 숲길 따라 끓고 있어 귓속말은 부풀어 한없이 흩날리겠지 너무 눈부셔 꽃잎이 허물어지는 그때와 그대들 아, 무덤 같은 그대, 혹은 그때라는 말